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10-01   782

[기획4] 전환적 보건의료정책을 위한 구체적 정책제안

기획4 : 전환적 보건의료정책을 위한 구체적 정책제안

정형준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기본권과 보건의료 그리고 정책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최소보장수준은 아직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저소득 후진국에서 이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고 자타공인 받고 있으나, 시민기본권 논의 수준에서는 과거의 의식주 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걸칠 옷과 적절한 먹거리, 그리고 기초주거환경 등은 삶의 기본요소이지만, 충분요소는 아니다. 시민사회를 유지시켜 주는 기본토대는 시민들의 올바른 비판능력과 자율성이다. 시민자율성과 참여가 없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고, 자본과 세습의 굴레가 강화되며 선진사회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굶주림을 해결하면 되는 최소보장수준에 대한 논의도 산업화시기를 지나 이제는 조금 내실화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기본권인 건강권에 대해서도 이제는 양적 평가가 아니라, 기본권적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구성원들의 건강은 올바른 비판적 자율성을 위한 기본 토대다. 또한 아파서 치료받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아파서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자신과 가족이 제대로 된 사회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막는 것은 현대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이런 점에서 향후 보건의료정책은 기존의 양적 보장, 의료비 절감 차원이 아니라 더 큰 개혁적 전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관리, 보건의료정책의 여러 논점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논의되는 아젠다는 새로운 한국의 복지체계를 상정해야 한다. 하지만 추상적 수준의 가치와 방향성이 중요하더라도, 내년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라는 공식 정치일정과 국가권력이 행사하는 정책수준은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영역에서 이런 새로운 복지체계 논의와 관련된 핵심 3과제를 설명하고자 한다.

 

전면적인 공공의료체계 개편을 위한 ‘공공의료관리청’ 설립

한국의 공공보건의료체계는 결핵,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마다 취약성을 보이고 있어, 여러 차례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일단 기관 수나 비율에서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OECD 최저수준의 공공병상)임은 주지의 사실이고, 공공의료인력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1) 또한 그나마 있는 공공의료기관도 분절적으로 운영, 관리되고 있어 재난 시에도 통합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을 통합관리하는 체계 및 공공의료기관 내 전달체계 구축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논의되었으나, 너무나 적은 공공의료기관의 수적 문제로 공론화도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보여준 공공의료의 역할은 전체 10% 수준의 공공병상이 코로나19 환자 80%를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비약적으로 증대되었다. 이는 공공의료 강화를 시대적 요청으로 만들었다.2)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2020년 대구지역, 2020년 12월 수도권에서의 3차 유행 시의 병상 부족 문제 등에서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병상 부족은 민간병원을 동원하라는 요구를 불러왔는데, 막상 동원된 민간병상과 공공병상의 유기적 운영을 위한 통합조절기능을 가진 단위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국가방역망에서 지방정부와 관할 부처 사이의 협조 공문 수준의 병상동원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져 논란이 되었다. 민간의료기관에 제공된 자원과 공공병상에 투입된 비용 사이의 괴리도 문제가 되고, 평가도 전혀 이루어진 바 없다.3) 따라서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물론이고, 공공의료기관과 재난시기 병상동원 등을 유기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새로운 단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눠, 보건부가 그런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안, 국립중앙의료원을 강화하자는 안,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료관리국 등의 체계를 갖추자는 안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간단하게 살펴보면 보건부 설립은 장기적으로 추진해 봄직한 내용이나 현재의 열악한 공공의료인프라를 고려하면 국가보건체계가 확고한 유럽국가의 보건부 역할과 달리 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하는 관리체계는 현재 대형병원 하나와도 임상센터로서 경쟁이 어려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두고 강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상하관계 설정에 권위가 존재하기 어렵고, 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센터 역할을 하기에는 기본인프라의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질병관리청과 같은 별도의 별청을 두는 안의 효용성이 수년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4)

 

이러한 내용을 팬데믹 시기의 엄중함에 반영하면 신설 컨트롤타워가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란 대안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공공의료관리청’을 신설하여 현재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는 공공보건의료자원을 전달체계 내에서 지휘ㆍ감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방안의 요지다.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공공보건의료기관 연계체계를 확립하고 코로나19와 같은 보건위기상황에서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 방역체계에 걸맞은 진료체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공공보건의료인의 양성, 수련, 배치에 대한 계획ㆍ재정 권한을 ‘공공의료관리청’에 부여함으로써, 공공부문 보건의료인 교육제도와 수련제도, 지역배치에 일관성을 가져와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공보건의료체계의 기초를 놓을 수 있겠다.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료 정책부처는 보건의료부처 중에도 의료산업화(제약산업, 의료기기산업 등) 부처 및 건강보험정책 등과의 병렬적 관계로 공공보건의료자원 전달체계를 지휘, 감독하기는커녕 그간 공공의료를 보건산업화정책에 하위파트너로 만들거나 잔여적 존재로 전락시킨 바 있다. 따라서 별청으로 공공의료 강화 및 인력양성, 교육, 배치 그리고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성 있는 개혁적인 방안이라고도 하겠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공공의료관리청 직속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배치하고 동 의료원 부속기관으로 국립공공의과대학(고등교육기관) 등을 두면, 국립중앙의료원의 위상도 덩달아 강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공공의료관리청 산하에 공공보건의료연구소를 두어 공공보건의료정책 및 지역보건의료연계의 기초를 쌓게 해 지방정부와의 연계사업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끝으로 보건복지부가 해온 권역별, 지역별 책임의료기관과 관련한 재정지원정책(보조금 교부 등)도 역시 공공의료관리청이 이관받아 공공보건의료관리계획 및 시행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성과반영 등으로 가감하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하면, 공공의료계획 수립과 이행에 일관성도 도모할 수도 있다.

 

지지부진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 확충문제도, 공공보건의료기관의 확충과 전달체계 개편을 청의 직무로 분명히 하여, 중장기적으로 의료취약지부터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는 책임부처로 삼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가교 역할도 가능하다. 거버넌스 문제에서도 공공의료기본계획의 입안은 이사의 과반수 이상이 시민사회ㆍ공익이사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결정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이 하도록 하고, 공공의료관리청장이 계획안을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는 방식으로 공공보건의료정책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의원회의 형식적인 거버넌스 기능을 실질적인 형태로 개편할 수 있는 방안이다.

 

끝으로 여타 권역 책임의료기관 및 지역 책임의료기관, 기초보건단위(보건소 등)의 연계도 공공의료관리청이 민주적 결정구조로 확립해, 치료의학 중심의 한국 보건의료공급 개편도 꾀할 수 있다. 전국민의 건강증진ㆍ예방ㆍ치료ㆍ재활 체계에서 공공의료기관이 모범을 보일 수 있으려면 전달체계개편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공공의료 거버넌스 확대, 공공의료 재정 확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의료관리청’ 도입은 한국의 열악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해결할 획기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는 포괄적인 기구설립인 만큼 대중운동에서도 공공의료를 예각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간병지옥과 간병파산을 막고, 지역사회돌봄까지 연계하는 ‘간병국가책임제’

돌봄, 간병 영역의 서비스는 대표적으로 개인간병 서비스, 방문 재활간호 서비스, 호스피스 서비스, 성인 데이케어 서비스, 방문치료 서비스 등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공적으로는 장기요양보험제도를 통해 성인데이케어 서비스 정도만 공공적으로 일부 제공된다고 볼 수 있고, 나머지 돌봄 서비스는 전적으로 사적 영역에서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는 기본적으로 보건의료정책을 뛰어넘는 사회복지체계 전반의 문제이지만, 질병으로 인한 병원돌봄 등의 문제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환자를 수발하는 간병의 경우 입원치료에 일부이지만, 한국에서는 건강보험이나 보건의료 서비스의 일부가 아니라 개인부담의 영역이다.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중환자실 입원5)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대부분이 가족간병 혹은 개인간병인을 고용하는 행태로 유지되고 있다. 간병비는 일상생활을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최저임금기준으로 한국의 중위소득의 2배를 훌쩍 넘게 되어, 고소득층이 아닌 경우 부담하기 어렵거나, 간병부담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때문에, 극단적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기 전에도 간병비 부담으로 퇴원을 해버리거나, 막대한 간병 비용과 상호 책임전가로 가족 공동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간병지옥이 따로 없다.6)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병상 이용률과 간병 서비스 이용률을 활용하여 추산한 2021년 국내 간병시장의 규모는 약 7.6조 원 수준으로 연평균 8.1%의 성장률을 통해 2030년 약 11.6조 원의 대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7)

 

간병시장이 시니어 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며, 이 때문에 2019년 5월 현재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치매ㆍ간병보험 총 99종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건의료 서비스에서 수많은 과제들이 있으나, 간병문제는 향후 고령화에 따른 필연적인 돌봄확대 국면에서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간병이 민간에 맡겨짐으로써 그 자체로 수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우선 첫째로 개개인의 비용 문제로 인해 ‘간병파산’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추가적으로 질병으로 인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에 기여하게 된다. 두번째는 간병 서비스의 질이 낮게 유지되고, 편차가 있어 환자 회복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감염질환관리에 취약하게 된다. 민간공급인 만큼 적정한 간병교육이 어렵고, 병원 직고용이 아니고, 개인고용인 관계로 보수교육 및 병원의 진료시스템과의 유기적 연계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세번째는 간병노동이 저임금, 단순노동화되어 주변노동으로 전락함으로써 지역사회돌봄 서비스의 질까지 악화시키게 된다. 질병으로 인해 필요한 돌봄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일반 돌봄의 가치는 더욱 하향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문제는 간병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건강불평등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런 문제로 인해 간병비는 3대 비급여(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의 하나로 불렸으나, 박근혜정부는 4대중증질환 국가보장 100% 공약에도 불구하고 간병부담 만큼은 어떠한 개선방향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나마 후진적인 간병체계에 대해서 7년 전에 시작된 시범사업인 ‘간호간병통합 서비스’가 간병 문제를 건강보험으로 일부 해결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시민들은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을 찾아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 서비스의 국민 만족도는 높지만 인력 부족 및 병실체계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하다.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의 확산을 위해 현행 병동보상체계를 현실화하고 신규 간호사와 기존 간병인을 지원인력으로 전환하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으나, 비용 핑계로 전면화 논의는 아직도 멀다.

 

무엇보다 실제 간병 문제 해결의 큰 장애물은 간병 서비스를 부차적이고 개인적으로 간주하는 인식과 이에 기생하는 민간 공급자들(용역업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간 공급자들은 인력관리소처럼 수수료만 가져가고, 서비스의 질 관리는 외면해 사적 영역으로 간병체계를 계속 남겨두고자 한다. 이런 기반 하에서 현재 민간보험사가 ‘간병보험’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은 조속히 간병부담을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공적체계 하에 두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의료 서비스의 일부여야 할 간병 서비스가 별도의 인력공급업체들과 민간보험사에 좌지우지되는 것 자체가 한국의 가장 후진적인 건강보장제도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 수많은 건강보험제도 개혁과제 및 보건의료과제 중에서도 간병문제 해결은 일차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를 ‘국가간병책임제’ 수준으로 명시하고 대대적인 인적 체계 개편을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 우선 현재의 간호간병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1단계로 민간병원 등이 경증환자를 골라서 간병병실에 선택적으로 입원시키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 병원 단위 간호간병 서비스계약을 해야 한다. 현재의 병실 단위를 병원 단위로 구분해 확대해야 병원 간 서비스 차이로 간병 서비스의 제도화를 앞당길 수 있다.

 

또한 간호간병 서비스의 단계를 정교화하고 병상당 의료인력기준처럼 지원인력(간병인)을 기준선 이하로 고용할 경우 병동을 폐쇄할 수 있는 셧다운제도가 필요하다. 이는 간호인력기준에도 필요한데, 간병인력을 병원 직고용으로 관리하면서 운영한다면, 기준 외 병실 자체를 운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병상 질관리에서도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병원의 직고용과 보수교육 대상이 되어 간병 서비스에 대해서도 의료 서비스에 일부로 병원이 책임지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체계에 공공의료기관이 앞장서 모범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끝으로 퇴원 후 지역사회연계를 위해 방문간호제와 지역사회기반재활(CBR)이 장기요양보험과 연계되어 서비스로 촘촘하게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 돌봄의 사회화 측면에서 ‘간병국가책임제’가 질병군에 대한 최초 돌봄 서비스라는 측면을 고려해 돌봄전달체계 속에서도 유기적으로 연계설계되어야 한다. 병원 서비스에서는 건강보험으로 간병을 제공하고, 재가 서비스는 장기요양 서비스로 연결되는 공적 체계의 일관성을 가져가 ‘돌보는 공동체’가 ‘민주적 공동체’라는 기본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완결성도 논의되어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는 돌봄에 대한 시대적 가치에도 부합한다.

 

낭비의료를 막고,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한 ‘민영보험관리법’

2007년도까지 한국의 민간의료보험은 대부분 생명보험상품으로, 당시 가입 구성은 생명보험 90.9%, 장기손해보험 8.1%, 상해보험 1.0% 순이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도입된 보충형 보험인 실손보험은 2016년까지 3,300만 명의 가입자를 늘리며, ‘제2의 건강보험’행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보장해 줄 것처럼 광고했지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는 손실에 단기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갱신 기간을 1년까지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보장영역도 손해율이 올라간다며 축소하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보험 청구에 심사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보충형의 도입 취지를 뒤엎는 시도를 서슴지 않으며, 이제는 높은 가입률을 바탕으로 한발 더 나아가 대담하게도 공적보험의 심사평가를 관할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실손보험 대상이 되는 비급여까지 심사평가하자는 내용까지 제시한 상태다.

 

현재 2021년 코로나19 상황에도 여야 할 것 없이 보험업계의 로비를 받은 정치인들은 계속 ‘실손보험청구간소화’ 법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2017년부터 논의된 ‘공ㆍ사보험 연계법’은 그 내용의 취지가 뒤바뀌어 이제는 민간보험이 건강보험 정보를 마구잡이로 가져갈 수 있는 법안으로 변질되고 있다. 즉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은 출시 14년이 되어서는 건강보험을 위협하고, 편의성을 빌미로 건강보험과 경쟁하는 보험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 현재까지의 민간의료보험 가입통계를 보면, 수익성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손해율이 낮은 청장년층에서 수익을 거두고, 의료비지출이 급증하는 노인층은 외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장애, 만성질환자들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어 실제 취약계층의 보장은 거의 되지 못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맞춤형이란 빌미로 개인위험률 비례로 보험료를 부과함에 따라서 건강한 사람들은 낮은 건강위험에도 불구하고 보험료수입을 거두고,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높은 보험료와 가입배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자부담방식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 민영의료보험은 해외와 달리 단체가입이 아니고 개인가입을 주로 받고 있어, 가입조건에 대한 평가와 보험료 인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영리성격이 매우 강하다. 여기다 실손보험의 경우 애초 보완형, 보충형 보험이나 한국은 비급여와 급여를 섞어서 진료할 수 있는 혼합진료가 허용되어 있어 단순히 비급여영역의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비급여진료 시에도 건강보험 진료를 같이 하기 때문에, 급여부분의 지출도 동반 상승하는 식으로 쓸데없는 지출을 늘리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실손보험 출시 이후 비급여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이와 함께 기본적으로 급여영역의 행위도 증가했다. 문제는 이에 대해서 제대로 된 평가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상병수당 부재로 인한 정액민영보험의 과포화 문제는 비급여시장 확대와는 논외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공적의료보험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민영의료보험을 규격화하고 공적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기본적인 장치가 없어 문재인정부는 ‘공사보험연계법 등’을 통해 민간보험을 일부 규제하려 했으나, 거꾸로 민영의료보험이 공보험의 정보를 취득하려는 수단이 된 바, 대안은 ‘민영의료보험관리법안’으로 민영의료보험을 관리하는 데 목적이 분명한 규제법안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민영의료보험관리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실손민영보험의 문제인 끼어팔기 등을 중단시켜야 한다. 현재 실손민영보험은 통합형 여러보험상품에 끼여서 판매되는데, 이 때문에 해지가 쉽지 않고, 만기환급형 상품 등과 연계되어 높은 보험료 인상을 보험가입자들이 감수해야 한다. 특히 불필요한 실손민영보험 가입은 의료공급자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동반해 부추기기 때문에, 실손민영보험은 단일상품으로 비갱신형으로 판매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현재 실손민영보험은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함으로써 건강보험의 적정진료기능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은 의료 이용 당시의 부담액을 통해 건강보험을 통해 의료 서비스 이용의 적정성을 위한 것인데, 이를 실손민영보험은 붕괴시킨 것이다. 이런 제도가 가능하려면 차라리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을 없애는 게 나을 정도다.

 

실손민영보험이 부추기는 의료행위들도 문제다. 이들 의료행위는 적정의료 서비스를 뛰어넘는 선택적 의료행위가 다수다. 해외에서 공인하는 피부미용 등을 제외한 선택적 의료행위는 다수가 신의료기술로 효과성이 충분치 않아 ‘낭비의료’로 불릴 만한 것이다. 이런 의료 서비스 이용을 위한 보험상품이 버젓이 출시된 점은 건강보험 중심의 공적의료체계와 적정진료체계에 심각한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민영의료관리법은 실손보험의 보장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통제하는 규범을 갖춰야 한다.

 

마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고려한 세 가지 보건의료정책안(법안)이 아우르지 못하는 수많은 개혁과제들이 있다. 우선 아직도 낮은 수준의 건강보험보장성은 주지의 문제다. 문재인케어로 약속된 2021년 70% 보장성에 휠씬 못미치는 65%대로 머무를 것으로 현재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더욱 그렇다. 또한 OECD 국가 대부분이 도입한 아파도 쉴 수 있는 유급병가, 그리고 아파서 일을 못하면 소득을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도 조속히 도입되어야 하는데, 내년부터 시범사업논의만 있다. 행위 수만 늘리고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도 개편되어야 한다고 무려 30여 년간 제시되었으나, 현재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와 공공병원 중심의 신포괄수가제 수준에서 추가적인 개혁논의는 없다.

 

이처럼 일단 제기할 개혁과제만 논의해도 책 한 권으로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정책은 이런 개혁과제의 큰 틀과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당장 필요한 시대적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라고 사료된다.

 

그런 점에서 공공의료 강화(공공의료관리청), 간병지옥 타파(국가간병책임제), 민간의료보험 규제(민영의료보험관리법)는 앞으로 발생할 의료비 증가 및 보건의료 부분 국민기초보장 문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상병수당 도입, 지불제도 개편 등의 개혁을 실현할 기초자산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다. 따라서 수많은 정책과제 중 세 가지라기보다는 포괄적 아젠다를 위한 구체성이란 측면에서 상기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다가올 정치의 계절에서 핵심 보건의료정책으로 수용토록 재차 촉구한다. 진실은 구체적이다.


1) 공공의료인력 부족은 2020년 의사증원안, 공공의대 설립, 지역간호사제도 도입 등으로 논의된 바 있으며, 아직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

2) 서울시민 74% “공공의료 확대해야”,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2021년 2월 22일. 

3) 간호사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파견 간호사들과 급여 차. 연봉 계약인 지방의료원 간호사들과 일일 수당 30만 원을 받는 파견 간호사들의 급여는 2배 차이를 보인다. 파견 간호사는 20일 근무하면 60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이는 지방의료원 경력직 간호사 한 달 급여보다 높은 액수이다. <지방의료원 의료인 갈등 복지부가 자초했다>, 메디컬타임즈, 2021년 8월 2일.

4) <한국 공공의료의 바람직한 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필요성과 효과>, 정형준, 국회토론회, 2018년 3월 13일.

5) 중환자실의 경우 감염관리 등을 목적으로 현재 전적으로 의료인력으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실상 유일한 ‘간병을 포함’한 건강보험 입원 서비스이다.

6) <부모를 돌보며 부모를 증오하는 맏딸… ‘간병 지옥’의 민낯>, 한국일보, 2020년 6월 4일.

 

7) 노인장기요양서비스 현황과 보험회사의 역할 제고 방향, 보험연구원,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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