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8-01   1618

[복지톡] 한국은 복지국가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한국은 복지국가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및 정리 조희흔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소득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 시민사회단체로써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올해 2월부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된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를 만나보았다. 학부와 석사는 물리학을 공부한 그는 모두가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는 모두가 행복한 삶을 만들기에 적합한가? 적합하지 않다면, 복지 제도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변화를 위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어떤 의제를 던져야 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물음표만 가득해지는 질문들을 안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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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사진출처=본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99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모교인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가서 대학원 상담을 받았더니 서울대학교는 시험을 봐야한다고 하더라고요. 다시 시험을 보긴 싫어서 유학을 갔습니다. 미국에서 석박사 5년을 마치고 직장생활 1년, 대학에서 교수로 4년간 일하고 2009년에 귀국했어요. 

김진석 위원장은 10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에서 민교협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민교협 상임의장이던 조희연 현 교육감과 임종대 교수의 추천으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원래 참여연대에 오고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조금 더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활동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원래 참여연대에 오고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참여연대의 존재와 사회복지 분야에서 운동을 할수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조금 더 밖에서 시간을 보낸 후 들어오고 싶었거든요. 귀국해서도 2년 정도는 집과 학교만 왔다갔다하며 지냈고, 2011년부터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활동을 시작했어요. 참여연대에 들어오기 직전 민교협에서 사무처장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상임의장이던 조희연 교수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추천했어요. 그렇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19대 대통령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참여연대에서도 정책 논의가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복지위원회는 소득보장, 보건의료, 사회서비스 각각의 분야에 TF를 두고 대선의제를 논의하는 중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복지 제도를 논의할 때 가져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소득보장 제도의 한계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결국 가난한 사람들, 삶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을 완전히 포괄하고 있느냐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실제로 복지의 사각지대로 인해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고, 타의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제도가 충분하지 않고 삶의 문제를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제안하는 정책의 방향이 뭐가 되어야 하냐는게 중요합니다. 코로나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는 지금상황에서 우리가 대선TF에서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거대한 정책의 흐름 속에서 보편적인 소득보장을 강화한다는걸 큰 방향으로 가져가려 합니다. 사회보험의 형태든 재정의 형태이든 사회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상수라고 생각합니다. 대선을 앞두고있는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하는 의제는 최소한 자신의 삶의 문제, 예를들어 직장, 나이, 가정환경, 가구구성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더 이상 빈곤은 없다를 선언할 수 있는 정도의 바닥을 깔아줄 수 있는 제도가 고안되어야 해요.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도 사회수당을 주장하는 사람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강화해야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게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제도가 신설될지는 조금 더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정책목표 자체를 “빈곤제로”로 하고 제도를 두텁게 만들어 나가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이 논의를 기반으로 양극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실행위원은 30명이 훌쩍 넘는다. 각자의 분야가 있고 각자의 생각이 있을텐데, 김진석 위원장은 여러 실행위원의 다양한 의견을 잘 절충해 하나의 의제로 끌고가는게 위원장의 역할이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제시해야 할 원칙에 대해선 동의된 바가 있기 때문에 논의를 통해 과제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병상부족을 경험한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이 매우 강조되었다. 유럽을 비롯해 의료의 공공성이 보장되어 있는 여러 선진국들은 보건의료도 복지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보건의료를 유료 서비스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복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보건의료 정책이 발전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이에요. 저는 보건의료도 사회서비스의 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보건의료 공급자 측은 아니라고 생각할 거예요. 보건의료정책은 사회서비스라는 큰 틀 안에서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서비스에서 이야기하는 공공성 강화가 침투 되어야 하는 영역인데, 문제는 보건의료의 경우 특히 공급자 중심성이 훨씬 커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죠. 그래서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어려운 영역이에요. 우리가 아군으로 삼을 수 있는 공급자도 매우 적습니다. 이게 현재 상황인 것 같아요. 보건의료영역의 공공성 강화의 핵심은 공공시설의 확장과 공공의료인력의 확장, 이렇게 두가지 일텐데 여전히 남겨진 과제예요. 이 두가지의 공공성이 일정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전달체계를 아무리 바꿔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예요. 의료인력과 시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여러 법적인 제도, 예를 들어 건강보험 등의 많은 정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공공시설의 확장과 의료인력 등 공공인프라 확장 정책을 제안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전달체계 안에서의 거버넌스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있습니다. 의료 공공성이 확충된다면 바로 다음단계에서 논의해야 할 이야기예요. 인프라를 확장하고 난 후 그것을 민간에 맡겨놓을 수 없으니 보건의료 영역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같이 꾸려져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그동안 가족에게만 맡겨져있던 돌봄 영역의 한계가 드러났다. 가족 중심 돌봄의 두드러진 문제 현상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할 수 있는 참여연대의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사회서비스 영역은 제도가 있는듯 없는듯하다고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제도는 너무너무 많은데 여전히 어느 한 쪽에서 구멍이 나고 있는게 현재 돌봄 정책의 한계입니다. 다른 한편으론 사각지대가 계속 생겨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돌봄은 삶이고, 사는 것 자체가 돌봄입니다. 이는 제도가 내 삶을 케어 해준다는 뜻인데, 그러다보니 제도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돌봄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서 끊임없는 협의와 존중, 신뢰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돌봄 정책과 개별 정책의 꾸러미들이 과연 제공자와 대상자 사이의 협의, 존중,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질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돌봄,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문제점은 민간중심성에 있어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영리추구의 도구로서 사회서비스 정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시장화된 영역 내에서의 인간적인 관계가 얼마나 피폐해질수 있는지 확인한 바 있어요. 사회서비스 영역을 이야기 할 때 전달체계의 파편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서비스 체계가 공급자 중심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제도를 보면 이용자의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1번과 3번, 5번인데 지금은 1번, 2번, 4번 제공자만 있어요. 이용자에게는 필요없는 2번, 4번 서비스와 필요하지만 받지 못하는 3번, 5번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입니다. 왜 공급자가 파편화 되어있냐하면 제도가 그렇게 설계되어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는 제도에 의해서 설계되고 재정이 지원됩니다. 재정정책에 의해 수가가 결정되고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공자가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돈이 되지 않는 3번, 5번 서비스를 줄 수 없는 거예요. 이런 공급자 중심의 구조를 이용자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와의 협의를 통해 이용자 욕구를 판단하고 그 사람의 욕구를 설계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설계에 기반해서 A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욕구가 있으니 정책을 만들라고 얘기할 수 있죠. 정책을 하나하나 국가처럼 덩치가 큰 곳에서 만들수 없으니 사회서비스는 기초지자체에서 지역에 맞게 만들도록 해야합니다. 이 지점에서 지자체가 그런 기획능력과 정책적 의사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또 문제입니다. 이 권한을 지자체한테 주자는게 저희도 논의하고 있는 복지분권적인 접근이에요. 사회서비스 영역의 핵심은 지역사회에서 그들이 필요로하는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사례 관리 계획, 서비스 제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해 공공, 지자체가 책임지고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하기 위한 기획과 조정을 하기 위한 정치적 능력, 권한을 지자체에게 주는 것이 복지분권입니다. 지자체가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물리적 조건은 사람과 돈인데, 재정의경우 중앙정부가 최대한 책임을 지고 공급을 해주자. 라는 것 입니다. 지자체의 규모마다 편차가 생긴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에 대한 권한은 지자체가 갖고, 중앙정부는 각 지역의 돌봄 대상자들의 삶이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대한 결과로 지자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자는게 사회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지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돌봄영역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돌봄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근거법이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현장에선 어려움이 크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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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9(목) 오전 9시 30분, 사회서비스원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사진출처=참여연대>

사회서비스원법을 끌고왔던 운동세력, 공급자, 이용자가 있습니다. 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 정책실패의 경험을 주게 됩니다. 운동적인 차원에서도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도, 복지정책 활성화에 대해서도 안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통과 되어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다음 단계에서 법을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을 통해 보완해야 하겠죠.

마지막으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으로써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시민사회단체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물어보았다.

코로나 상황이라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하는 일들이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특수성이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우리나라 복지국가의 정치적 동력이 참여연대와 같은 주요 시민단체의 활동이라고 진단하고 있는데, 틀린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동력이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정당이 시민단체의 의제를 받아서 움직이고 있고, 심지어는 시민단체보다 당이나 정부가 의제를 선도하는 경우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참여연대는 무엇을 할 것이냐 묻는다면 조금 더 참여연대 본연의 역할, 권력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이나 정부가 하려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겠고, 그 정책들이 경로를 잘 찾아 가는지 검토하고 모니터링 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원래 해왔던 주요한 다음 의제를 던지는 역할도 해야하겠죠. 이것들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역할이자 앞으로도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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