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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12.10
  • 1193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실직노숙자의 문제는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로 진입하는 한국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한국사회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고도 경제성장을 통하여 절대빈곤문제의 대부분을 해소하였고, 빈곤문제는 사회복지의 주요한 관심영역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었다. 빈곤계층의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은 여전히 사회복지 서비스의 주요 대상자였지만, 빈곤문제 자체는 사회복지제도를 통한 접근보다는 경제영역에서 생산력의 증대와 경제성장을 통한 전체 파이를 키움으로써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설득력을 지니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빈곤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공공부조제도는 현금급여를 최대한 억제하고 노동능력이 있는 빈곤계층은 노동시장으로부터 욕구충족에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도록 장려되었고, 빈곤계층 중 특수한 집단을 중심으로 현급급여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구조화되었다.

1997년 말부터 시작된 경제위기와 대량실업사태는 노숙자를 대량배출함으로써, 일자리를 잃은 빈곤계층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였다. 실직노숙자들이 등장하는 추이와 특성을 개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O 1998년 2월 서울역 부근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

O 1998년 3월 노숙자를 지원하기 위한 종교ㆍ사회단체 연합회 결성

O 1998년 4월 서울역 지하보도, 남대문 및 시청 지하보도, 을지로 지하보도 등에 약 400여명 노숙자 관찰됨, 중앙정부 차원의 노숙자 대책이 마련됨(숙소, 무료급식, 상담)

O 1998년 9월 서울시 차원의 대책이 본격화 됨(100개의 노숙자 쉼터 마련, 사회복지관 참여, 서울시 노숙자대책협의회 발족)

O 1998년 말까지 전국에 약 6,000여명의 실직노숙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O 1999년 10월 경제회복, 실업률 5%대로 감소, IMF 위기국면 탈출하였다는 일반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노숙자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전국에 약 5,800여명의 노숙자가 상존하는 것으로 추정됨.

O 노숙자의 실태(1998년 12월에서 1999년 1월까지 노숙자 110명에 대한 심층 조사결과. 정원오 외,《노숙의 원인과 양상》)

- 연령 : 30대, 40대가 주류(각각 43.6%, 29.1%)

- 학력 : 중학교 이하 학력이 대부분(무학 및 초등학교 28.2%, 중학교 중퇴 및 졸업 30.0%, 고등학교 중퇴 12.9, 고졸 미만의 학력이 전체적으로 71.1%에 달함)

- 불우한 성장배경과 조기취업 : 노숙자의 약 30%는 어린 시기에 부모가 사망했거나 가족해체를 경험함. 어린 시기에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직업활동 시작함(15세 이전에 24.1%가 취업 경험)

- 독신생활 혹은 불안정한 가족구성 : 합법적인 결혼경험이 있는 경우가 41.8%에 불과함. 58.2%는 독신생활 혹은 동거형태의 부부생활)

- 직업배경 : 영세 서비스업(33.7%)과 건축일용노동(22.1%)이 이들의 직업적 특성임.

- 주거생활 : 월세방(35.2%)이나 일세방(21.9) 형태의 주거생활을 함.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직장과 숙소가 분리되지 않는 생활을 경험하는 사례가 높음(약 17%)

이상의 노숙자실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노숙자문제는 곧 계층문제이며 빈곤문제라는 점이다. 실직노숙자들은 일자리 상실로 촉발되었지만, 그리고 주거공간의 상실이라는 현상적인 형태로 드러나지만, 이들은 오랫동안 빈곤층을 형성하면서 불안정한 주거공간과 가족구성 그리고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직업군에서 불안정한 소득획득과 소비생활을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므로 일자리 상실이 곧 노숙생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바람직한 노숙자대책은 발생한 노숙자에 대한 지원대책보다 노숙자의 발생을 예방하는 분배정책과 저소득계층의 안정적인 소득유지 정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서울의 경우 노숙자 숙소인 희망의 집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1999년 11월 현재 약 3천 5백여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는 최근에 입소한 사람들도 있지만, 6개월 혹은 1년 정도를 생활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 중에는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아 다시 사회로 복귀한 사람들도 있고, 숙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거리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노숙자로 전락하지 않고 주거지에서 근근히 생활하던 사람들 중에 겨울철 일용노동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서울역 부근으로 모여드는 신규 노숙자도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의 노숙자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정한 정형을 가진 사회문제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나가고 들어오고 거리와 쉼터를 오가는 반복과 악순환 속에서 일정한 규모의 노숙자들은 항상적으로 존재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벤처기업들은 화이트칼라 중심이다. 컴퓨터 관련 직업은 하드웨어 분야보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첨단 서비스업 형태로 급증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관련 서비스업은 백화점과 창고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대형화하고 있다.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의 산물이 빈곤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는 부분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빈곤계층이 주로 종사하는 건축 일용노동, 영세 서비스 관련직업의 일자리가 호전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기 때문이다.

산업구조의 재편에 따른 인력공급의 재구조화 정책과 빈곤계층의 소득보전을 위한 정책적 개입이 요청된다. 특히 빈곤계층에 직접적인 지원이 그 주요한 기능인 공공부조제도의 정상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1999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이러한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전히 우려되는 점은 법적인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정적 여건과 전달체계의 미비를 이유로 생계급여 대상자를 과도하게 억제할 경우이다. 이럴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취지를 준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 관련부처의 충실한 준비를 촉구한다.

한편 사회문제로 고착되고 있는 노숙자들을 직접 지원하는 대책도 체계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대책은 거리의 노숙자들을 쉼터로 흡수함으로써 거리의 생활이 심신을 파괴하는 부정적 요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일시에 많은 노숙자 쉼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용시설인 사회복지관이 수용시설의 역할까지 떠안아야 하는 등 부적절한 요소가 있었다. 또한 사회복지사업법에 노숙자 관련 시설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노숙자 쉼터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며, 노숙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실무자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 혹은 노숙자지원법 제정 등의 제도적 틀을 만드는 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규가 담아야 하는 내용은 노숙자 관련 시설의 체계화와 지원내용의 구체화이다. 노숙자관련 시설은 단기 쉼터, 장기 요양시설, 가족노숙자 생활시설, 여성노숙자 생활시설 등으로 구체화하고 단기 쉼터에서 직접 사회복귀가 어려운 노숙자들은 관련 사회복지시설로 이관될 수 있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현재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은 수요자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노숙자를 위한 단기 쉼터에서 노숙자들의 욕구를 사정한 이후 다른 복지시설로 이관해야 할 것으로 판정하더라도 보낼 곳이 없는 상태이다. 정신질환 노숙자, 장애노숙자, 요양노숙자, 노인노숙자 등은 관련 사회복지시설에서 보호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뒤섞여 있는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숙자의 분류와 그에 따른 지원서비스체계가 확립되어야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거리의 노숙자 → 쉼터 입소 → 노숙자 욕구진단 → 자립가능 노숙자와 장기요양 및 재활 노숙자의 분류 → 자립준비 서비스, 장기시설 이용자의 이관 → 주거지원서비스 → 사회복귀 등으로 이어지는 지원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결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은 사회복지시설의 확대이다. 시설에서의 수용보호는 기본적으로 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시설보호자체가 부족한 상태에서 탈시설화의 주장은 공허하다.

정원오 /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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