월간복지동향 2000 2000-01-10   1407

충남 천안 ‘복지세상을 열어 가는 시민모임’

복지세상을 열어 가는 시민모임(이하 복지세상)은 1998년 6월에 지역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복지공동체를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천안지역을 중심으로 창립되었다. 창립을 주도했던 준비위원 중 상당수가 과거에 시민운동 또는 사회복지에 대한 경험이 매우 적었고, 활동방향에 대해서도 운동성격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사업에 치중할 것인지 등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창립 이후 정기적인 토론회와 인식공유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면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복지세상이 몇 차례의 토론과정을 거쳐 설정한 활동방향은 다음과 같다. 사회복지관련 다양한 시민모임의 조직, 육성 및 지원활동, 사회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의식 및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 지역사회 복지정책에 대한 견제 및 감시활동, 지역사회 복지문제에 관한 조사, 연구, 대안제시 활동, 출판, 홍보활동 등이다.

이러한 방향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주요 활동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시민들의 복지의식을 키워가는 시민복지학교·청소년복지학교를 개설하였다. 시민복지학교는 시민들에게 사회복지를 바라보는 바른 시각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복지의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한 대안제시를 통해 그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보는 자리로서, 지금까지 3기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매번 주제와 목표를 달리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2회에 걸쳐 진행된 청소년 복지학교는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체험 및 인성교육을 통하여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통하여 봉사활동의 참뜻을 일깨워 주고, 장애체험과 장애인실태조사를 통하여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그들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어떤지 깨우치게 하고 그들과 같은 눈높이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둘째로, IMF 이후 발생된 실직가정을 위한 지역사회 안전망 만들기의 일환으로서 저소득 실직가정 돕기 범국민결연운동 천안지역 상담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천안자활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천안지역의 실직가정 현황파악을 목적으로 천안지역 저소득 실직가정 실태조사를 한 후 이를 토대로 2차례에 걸친 포럼을 진행하면서 실직가정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모색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또한 실직가정 아이들의 신나고 재미있는 방학만들기를 위하여 파랑새학교를 열고 있는데 지난 겨울방학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천안·아산지역의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무료급식 및 사회교육 프로그램지원 사업으로서 지역사회의 교회, 학교, 복지관, 단체뿐 아니라 각기 다른 능력과 관심을 가진 개인 등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 연계시켜 지역사회의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 가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셋째로, 복지세상의 활동 중 주목할 만한 것인데, 정신질환자 요양시설인 구생원의 비리문제 해결을 위한 시설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활동을 주도해 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98년 8월 수억원대의 시설운영비를 비롯한 재정비리 문제로 원장 및 관계자가 구속된 구생원 문제가 발생한 이후 복지세상은 지역의 4개단체와 공동으로 ‘구생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생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의 주장을 밝히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구생원 문제가 발생한 지 약 두달 후 보건복지부 정신보건과장 등 관계공무원, 구생원 신임이사 및 직원, 시민단체 실무자가 함께 구생원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의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구생원 문제에 대하여 지역사회가 좀더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구생원 운영위원회’의 구성이 제안·결정되어 11월에 구생원에서 첫모임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후 격월 매주 셋째주 화요일 구생원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 운영위원회는 현재 수용시설이 지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을 현실화시킨 복지세상의 사례는 매우 높이 평가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운영과정은 앞으로 다른 시설에서의 도입에 선례가 될 수 있다.

넷째, 복지세상은 사회복지운동을 함께 해나갈 다양한 사회복지 관련 모임의 조직, 육성과 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창립한 ‘천안·아산지역 발달장애아 부모모임’은 1년여 동안 ‘장애아동부모교육 세미나’, ‘장애아동 가족 캠프’ 등을 진행하면서 부모들이 장애아동과 장애아를 둔 가정의 권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부모모임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며, 이를 조직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 갔던 결과로서 현재 90여명의 회원을 둔 모임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1999년 세계노인의 해를 맞이하여 노인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모아보자는 취지로 천안지역 단체·기관·개인이 참여하여 만든 천안노인복지협의회, 갑작스런 경제위기가 몰고온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를 공동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만든 ‘충남고용실업대책본부’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주도 또는 참여하면서 지역사회 복지문제에 대한 공동의 과제를 찾고 확대해가는 과정에 있다. 또한 YMCA 등 일반시민단체와 장애인단체, 노인종합복지관 등의 관련기관, 단체와 함께 보행권 회복을 위한 ‘걷고싶은 천안만들기 시민연대’를 구성하여 참여하고 있으며, ‘천안의정평가단’을 구성하고 있는 5개의 지역시민단체와는 공동으로 시의회방청, 의회자료집 분석, 예산안분석, 시민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후에는 의정활동뿐 아니라 행정평가 활동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복지세상은 보건, 복지와 관련된 행정 및 정책에 대해 평가,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천안지역 실직가정 실태조사’, ‘천안지역 저소득층 노인들에 대한 재가복지서비스의 실태 및 욕구조사’, ‘천안지역 장애인 실태조사’ 등의 조사활동과 포럼, 세미나 등의 활동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처럼 지역복지 운동단체로서 복지세상이 갖고 있는 강점은 지역사회의 많은 단체, 기관과의 연계를 잘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복지세상의 사례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지역의 사회복지관련 시민운동들과 구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데 그 중 하나는 대도시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중소도시를 기반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시민운동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가 다양한 자원을 제공할 의지가 있는 전문가 또는 일반인의 존재이다. 그런 점에서 복지세상의 주요 근거지인 천안은 불과 수개월 전에 인구 40만을 겨우 넘겼고 이들 중 상당수는 유동성이 강한 인구층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하는 중소도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곳이 시민운동을 활성화시키기에는 결코 좋은 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출범한 지 1년 반만에 상당한 신뢰를 받는 시민단체로서 성장했다는 점은 오히려 전국의 많은 중소도시에서도 복지운동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스스로 지역복지운동단체임을 표방하며 활동을 시작한 ‘복지세상’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창립 초기에 비해 현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잡아가고 있으며, 빠른 속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앞으로 주어진 과제는 지역복지문제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시민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소모임을 조직하고 육성하는 것, 지역의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견제와 감시 및 대안제시라는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을 좀더 충실하게 감당하는 것, 지역사회의 많은 단체와 공동의 연대를 구축해 나가는 것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윤혜란 / 복지세상 사무국장 , 심재호 / 한서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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