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6-01   1332

[복지칼럼] 이용자 중심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최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우리 사회는 최근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으로 인해 노인, 아동 등에 대한 돌봄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가족내 무급 돌봄노동을 주로 담당했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로 인해 가족내 돌봄자원은 축소되어 가족내 돌봄의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에 가족에게 부여되었던 돌봄 부담을 국가나 지역사회 등이 나누어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고,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장기요양, 보육서비스 등과 같은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 돌봄 서비스는 이미용업이나 숙박업 등과 같은 일반 서비스와 달리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이 쉽지 않아 시장에서 제공될 경우 비효율적 소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재화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나 요양원을 이용하는 치매 어르신의 경우 제공되는 서비스가 이용자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정도의 서비스 질을 담보하고 있는지 인지하기 쉽지 않아 합리적인 소비가 이루어지기 힘들고, 따라서 서비스 제공에 있어 다양한 형태의 공적개입을 필요로 한다. 

기존 소득보장제도의 경우 소비되는 재화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화로 이용자의 선택에 의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개입은 조세나 사회보험료 등을 통해 공적 재원을 마련하고 현금성 급여를 제공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이와는 달리,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경우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조정·통제, 서비스 공급,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에 있어서의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 

먼저, 서비스 조정·통제의 경우 이용자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며, 이용자와 공급자 각각에 대한 조정·통제가 필요하다.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경우 합리적 선택과 소비가 어려운 이용자를 대신하여 필요 욕구를 사정하고, 이에 따른 서비스 계획을 수립,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 관리하는 공공의 사례관리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다수의 민간영역의 서비스 공급자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서비스 질을 유지하도록 관리 감독하고 지역별로 필요한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인프라 공급을 조정하는 공공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서울시)’, ‘희망복지지원단’ 등은 다면 욕구를 가진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 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으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내 돌봄(community care)이나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공적 보호체계 등이 제대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역단위의 공공 사례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이용자에 대한 공공의 사례관리가 적절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사례관리자가 이용자의 다면 욕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적 재량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이용자의 다면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공 사례관리체계는 가급적 이용자와 밀접한 지역 단위에 설치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보다 적합하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재정적 재량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돌봄 서비스 재원은 주로 사회보험료(ex, 장기요양보험)나 조세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큰 편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적 재량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적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공급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회적 돌봄 서비스 분야의 서비스 공급은 민간영역에 대부분 맡겨져 있어 국가의 공적 역할은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필수 재화화 되어가고 있는 돌봄 서비스의 경우, 민간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고 이에 대한 공공의 통제·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의 실패로 인해 적절한 비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게 나타난다. 현재 장기요양이나 보육서비스의 경우 다수의 민간 공급자에 대한 공적 통제가 쉽지 않아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은 공적 공급자를 확대하여 사회서비스 공급에 있어 과도한 민간위주의 시장에 공적 책임성을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 중심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지방정부 차원의 공적 사례관리 체계 구축과 더불어 이를 수행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재정적 재량권 확보 그리고 서비스 공급의 공적 책임성 강화를 위해 공공 서비스 공급자의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의 방향은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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