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9-08   762

죽음에 대한 서비스

부모님을 떠나보내면서 한 자연인으로서, 딸로서 그리고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전문인으로서 노인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 것은 노년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과 이 분야에 대한 관심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두 분의 임종을 치르고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고 난 뒤에 생각해 보니 내가 사회복지 전문가로서는 물론이고 한 자연인으로서도 부모님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했던가를 알 수 있었다.

6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부모님은 당신들의 노년기를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고민하셨던 것 같다. 즉, 언제까지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자식과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수발 받아야 할 상황에 대한 부담과 죽음의 공포와 생의 마무리 작업을 어떻게 홀로 처리해야 할지 등 고심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7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건강이 급격히 약화되어 본격적인 죽음에 대한 준비에 고민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혼자 과거를 회상하며 당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뇌어 보기도 하고 뒷마무리를 위해서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친구나 친척을 찾아가기도 하며 나름대로의 정리 작업을 해나간 것을 알 수 있다. 80대에는 신체적 의존과 함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수용하는 작업을 해 나가며 종교적인 의탁과 본인의 신념에 대한 확인, 남은 가족에 대한 염려 등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러한 전 과정에는 전문적인 개입과 지지가 요구되었다. 두 분이 직접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정서적이고 영적인 도움과 지지를 많이 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에 대한 서비스에는 노령에서 오는 신체적 약화에 따르는 수발은 물론 노년기의 생의 과업을 완수하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수용하는 과정에 대한 도움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정은 전문가와 주위 사람들과의 지지적 관계를 통해서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심신이 약화된 노년기에 생의 과업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도록 맡기는 것은 노인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신체적 수발을 넘어서서 노년기의 정서적이고 영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에 대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서비스도 중요하다. 직접 큰일을 당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혹감으로 일들을 알아서 처리하기엔 불안한 상태로 전문적인 도움이 요구된다. 죽음의 문제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죽음을 수용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지금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되며 더욱 보람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노인을 돌보는 과정은 수발에 따르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얼마나 큰 교육의 기회였으며 특권이었나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가족과 함께 나누지 못하고 병원이나 시설에서 가족과 분리되어 보낸다는 것은 노인에게도 힘든 일이며 가족에게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놓지는 것이다. 부모님의 삶의 마지막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지금 주어진 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태도를 배운 것은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사회복지는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요구되는 도움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노인들에게 죽음을 대비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죽음에 대해 성숙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하며 그래서 남은 삶을 더 잘 살아가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죽음을 인간 발달 단계의 마지막 과업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과업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죽음에의 대비교육은 노인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하며 죽음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는 과정은 모두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와 이러한 과정에 요구되는 서비스는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접근이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죽음에 관한 대표적인 서비스인 호스피스 케어는 말기환자의 임종과 남은 가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서비스로는 호스피스 케어를 제외한 나머지는 종교분야에서의 개입이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에 죽음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로 남겨져 있고 개인의 종교적 성향이나 신념에 따라 각 자가 해결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와 같이 복잡한 사회에서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죽음뿐만 아니라 각 종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죽음도 늘어가고 있다. 죽음은 노인뿐만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던져진 숙제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노인들에게 죽음에 대한 준비를 돕기 위한 서비스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또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죽음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 주어진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 죽음에 대한 이해와 통찰은 큰 의미를 지닌다.

죽음을 대비한 서비스의 현실적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죽음에 대한 담론이 공식적으로 드러나며 이 분야에 대한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촉구하는 마음에서 시론적 접근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최선화 /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swchoi@mail.sill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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