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6-01   1334

[복지톡]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복지톡]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김희진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

인터뷰 및 정리 조희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아이는 누가 키울까. 이 질문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공동체”라고 대답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만든 세계적 약속이다. 온전한 성장과 인격 발달을 위해 아이는 가정과 더불어 공동체 안에서 존중받으며 양육되어야 함을 합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동은 현재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존엄한 존재이자 권리의 주체자로 천명하고 있다.

한국도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비준국이지만, 최근 불거지는 ‘노키즈존’ 문제를 보면 한국 사회 아동 인권의 현주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 사회는 어떻게 아동을 대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대해야 할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희진 변호사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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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2015년 변호사 시험 합격 이후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작년 여름까지 근무하며 아동 인권 관련 활동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학사로는 법학을 공부했는데, 법이 실용 학문이잖아요. 실무적, 실용적으로만 대안을 생각하게 되다 보니 좀 더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사회현상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면 더 좋은 활동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생 중입니다.

 

2018년에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아동인권옹호전문가 과정을 이수하셨어요. 당시만 해도 변호사 중에 아동인권옹호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사람은 김희진 변호사 말고는 없었어요. 지금은 어떨까요? 

 

사실 아동 인권 옹호에 대한 교육과정 자체가 거의 없어요. 지금은 몇몇 과정을 찾아볼 수 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동 인권 교육은 생소했죠. 지금은 혼자는 아니에요. 최근에 비슷한 뜻으로 국제아동인권센터 교육과정을 이수한 몇몇 변호사가 늘어났어요. 점점 많아지고는 있는데,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긴 합니다. 서로 없는 손을 빌려가며 일하고 있어요(웃음). 

그 없던 풀에서 변호사님은 어떤 계기로 아동 인권에 관심 갖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아동 인권에 관심이 있었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로스쿨에 다니면서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몰랐을 정도로 아동인권에 대해 무지했어요. 그냥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진학하며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외로워지더라고요. 외로움을 달래려고 봉사활동도 다니고 여러 모임에 참여했어요. 특히 아동청소년을 만나는 봉사활동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뭐가 문제다”라는 생각보다는 아이들과 같이 있는 게 좋아서, 앞으로의 일도 아이들과 관련된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취약한 상황에 있는 아동청소년을 위해 사회가 할 일을 찾고 싶었어요. 

 

성소수자, 장애, 이주, 여성 인권은 하나의 분야로서 관련 활동이나 연구가 활발했지만, 제가 학교를 졸업하던 무렵까지도 아동 인권은 그렇지 않았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던 와중에 아이들과 보냈던 시간이 떠오른 거죠. 그래서 아동 인권, 아동 권리를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아동인권옹호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무작정 국제아동센터에 메일을 보냈는데, 과정에 참가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더라고요. 다만, 센터와 이야기 중 함께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듬해 과정을 듣게 됐죠. 그렇게 아동 인권 옹호 활동을 시작했어요. 

 

현재 변호사님의 관심 분야는 어떤 것일까요? 윤석열 정부의 아동 인권에 대한 기조나 정책 평가 중심으로 말해주셔도 좋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기초하는 국제아동인권센터의 활동 특성상 아동 인권 전반을 바라보는 역할을 해왔고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중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를 꼽자면 아동보호 체계, 아동 사법 등인 것 같아요. 

 

현 정부의 아동 인권 정책은 내용도 없지만, 영혼도 없달까요. 후보 시절 보호아동 탈시설 정책 마련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관련 사업 계획이 없어요. 탈시설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원가정 지원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전제로 있어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가정을 벗어나 가정 외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의 경우에 가정위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예산 확보나 인력 공포가 전혀 없이 보호 아동 탈시설 정책만을 말하고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소규모 시설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룹 홈을 늘리겠다는 것 이상의 정책적 상상력이 보이지 않는 거죠. 정책 전반에 용어에 대한 선택도 미흡합니다. 예를 들어 ‘육아 부담 완화’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육아·아이가 부담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죠. 아동의 당사자성과 주체성을 고려한 정책이 보이지 않아요. 5년 간 어떤 현실이 다가올지 사실 우려가 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논쟁도 뜨겁죠. 아무래도 지난 선거에서 성갈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다 보니 여가부 폐지가 여성 문제의 축소로만 비치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정책도 다루고 있습니다. 가족 정책에는 돌봄도 있죠. 보호대상 아동, 저연령 아동 정책 등을 다루는 복지부와 함께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정책의 주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아동 정책에 있어 이분화된 부처에 대한 문제도 크지만, 당장 여가부의 폐지는 아동청소년 정책의 공백이라는 말도 돼요. 물론 청소년 정책이 여성’가족’부 내에 들어가 있는 것도 제한적인 시각이긴 합니다. 아동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현 제도의 시각과 내용은 변화가 필요해요. 

 

여성가족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현재 아동청소년 정책을 다루는 부처는 여성가족부이지만 사실 이는 일부에 불과해요. 복지부, 교육부, 심지어 소년법 관련 정책은 법무부가 다루고 있어 사업과 주무 부서가 여기저기 흩어진 상황입니다. 많은 부서가 아동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아동 인권 증진을 위한 사업을 도맡아서 책임 있게 계획하고 시행하는 부서가 없다는 말도 됩니다. 현재 아동 인권과 아동복지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주신다면요? 

 

아동 인권이 아동복지와 바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아동 정책이라고 하면 아동복지 정책만 떠올리기 쉽죠. 근데 그렇지는 않거든요. 국내에는 아동기본법이 없습니다. 청소년 정책을 다루는 근간이 되는 청소년기본법, 청년에는 청년기본법 등이 있는데 아동 분야는 그게 없어요. 아동복지법이 기본법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아동복지법은 아동복지를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지 아동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거든요. 아동복지법에 아동 인권을 위한 내용이 계속 추가되고, 다른 내용도 추가되는 등 개정을 거듭했어요. 그러다 보니 법안의 취지가 흔들리고 너무 많은 내용을 담게 된 거죠. 

 

청소년기본법 상 청소년은 9~24세이고, 아동복지법 상 아동은 18세 미만입니다. 9세부터 15세 사이에 있는 아이들은 복지부와 여가부가 함께 담당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상 그 어느 부처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죠. 아동 권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의 연령을 만 18세 미만으로 정함으로써 최소한 그 나이까지는 대상 아동에게 특별한 보호가 제공되고 권리가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에요. 정책 연속성이 생애주기 전반에 드러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탈가정 청소년과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경계는 모호하죠. 사전적 보호조치와 사후적 지원 조치가 협조적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그런데 교육부는 학생만, 법무부는 소년범에 대한 사후 조치만, 여가부는 청소년 시설에 대한 활동 지원을 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부처와 사업이 대상을 고려하지 않고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아동이 어떤 지역에서 어느 시설에 맡겨지는가에 따라 받는 서비스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국가 정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운에 맡기고 있는 거죠. 

 

아동의 당사자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는 아동복지법이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심의에서 아동 권리의 원칙을 반영하라는 권고를 반복해서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지정한 아동 권리의 일반 원칙이라는 것은 비차별의 원칙,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 생존과 발달의 원칙, 아동 의견 존중의 원칙이에요. 아동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보려면 저 네 가지가 보장되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아동복지법에는 아동 의견 존중의 원칙인 아동 참여와 견해 존중이 빠져 있어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반복된 개정 권고가 있었는데 바뀌지 않고 있죠. 우리 법과 제도가 아동의 당사자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결국 아동 인권 증진이 우리 사회의 복지 향상과 연결되는 지점은 어떤 것일까요?

 

관점의 문제인 거죠. 복지 정책이란 국가가 누군가를 구제하기 위해 시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마련된 거예요. 그래서 당사자의 시선에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에 아동청소년에게 참정권, 투표권이 없죠. 투표권을 낮추고, 설령 투표권이 없더라도 아동청소년 당사자의 이야기를 제도가 어떻게 듣고 반영할 것인지 프로세스가 있어야 합니다. 아동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많은 아동 정책이 시행되지만, 과연 진짜 그러한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지자체에 아동청소년참여위원회 등 참여기구가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쳐요. 아동청소년참여위원회가 진짜 참여기구가 되려면, 위원회에서 수렴되는 의견은 어떻게 제도에 반영시킬지 아이들의 언어를 어떻게 정치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또한 어른의 언어를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죠. 

 

최근 불거지는 노키즈존 문제, 그리고 얼마 전에 방영된 소년심판 등을 보면서 제도와 인식 사이의 우선순위를 생각하게 됐어요. 아동 인권 활동가로서 요즘의 논쟁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개인주의가 심화하면서 사회든, 개인이든 이기적인 성향이 이전보다 좀 더 드러나는 것 같아요. 취약한 대상에게 더 가혹하게 발현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시끄럽다고 혼난 적은 있어도 어딘가에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는 못 들어봤거든요. 물론 아이를 양육하는 책임은 부모에게 있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존재니까요.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입니다. 아이는 세상을 보면서 영향받으며 자라거든요. 그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자각이 사회 전체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체라고 하잖아요. 공동체 안에 속한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죠. 그렇게 삶과 사회가 변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동청소년기엔 그 영향을 더 크게 받고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공동체 일원이자 시민의로서 의무감이에요. 부적절한 부모, 아이 당연히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이들을 방치하는 것도 사회입니다. 아이를 위해서 함께 지원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아동 인권 활동가로서도 좋고, 개인적인 계획도 좋습니다.

 

아직 아무 계획이 없어요. 우선 1년 이내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졸업 후에 어디에 소속될지, 무슨 일을 할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아동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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