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6-01   672

[동향2] 왜 또다시 영리병원인가?

[동향2] 왜 또다시 영리병원인가?

이찬진 변호사

 

들어가며

국내 1호 영리병원을 둘러싼 법적 논쟁이 뜨겁다. 2019년 제주도지사가 녹지병원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제주도지사가 승소했다. 그러나 2심과 3심에서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제주도의 녹지병원 개설 허가 취소가 위법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지난 4월에는 1심에서 제주도지사의 녹지병원에 대한‘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위법하다고 판결함으로써 우리나라 영리병원 개설이 현실이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영리병원이 국내에 설립되었을 때, 보건의료체계의 와해와 의료 불평등을 야기하는 등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크다. 따라서 본 글은 현재 녹지병원을 둘러싼 잇따른 판결의 의미를 짚어보고,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녹지병원 설립 추진 과정 

영리병원의 입법적 근거 

현재 영리병원 설립의 근거법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2002년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에 국내 최초로 ‘외국인 전용이라는 제한된 용도 범위 내’에서 영리병원 제도가 도입되었다.1)

 

이후 2005년도에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라는 것을 폐기하고 외국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으로 개념이 대체되었다.2) 개정 전은 외국인 전용기관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상 당연요양기관의 예외 규정을 두어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받지 않고, 의료보수 신고만 가능하도록 하였다. 반면 외국인 진료 수요만으로는 대규모 외국의료기관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이 어렵게 되자 정부는 외국 의료기관에 대하여 내국인 진료를 허용함으로써 외국의료기관이 경제특구 내에 대규모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하였다. 경제적 동기를 유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이라는 도구개념을 폐기하고 외국인에게 경제특구 내에서 현행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개설 관련 규정의 특례를 보장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도 영리병원 설립 근거가 명시되어 있다. 2004년 구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법률 제20조의4에 외국인의 ‘외국인전용’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여 제주도내에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을 설치하는 근거가 법률상 최초로 도입되었다. 이는 경제자유구역법의 입법례를 제주특별법 제정 시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이후 2006년도에 제주특별법이 제정되어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특례 규정에서 ‘외국인전용’ 제한이 삭제되었다. 이는 경제특구법 개정법률 제23조의 전례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법’에 따라 경제특구와 제주도 내에서 국민건강보험법상 당연요양기관으로서 건강보험환자에게 건강보험수가로만 의료서비스를 하여야 하는 내국인 개설 의료기관과 당연요양기관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건강보험 수가 적용도 없이 수가를 임의로 책정할 수 있는 외국인 개설 의료기관이 양립하게 됨으로써 의료서비스 제도와 관련하여 국민을 대상으로 “1國 兩制”(1국 양제)가 법률에 의해 실정법상의 제도로 구축되게 된 것이다.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및 취소 경과

2013년 서귀포시에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위해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설립된다. 그리고 2015. 6. 11. ‘녹지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의료기관 개설허가 사전심사청구 접수 및 ‘제주특별법’ 제307조 및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6조에 따라 개설허가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 최종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 녹지제주는 사업계획서에 진료 환자를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대상임”“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의료기관임”이라고 하여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5년에 제주도지사는 사업계획을 승인한다. 그리고 제주녹지는 2017. 7. 28. ‘녹지병원’ 준공 후 진료과목을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로 하고, 개설예정일은 ‘2017. 10. 1.’로 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신청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도민들의 영리병원 개성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당시 제주도지사인 원희룡이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심의위원회’가 ‘녹지병원’ 의료기관 개설 허가 문제에 대하여 ‘숙의형 정책개발’ 절차를 거치기로 결정한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2018. 10. 4. ‘녹지병원’ 의료기관 개설 불허 권고를 하면서, 보완 조치로 이 사건 의료기관을 비영리병원으로 활용하도록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그러나 전 원희룡 도지사는 도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2018. 12. 5.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한다. 

 

그러나 녹지제주는 2019. 2. 14.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3)하고, 이어 제주도가 2019. 4. 17. 녹지 제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2019. 5. 20.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하게 된다.4)

 

판결의 의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 판결 

1심에서 재판부는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결국 2심과 3심에서는 녹지제주가 승소하게 된다. 재판부는 녹지병원 사업계획부터 허가까지의 경과에 의할 때 ‘외국인+내국인’ 대상으로 개설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제주도지사가 예상과 달리 ‘내국인 진료 제외(조건부)’로 허가하였으므로 ‘주된 허가사항이 변경’되었다고 판단했다. 허가 절차과정에서 15개월이 소요되어 인력이 과반수 이상 이탈하였고, 계획 변경과 이에 따른 개원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녹지국제병원이 계획 재수립 의사를 밝히는 등 개원을 위해 노력 했으므로, 3개월 내 개원하지 못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재판부 판결에서 ‘녹지제주’가 제주특별자치도에 사전심사청구를 하면서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기 위하여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이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의 사업계획승인의 법적 효력과 이에 따른 제주도측의 개설허가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일탈하고 이를 그르친 위법을 범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에 대한 쟁점이 법정에서 다뤄지지 않았고, 결국 녹지병원의 개설은 정당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내국인 진료 금지 취소 판결 

관련 소송은 1심에서 녹지병원이 승소했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한 사업계획서의 ‘내국인 진료 제한’은 무시하고, 허가 시점에서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업계획 승인에서 분명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으로 승인이 이루어졌고, 제주도의 개설허가에서도 그 승인의 효력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녹지 제주 판결이 보건의료 체계에 주는 영향 

녹지병원 관련 판결에는 내국의료기관 역시 헌법상 평등의 원칙 관점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건강보험상의 수가 및 의료행위 법정제한 시스템에서 벗어날 자유를 보장하는 기계적 해석론을 적용했다. 이는 한국의 공적 의료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사법적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그리고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등 보건의료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경제특구나 제주자치도 내에서 외국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내국인 진료를 할 경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고가진료 시장(비보험,비급여)과 국민 대다수의 보험급여 시장으로 의료서비스 시장이 이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그 비율이 높지는 않겠지만 일부 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하여 또 다시 당연요양기관제 폐지 또는 적용 제외의 요구가 발생할 것이고, 최소한 경제특구나 제주특별자치도 내에 외국의료기관과 동일하게 비요양기관인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가하여 줄 것을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과거에도 경제자유구역 내 당연요양기관제 폐지완 관련한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당연요양기관제 폐지는 가시화 될 수도 있다. 

 

고가 의료시장이 형성될 경제적 가능성이 확인되면 경제특구 내에는 다수의 외국의료기관이 진출하게 되는데, 영리병원의 목적이 외국인 진료 유치가 아닌 내국인에 대한 외국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통한 고가의료시장 형성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경제특구에 예외적인 법제가 시행될 경우 외국의료기관의 비급여 시장 개방 요구는 실정법상의 근거 하에 그 설득력을 더하게 될 것이며, 결국 전면적인 비급여 시장개방이라는 악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영리병원의 실질적 설립은 당연요양기관제와 보험수가제를 전제로 한 전국민건강보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12.4개로 OECD 평균인 4.4개의 약 2.8배가 넘지만 위기 시 가동 가능한 공공병상은 인구 1,000명 당 1.2개(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OECD 국가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우리는 공공의료의 열악한 상황을 목도했다. OECD 평균보다 병상 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취약계층 환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던 이유는 민간병원이 그 역할을 방관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 강화이다. 건강보험의 체계를 뒤틀고 후퇴시키는 영리병원 설립이 아닌 공공의료의 강화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법’상의 영리병원 설립 근거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국회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1) 경제자유구역법(법률 제6835호, 2002. 12. 30, 제정)

2) 2005. 1. 27.자 법률 제7349호로 법률 일부개정 및 2005. 4. 28.자 시행된 법률

3) 제주지방법원 2019구합5148호

4) 제주지방법원 2019구합5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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