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5 2005-03-10   569

국민기초생활보장 분야의 평가 및 전망

1. 들어가며

국민의 많은 기대 속에 탄생한 참여정부는 ‘참여복지’ 실천을 보건복지 분야의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취임초기부터 내세운 ‘참여복지’를 구체화할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과거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를 이어나갈 업그레이드된 복지철학을 제시하지 못하는 속에서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대처 역시 지연되거나 신속한 대응에 실패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참여정부 초기에 인천의 손 모씨 가족의 자살사건과 같은 일련의 생계형 자살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긴급한 사회적인 대책이 촉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오다 최근에 대구에서 어린아이가 장롱 속에서 굶어죽은 채 발견된 사건과 부실도시락 파문이 일게 된 것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참여정부의 부실한 복지체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언론에서는 참여정부의 ‘지나친 복지’를 우려해 성장우선 정책의 목소리를 높였을 정도인데, 참여정부의 참여복지는 과거의 복지정책과의 차별적인 것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고, 일부에서는 심지어 더 후퇴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여정부는 신빈곤 해소와 관련하여 사안의 긴급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였고,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몇 가지 대책을 내놓았으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하였다. 참여정부 2년이 지난 상황에서 참여복지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아직 이르긴 하지만 최근 복지분야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신빈곤 대책과 국민기초생활보장관련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자 한다.

2. 참여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정책

참여정부는 기초생활보장 관련하여 크게 네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첫째 지역별`가구별 특성에 따른 최저생계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고, 둘째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이고, 셋째 차상위계층에게 개별급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고, 노숙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 참여정부의 기초생활보장 관련 공약사항

– 지역별ㆍ가구별 특성에 따른 최저생계비의 산출 및 적용

– 부양의무자기준의 완화

–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분급여(의료, 교육) 시행하여 자활의지 제고

– 노숙자에 대한 보호, 치료, 자활대책 강화

공약은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 개선 내용을 보면 아주 미온적인 변화만 감지될 뿐이다. 지난해의 경우 5년 만에 있게 되는 최저생계비 실 계측의 해였고, 따라서 연구기관인 보사연에서 지역별 최저생계비를 산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최저생계비를 적용하게 되면 예산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이유를 들어 2005년도부터의 적용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가구특성별 최저생계비의 경우 금년도에 계측 중에 있고, 이것의 적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앞으로 3년이 지난 뒤에야 또다시 최저생계비 실계측이 이루어질 예정으로 있으므로 참여정부의 최저생계비와 관련된 공약은 지켜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볼수 있다.

둘째 부양의무자기준의 완화에 대한 공약은 아주 일부만 지켜졌고, 획기적인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 기초보장수급자의 비율이 전체인구의 3%인데 비해, 비수급빈곤층의 인구가 7%내외가 된다. 비수급빈곤층이 존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불합리한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고자 2003년,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참여연대에서는 기초보장법 개정 청원을 하였고, 여러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위해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근로무능력가구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아주 미온적인 법개정이 2004년 3월에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시행도 2005년 7월로 미루어져 있다. 바람직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예산의 증가를 우려한 예산당국의 반대이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또다시 부양의무자기준 관련 법 개정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셋째, 차상위계층(비수급빈곤층 포함)에 대한 부분급여를 실시한다는 공약은 아주 부분적으로 이행되고 있으나 이 또한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주로 의료급여의 혜택이 필요한 가구를 중심으로 확대해 가고 있는 상황이나 수급자 수에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3. 보건복지부의 미비한 자구책

참여정부의 초기인 2003년도 여름부터 잇따른 빈곤층의 자살 등으로 사회안전망의 부실이 드러났고, 차상위빈곤계층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벼랑 끝에 내몰린 빈곤계층에 대한 신속한 긴급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었다. 그 과정에서 2003년도에「8.4. 긴급대책」과 「9.3 사회안전망 강화대책」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대책은 수급자 선정기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기존 제도에 관한 홍보를 강화하고, 수급자를 극소수 확충하는 것에 대책의 내용이 집중되어 있었다. 이러한 것이 참여정부의 신빈곤에 대한 유일한 대책이 되어 왔는데, 이는 문제의 원인과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 정책을 확고히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리고 일하는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차상위빈곤계층의 부분급여 등 사회안전망의 구멍을 메우는 것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제도를 비롯한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방안,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차별해소 및 이의 양산 구조 철폐, 분배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조세 등 각종 사회정책의 구조변화를 함께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총체적 접근 없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아주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4. 향후 전망

여러 분야의 비판적인 시각 때문인지 최근에 참여정부에서 몇가지 저소득층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표1>과 같다.

[표1]정부의 저소득층 대착 마련의 주요내용

-표없음

최근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는 현재 연구 검토 중에 있고, 올 하반기에 입법 예정으로 있다. 근로소득보전세제란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의 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 수준에 못 미칠 경우 재정(세금)을 통해 보전해 주는 마이너스 세금제도, 즉 저소득층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으면서 세금이 소득구간별로 설정된 공제액 한도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정구간까지는 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하면서도 빈곤한 근로저소득층은 획기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약간 웃도는 빈곤층이 근로의욕을 잃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편입되려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한편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높일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저소득층의 소득파악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과세체계를 개인별 과세에서 가구당 과세로 바꾸어야 하는 등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EITC제도의 도입이 자주 논의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주는 제도”라는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다. ‘수급자 선정기준을 완화해서 수급자를 확대하게 되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일하려는 의욕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EITC와 같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최저생계비에서 소득을 감하고 차액을 지급하는 보충급여시스템이 근로의욕을 저해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근로의욕을 유지시키는 인센티브 장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EITC제도와 같은 것은 기초보장제도와 별도로 기초보장제의 우산과 같은 역할을 하여야지 기초보장제도를 대체하여서는 곤란하다. 현재 일부에서는 기초보장수급자 중 근로능력이 있는 가구에게는 EITC제도에 의한 지원을 받는 대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는 기초보장법 제정의 의의를 훼손시키는 처사가 될 수 있다. 근로능력자가구라고 하더라도 그 가구에는 근로무능력자인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EITC에 의한 지원이외에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전국민의 기초생활보장시스템이 바람직해지기 위해서는 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 확대를 통한 문제해결과 EITC제도와 같은 근로의욕 유지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어야 한다. 또한 근로능력자가구에 대한 지원은 늘리면서 근로무능력가구인 비수급빈곤층에 대한 보호를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최근에 정부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의 개선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근로의욕 유지와 근로무능력자에 대한 보호는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의 결과 빈부격차가 확대되었고, 불완전 고용자들의 저임금, 영세자영업자의 확대로 인해 신빈곤층(근로빈곤층)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데,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아주 제한적인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제도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공평하지 못한 소득분배를 사회보장정책을 통해 균형 있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가구들은 노동능력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어야 하고, 수급자를 포함하여 차상위 근로빈곤층에게는 일할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하는데 부족한 소득이 있다면 그것은 EITC제도와 같은 방식으로 보완해 주어야 할 것이다. 빈곤층 인구가 전인구의 10%내외에 달하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EITC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예산은 새롭게 추가로 마련되어야할 예산이고, 기존의 기초보장예산에세 대체될 수 있는 예산이 아니다. 이러한 예산상의 문제가 구빈곤층, 신빈곤층에 대한 정부 대책의 전망을 더 이상 어둡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허 선 /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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