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효과 증명 어렵고 부실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계획

하루 4만원 수준의 수당으로는 소득보전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상병수당 취지에 걸맞게 제도 도입 시기 앞당기고 예산 확대해야

 

어제(12/22)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계획’이 매우 미흡한채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없는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소득보장제도’는 하루빨리 시행됐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도 도입을 미뤄오다가 작년 여름, 3년 장기간 시범사업 실시방안을 내놓았고, 시범사업으로 내년 7월부터 1년간, 상병으로 근로활동이 어려운 기간에 일 43,960원(2022년 최저임금의 60% 수준)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이토록 낮은 보장 수준으로 상병수당이 어떻게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할 수 있겠는가? 감염병 유행 2년이 다 되어가도록 노동자가 아프면 쉴 수 있는 제도 하나 만들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정부에 효과를 증명하기 어려운 부실한 시범사업 계획을 철회하고 보장성을 충분히 담보한 상병수당 도입안을 다시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질병시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 부재로 인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움에 직면한 시민들이 많아지자 국내에서도 상병수당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졌다. 정부와 국회도 상병수당의 필요성을 인식했으나 그동안 제도 도입에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임해왔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는 지난해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21년 연구용역 시행, ‘22년 저소득층 등 대상 시범사업 실시라는 매우 더딘 계획을 내놓았다. 내년 시범사업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109.9억 원에 불과한 상황이고, 시범 사업의 내용도 입원 여부 모형을 제외하고는 대기기간이 7일, 14일로 지나치게 길다. 보장기간도 90일에서 120일로, ILO가 ‘상병급여협약(1969)’에서 제시한 최소 52주 이상 보장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당을 하루 정액 4만 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해 소득보장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상병수당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OECD국가의 대부분이 근로능력상실 이전 소득의 60% 이상을 보장하며, 룩셈부르크와 칠레의 경우 100%까지 보장한다. 정부가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각국에서는 노동자의 권리 보장 뿐만 아니라 감염병의 재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상병수당과 유급병가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한국은 제도의 도입 시도조차 너무나 느리다. 코로나19 위기가 취약한 계층에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에서 상병수당은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 취약 노동자 등이 걱정없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빈곤층으로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소득 손실 보전이라는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 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시민들의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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