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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10.01
  • 85

동향 1 :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고통을 방치할 것인가? - 부산 지역 노숙인 사례를 중심으로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2020년 2월 21일, 잊지 말아야 할 날이다. 적어도 부산에선 기억해야 할 날이다. COVID-19의 국내 유행이 시작되며 부산지역 유일의 지방의료원인 부산의료원이 기존 환자를 내보내고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된 날이 바로 2020년 2월 21일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날은 부산이 취약계층이라 명명된 주민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짓밟은 날이다.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누군가는 아파도 참아야 하는 현실을 만들었다는 사실, 우리는 이를 의료공백, 의료안전망의 붕괴라고 지난 시간 불러 왔다. 지난 시간 우리 사회는 ‘방역은 존엄했는가’라는 물음에 의료안전망을 방치하게 만든 현실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는 반인권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애석하게도 안전망의 붕괴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도 되는,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사회구성원의 고통을 방치할 것인가?

 

사건 1. 부산역의 노숙인 내쫓기 

2020년 5월 시범적으로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저녁 11시 이후 폐쇄하게 된 부산역은 현재까지도 부산의 가장 많은 노숙인들이 상주하는 공간이지만 저녁이 되면 폐쇄하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배제하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제도권 안으로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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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서는 주거를 지원하면서까지 노숙인들에게 돌봄을 제공한다는데 부산은 쫓아내기 바쁘다. 노숙인이 감염병에 걸린다면 역학조사는 가능할까?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도, 노숙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배척하는 것은 더 이상 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사건 2. 어딘가 수상한 부산의료원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고 난 이후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노고에 전적으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하지만 감염병 환자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변화된 상황 속에 부산의료원밖에 이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 대한 진료 거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그와 별개인 아픈 현실이다. 응급상황에 부산의료원을 찾아가도 검사만 해줄 뿐 입원과 수술은 여전히 거부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거부당하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다. 

 

부산의료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행려병동에 시행하며 아주 고되지만 안전망 기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었다. 하지만 감염병전담병원이 된 이후 안전망 기능은 상실되고 있다. A씨는 자활근로 중 동료 노숙인에게 폭행을 당해 이마가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119를 불러 부산의료원에 도착했지만 치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코로나’라는 말이 환자 회피의 기제로 사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 중 하나이다. 부산의료원은 노숙인복지법에 의거해 부산시가 지정한 노숙인지정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사건 3. 무늬만 공공의료협력병원

부산의료원이 기존에 유지해 왔던 의료안전망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역할을 대체할 기관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사회에 계속 존재해 왔다. 이 중 대안으로 요구되었던 것은 부산의료원이 수행 중인 3for1통합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보건의료복지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3for1통합지원센터는 부산 지역 10개소의 병원이 공공의료협력병원으로 연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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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병원 연계 건수가 2020년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부산의료원이 그동안 담당해 온 의료안전망 기능을 수행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의료원밖에 이용할 수 없는 환자들을 협력병원을 통해 치료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름은 공공협력병원인데, 공공병원이 부족해 그 역할을 보완해야 할 상황에선 그냥 민간병원이 되어 버린다. 말 그대로 무늬만 공공의료협력병원이다. 

 

대안 1. 부산역을 플랫폼으로 만들자

배재의 공간이 아닌 거리노숙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부산역의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 식사를 비롯한 일상의 다양한 요소들을 해결하는 공간인 부산역은 노숙인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공간이 아닌 제도 안에서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하여 거리상담, 주거지원, 수급신청, 의료지원 등이 더욱 활발히 되어야 한다. 특히 신규노숙인 발굴을 통한 탈노숙의 시작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특정 공간을 내어두고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활동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건강해야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이는 비단 COVID-19뿐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해 왔던 결핵과의 싸움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처럼 임시 주거를 지원하는 것도 적극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부산역이 이러한 창구가 되는 것이 안전망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대안 2. 부산의료원의 역할을 조정하자

기존에 운영했던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최소한으로 운영해 부산의료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병실을 내어 줄 필요가 있다. 공공병원이 신축되어 역할을 분담할 수 없다면 감염병전담병원으로써의 기능과 최소한의 의료안전망 병상을 유지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유행으로 이마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면 위탁진료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서부산의료원의 건립과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가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대안 3. 3for1 사업을 재편하자

부산의료원 외에 정말 다른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보건의료복지 통합서비스는 명확한 사각지대 지점을 타겟으로 하여 그 공백을 메우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숙인, 이주민 등 제도권 밖의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조정하여 공공병원이 부족하더라도 공적 역할을 하는 민간의료기관을 통해 안전망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그 기능이 재편되어야 한다. 

 

글을 맺으며

부산시는 이러한 의료안전망 붕괴의 문제를 두고 노숙인지정의료기관을 추가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부산의료원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아닌 의원급 또는 검사 외 입원ㆍ수술이 안 되는 병원만을 추가로 지정했다. 공공병원 설립운동이 지역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의 고통은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의료원이 할 수 없다면 경계없는 민관협력으로 안전망유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 그것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이 3for1일 수 있다. 

 

지난해 6월 정신질환 등으로 협조가 잘 되지 않는 거리노숙인이 부산의료원 응급실에 두 번이나 갔음에도 퇴원환자 연계가 되지 않아 의료원 앞 풀숲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보건의료복지 통합이라고 하지만 전혀 연계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건이다. 보건의료복지 통합지원사업은 의료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그 역할이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노숙인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미 과거 IMF 사태를 통해서 경험해 본 일이다. 최근 서울 지역 노숙인 현황 역시 노숙인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당면한 현실에 노숙인의 인권을 위해 사회안전망이 탄탄해져야 하는 것은 물론 늘어가는 빈곤층을 위해 우리 사회는 더 기본에 충실하고 정부의 역할을 높여 나가야 한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를 빼앗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노숙인들을 고통으로 내몰지 않도록 한시라도 빨리 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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