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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05.01
  • 246

사유리씨 가족 :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위한 행진

성정숙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 사회복지연구소 물결 공동대표

 

‘비혼 출산’에서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까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사유리씨 가족을 만난다. 아빠의 육아 이야기를 풀어냈던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엄마 사유리씨의 육아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또 어떤 질문을 던질지, 그 파급력은 어떨지 새삼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출연 소식과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과 방송국 시청자권익센터에 등장했던 ‘잘못된 비혼 출산을 장려한다’며 하차를 요구한 글1)은 이미 가족의 변화가 뚜렷하고 다양한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현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의견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으며, 오히려 우리 사회가 넘어서야 할 ‘정상가족 프레임’ 을 선명하게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기고 있고, 사유리씨 가족 역시 그 중 하나이며, 가족의 한 형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과한 우려를 한다고 사유리의 출연을 취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방송국의 입장에는 조금씩 변하고 있는 사회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2) 일련의 논란은 마무리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던져진 질문, “왜, 이 가족은 건강한 가족이 아닌가요?”라는 물음의 파동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사유리씨 가족의 첫 출발은 그야말로 비범했다. 2020년 11월 사유리씨는 결혼하지 않고 배우자 없이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낳은 ‘자발적 비혼 출산’ 사실을 공개했다. 소위, ‘사유리가 쏘아올린 공’은 마땅히 거쳐야 하는 인간발달단계의 핵심 과업이 된 ‘남녀의 결혼과 결혼 안에서의 출산’이라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도발적인 방법으로 강타했다.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은 누군가는 생식기술과 관련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하겠지만, 사람이 서로 보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관계 구성 방식들을 ‘이성애 결혼 의 정상가족’이라는 작은 상자 하나에 구겨 넣고 봉인했던 것을 풀어 꺼내놓은 중대 사건이기도 하다. 던져진 핵심 질문은 “누구와 어떻게 가족을 이루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고 하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관한 것이다.

 

특히 ‘결혼’이라는 사회적 의례를 거치지 않아 가족을 구성하는 주체로서 열외가 되었던 비혼 여성 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 재생산의 권리를 실현하면서 사유리씨는 용감하게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으 며, 예상치 못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사실 ‘누구와 함께 어떤 가족을 이루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의 생애 질문은 주로 ‘법적인 결혼과 결혼 안에서의 출산’이라는 범위 안에서 답해져 왔다. ‘저출산ᆞ고령화로 인구절벽과 멸종 가능성이 큰 사회’라는 위기 담론이 압도적인 위세 를 발휘했고, 국가의 정책은 ‘비혼 인구를 결혼시 키기, 출산장려금 지급하기’ 등 결혼과 출산을 촉진하여 해결하는 방향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르지 않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거나 비혼과 무자녀를 ‘선택’하는 사회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결혼=출산’의 공식 폐기와 혼외출산율의 의미

매년 5월 즈음에는 연례행사처럼 ‘가족’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는데, 주로 가족에 관한 의식 변화에 관한 내용이다. 생애사적 과제로서 명확했던 결혼과 출산의 사회적 위치가 약해졌고, 이제 더는 ‘양친부모와 생물학적 자녀로 이루어진 4인 핵가족’ 의 모습이 가족의 대명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미혼’(未婚)이 아니라, 선택의 의미를 강조한 ‘비혼’이란 단어가 더 적절한 것으로 사용 되고 있다. 202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년 대상 조사에서는 결혼에 대해 여성과 남성 모두 유보적인 태도의 응답 비율이 절반이 넘었다. 특히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성의 응답은 23.9%로 남성의 11.0%에 비해 높았다. 또한 자녀가 없는 청년 중 여성과 남성 모두 약 40% 내외가 출산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로 응답하였고, 이 중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응답한 여성은 41.4%, 남성은 22.7%로 나타났다.3)

 

2019년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 3명 중 2명은 “혼인ᆞ혈연에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으로 인정한다”라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과반이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지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라고 동의했다. <그림 2-1>에서 살펴보면, 제시된 질문 중 ‘미성년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한 수용 수준이 29.5%로 가장 낮은 수치였지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 ‘결혼하지 않고 동거 하는 것’, ‘결혼하더라도 무자녀인 것’,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출산하는 것’ 모두 50% 이상의 상당한 수준의 동의를 받았다.

 

결혼과 출산이 생애의 정상적 규범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지로 위치를 바꾸고있고, 다양한 형태를 가진 가족을 수용하는 태도 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인식 변화와는 달리 국가는 여전히 ‘법률혼과 결혼 안의 출산’만을 장려하고 지원할 뿐, 그 경계 외부에 있는 가족을 인정하고 차별 없이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작업은 답보상태에 있다. 

<그림 2-1>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동의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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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여성가족부(2019),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 결과” 중 (그림 3) 인용. http://www.mogef.go.kr/nw/enw/nw_enw_s001d. do?mid=mda700

 

우리 사회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안에서 재생산권을 오직 법적 결혼제도 안에서만 허용해왔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혼외출산율이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최저 수준인 것처럼 결혼제도 바깥에서 태어나는 혼외출산율 역시 오랫동안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 다. 2018년을 기준으로 OECD 평균 혼외출산율은 40.7%이며, 프랑스는 이보다 훨씬 높은 60.4%, 스웨덴은 54.5%, 영국은 48.4%, 그리고 스페인 47.3%, 미국 39.6%, 이탈리아 34.0%, 독 일 33.9% 등으로 집계되지만, 한국은 불과 2.3%에 불과하다(<그림 2-2> 참조).

 

<그림 2-3>은 혼외출산율이 출산율과 연관된 경향을 잘 보여준다. 즉 혼외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출산율이 더 높은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혼외출산율이 낮은 국가들은 출산율도 더 낮은 경우가 많다. 가족 구성에서 혼외 출산이 문란한 섹슈얼리티로 부정적으로 여겨지고, ‘결혼=출산’의 등식이 규범처럼 강조되는 전통적인 모델에서는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 건수가 감소할수록 출생아 수도 감소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 혼외출산율이 2.3%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다는 사실에서 간파해야 하는 숨은 그림은 ‘결혼=출산’이라는 전통적 생애 모델만이 가능하도록 개인의 삶을 강박적 으로 규제와 차별, 억압이 작동하는 사회라는 점이다.

 

<그림 2-2> 주요 국가 혼외출산율 추이와 한국 혼인 건수 및 출생아 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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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뉴시스(2020년 12월 11일자 보도), “한국 혼외출산율 2.3% OECD ‘최저’...미국ᆞ영국 40% 넘어” / 세계일보(2021년 1월 28일자 보도), “1,000명 당 혼인 4건...‘아기 울음이 줄어든 이유’”

 

<그림 2-3> 혼외출산율 상위 국가 및 하위 국가 출산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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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중앙일보(2018년 3월 30일자 보도), “북유럽ᆞ프랑스 등 혼외 출산 많은 선진국, 출산율도 높다”

 

반면 프랑스ᆞ스웨덴 등은 반드시 ‘결혼=출산’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친밀한 관계를 이루고 살아갈 수있는 생애 모델을 추구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가족 구성의 선택지가 다양하며, 그 선택지에 사회적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정책을 만든다. 혼외출산율이 60%에 이르는 프랑스는 1999년 동거 관계를 인정하는 ‘시민연대계약’ (PACS)을 제도화하여 동거 가구에도 가족수당, 육아수당,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동거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 독일의 파트너등록법, 네덜란드의 동반자등록법, 스웨덴의 동거법 등은 모두 다양한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 하고, 법률혼과 차별 없이 사회보장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이들 국가는 법률혼과 혈연관계를 뛰어 넘어 다양한 가족 구성이 가능하고, 가족 형태에 따라 어떠한 불평등이나 차별이 없도록 법적, 제도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족 다양성 정책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수용하자’라는 캠페인도 아니고, 다양한 가족을 소위, ‘정상가족’, ‘일반가족’과 다른 ‘취약 집단’으로 호명하며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개인의 생애에 가족다양성이 들어오는 것

‘가족 다양성’의 이슈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음을 단순히 열거하거나, 이들의 취약성만을 꼬집어 정책대상 리스트에 올려놓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 다양성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을 구성하여 함께 살아갈 권리’에 관한 이슈이며, 이 권리로부터 배제되어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배제에 놓이는 개인들의 삶을 드러내고 그 조건들을 변화시키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다. 그러나 가족의 정상성, 가족의 건강성을 전제한 후에 이해하는 ‘가족 다양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순남 (2021)은 “사회는 가족이라는 틀이 매우 견고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한 개인의 삶에서도 가족의 형태는 유동적이다. 살다가 1인 가구가 될 수도 있고, 동거 가구가 될 수도, 이혼 가구가 될 수도 있듯이 개인의 생애에 가족 다양성이 들어온다.”라고 설명하면서 “가족 다양성은 특정 가족이나 특정 개인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있는 다양한 삶의 양식”이라고 강조한다.4)

 

‘다양한 가족’은 ‘정상가족’과 ‘일반가족’과 다른 어떤 가족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살아가면서 구성하는 가족이다. 명사로서 주어진 특정한 가족이 아니라, 생애과정 동안 동사로서 실천된 다양한 ‘가족하다’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 가족’, ‘취약 가족’ 역시 정상가족을 제외하고 특정한 가족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가족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생애 사건으로서의 위기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사회가 이러한 위기를 만나는 개인에게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보편적이고 충분한 지원정책을 제도화하고 있는가이다.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넘어서 서로를 돌보고,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관계들을 인정하고 지원하며 필요한 사회적인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개인의 삶에서 다양한 생애모델이 가능하도록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개인을 지원하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현재, ‘다양한 가족, 가족 다양성’이라는 구호를 내걸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한부모가족, 미혼모가족, 미혼부가족,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재혼가족 등”을 결핍되거나 결함이 있는 취약가족으로 정책대상으로 나열하면서 이 가족들이 직면하게 되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을 규명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보다는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지원과 시혜적 ‘혜택’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공유되면서 정책 관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최근 마련 된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안’은 건강가정의 개념을 고수하던 기존 견해와는 좀 다르게 가족을 ‘정상 가족 대 취약가족’으로 구분해 온 패러다임의 한계를 인정하고 건강가정기본법의 전면개정과 가족 형태에 기반한 차별과 법률혼ᆞ혈연관계를 넘는 다양한 가족들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건강가정기본법 전면개정안 통과를 촉구 하는 시민단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개정안 내용 의 핵심은 건강가정 단어를 삭제하고 중립적인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변경하고 개별 조항에서도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족지원”, “가족정책” 등의 용어로 변경하며 “가족”을 정의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하는 차별을 해소하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 중의 하나로 하면서, 가족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하여 적극적 인 대응방안을 규정하고 있다.5)

 

하지만 이는 오랫동안 유예되어왔던 변화를 받아들이는 첫 발걸음일 뿐, 실제 서로를 돌보고, 다양한 친밀성과 유대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가족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다양한 가족’의 의미를 우회하지 않는 정면 돌파를 위해서는 건강가정기본법의 폐지와 함께 새로운 가족정책 패러다임을 담은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며, 민법 제779조 가족 개념 삭제와 다양한 관계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 등록법, 그리고 차별과 불평등해소를 위한 차별금 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6)

 

사유리씨 가족과 송파세모녀의 가족 : 사회복지의 ‘가족’ 운영 효과

사유리씨가 쏘아 올린 공, ‘가족을 구성할 권리’는 또한 ‘가족이 살아갈 권리’와 떨어져 논의될 수없다. 사유리씨 가족과 송파세모녀의 가족은 이 지점에서 만난다. 사회복지는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영역이다. 송파세모녀 죽음 이후로도 가족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는데, 왜 가족이 함께 죽고 있는지, 특히 그들 중 다수가 왜 모녀가족인지, 죽음을 통해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삶에 대해서 질문이 필요하다.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오랫동안 국가의 책임에 앞서 가족을 개별 시민의 사회복지를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단위로 호명하고, 가족이 일차적인 돌봄과 삶의 조건을 제공하도록 하는 부양의무자 제도를 운용했다. 지속적인 부양의무자제도 폐지 운동으로 주거급여, 생계급여 등에서 부분적으로 폐지되었지만, 아직 여전히 남아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매우 경제적인 과정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매우 문화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부양의무자제도 폐지의 불가 이유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경제적 측면과 부정수급자와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는 문화적 측면에 관련된다. ‘예산상의 문제’는 결국 국가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비용을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동의어에 불과하며, 국가가 사회복지지출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복지 에서 가족책임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복지국가 지향’이라는 표면적인 정책구호에 가려진 정반대의 실제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다.

 

사회복지에서 ‘가족’을 호명하고 운영하는 방식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 역할이 도드라진다고 할 수 있다. 수급자의 노동능력과 소득, 재산 등을 엄격 하게 심사하여 수급자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대신 ‘무능력자, 의존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강력하게 부여하여 노동윤리를 강화하는 것처럼, 사회복지에서 국가보다 가족책임이 우선이라는 점을 법과 제도로 당연시하고 정당화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 책임주의를 바람직한 가족 가치로 규범화하고 ‘생존공동체, 운명공동체, 행복공동체’라는 가족신화를 시민들에게 내면화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하여 대부분 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단위 자체가 ‘가구’라는 점은 정책안에서 ‘개인’, ‘시민’을 오롯이 ‘가족’ 안으로 구겨 넣는 방식으로 삭제해 버린다. 이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사회복지 영역의 ‘가족’ 운영 방식이 갖는 매우 강력한 효과이다.

 

하지만 ‘가족’은 사회와 함께 변화하고 있고, 가족에 의해 안전망과 생존이 확보되는 방식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보편’이 될 수 없다. 평생 가족구성원 모두의 생존과 복지를 책임지고 부양하는 ‘전형적인 가족’은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지고 없다. 가족의 생존과 복지는 현대사회에서는 ‘국민’의 생존과 복지로 개별화되어 국가의 책무가 되었지만, 우리사회의 사회복지는 여전히 가족을 우선하고 가족을 경유하며, 또한 그 가족을 전형적인 정상가족 으로 전제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지급한다고 결정했을 때, 지원금 지급기준은 4인 가족이었을 뿐만 아니라, 신청방식도 세대주가 신청하여 가구별 인원수에 따른 지급액을 전액 받는 방식이었는데, 개인의 삶의 결은 전혀 무시한 채, ‘4인 가족의 대표 세대주’가 전국민으로 손쉽게 치환되는 방식은 사회복지가 가족을 상상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대주에게 간 재난지원금이 가구원에게 모두 평등하게 배분되었을까? 다양한 모습으로 그 ‘가족’ 안에서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 살더라도 자기 몫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무시했다. 이혼소송 중이거나 별거 중인 세대원, 가정폭력 피해자, 탈가정 성소수자 청소년,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중증장애인, 거리의 노숙인, 아직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결혼이 주여성 등 재난의 영향력을 더 심각하게 받는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가족을 경유하지 않고 개인으로 받는 재난지원금이 필요했다.

 

가족에게 가족구성원의 생존과 복지가 일임되면 될수록 경제적 궁핍함으로 가파른 벼랑 끝에 선 가족은 살아갈 권리와 기회를 박탈당한 채 운명 공동체로서 가족과 함께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상황에 몰린다. 모든 개인을 가족 안으로 밀어넣고, 국가의 책무를 뒤로 빼놓은 채 가족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면, 실낱같이 이어져 왔던 가족과의 관계를 스스로 단절해야 하거나, ‘가족관계 해체 사유서’로 가족과의 단절의 역사를 확정하고 낱낱이 증명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한 개인, 한 시민으로서 인간다운 생존과 삶이 가능하지 않다면 가족관계에서 친밀한 결속과 유대 역시 불가능 하며, 오히려 가족의 비극을 초래한다.

 

따라서 국가의 최우선 역할은 한 개인으로서의 국민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고, 이를 가로막는 차별과 불평등, 사회구조적이고 문화적인 제약들을 해소하여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실현을 위해 사회복지는 정상가족, 건강가족을 기준으로 규범화하는 것과 다양한 가족들을 정책대상으로서의 취약계층으로 구분하여 나열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국가가 규격화해놓은 ‘가족’의 운영자가아니라, 전 생애동안 차별없이 원하는 가족을 구성하고 가족을 실천하며 존엄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개인,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와 과업을 직시해야 한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가족구성권 운동은 이성애 4인 핵가족에게 전제되는 정상성과 우월성을 해체 하고, 그 자리에 다양한 친밀성의 관계가 평등하게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개인의 ‘가족실천’에 주목한다. 개별 시민이 생애 동안 실천하게 될, 동사로서의 다양한 ‘가족하다’가 시민의 권리 로서 인정되고, 함께 살아갈 권리가 보장되도록 실질적인 물적 토대와 제도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분명한 것은 가족구성권 운동이 ‘그 가족’을 구성하자는 것이 아니므로 ‘그 가족’에 대한 비판 적 성찰이 필요하다. 가족신화에 가려진 현실의 삶으로 특권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하고 상속하기에 여념이 없는 자본주의 얼굴을 가진 가족과도 직면해야 한다. 가족안으로 교차하는 젠더, 계급, 인종, 장애, 연령, 학력 등 사회적 불평등을 만드는 분할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가족구성권은 ‘가족’의 경계에 갇혀 있는 권리가 아니라, 존중과 인정, 자유와 평등,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에서 생애과정에서 다양한 친밀성의 관계를 만나면서 유대를 이어가며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돌봄 관계 망을 확장해나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뉴시스(2021년 3월 28일자 보도), “사유리 ‘슈돌’ 출연 반대 청원 등장...누리꾼 갑론을박”, 출처:https://newsis.com/view/?id=NISX20 210328_0001386012&cid=

2) 연합뉴스(2021년 3월 30일자 보도), “사유리 ‘슈돌’ 출연 우려에 KBS ‘다양한 가족 조명’”, 출처: https://www.yna.co.kr/view/ AKR20210330102800005

3) 여성가족부 보도자료(2021년 3월 10일),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연구” 결과발표. 청년(19~34세 6,570명) 포함 15~39세 청(소)년 10,1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임. 

4) 김순남(2021), “가족정책의 새방향을 제안한다:정상인구, 건강가정 에서 가족구성의 권리를 향해”, 차별과 불평등해소를 위한 가족정책 토론회 기조발제문

5) 부산일보(2021년 3월 17일자 보도), “새로운 가족의 시대가 왔다 : 다양한 가족, 바뀌는 정책”, 출처: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31718335925788 

6) 가족구성권연구소의 논평(2021년 1월 29일), “제4차 건강가정기 본계획 수립안에 대한 가족구성권연구소의 입장과 제안”. 출처: https://www.facebook.com/familyequality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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