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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05.01
  • 101

‘아프면 쉴 권리’를 위한 법정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우리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정책차장

 

작년 초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시작되면서 아파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된 바 있다. 아파도 쉴 수 없는, 소득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해고 당하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터를 묵묵히 지켜야 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였고,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였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프면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상 법정유급병가를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고 있어서 사업장에서 노사합의에 따른 혹은 사용주의 임의로 병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소수의 사람들만 병가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상병수당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시행할 수 있다고는 되어있으나, 규정상 애매한 부분이 있는 동시에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담지 않아 사실상 제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과 달리 선진국은 일하는 사람들의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법정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을 각국의 상황에 맞게 설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노동시민사회진영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제도를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도입해 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뒤늦은 타이밍: 21년 연구용역, 22년 시범사업이라는 스케줄

2019년 말 국민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서 「상병수당제도 도입연구I: 기초연구」라는 자료가 발표된 바있다. 운좋게도 이 자료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상병수당을 생각보다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사진 1-1> 관계부처합동(2020) 「한국판 뉴딜」종합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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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일종의 기초연구이기 때문에 재정추계라든가 의료직 인증방법 등 추가적으로 보완하여 검토할 부분들이 꽤 많았지만, 어쨌든 제도 도입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고 고려해야 할 변수들을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는 연구였다. 이로 인해 상병수당을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언론보도도 줄을 이으며 도입이 곧 가시화되는 것으로 보였다.

 

정부도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면서 제도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그 결과물로 작년 7월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공식화하였다. 하지만 역시나 그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당장 법정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이 필요한 사람이 많았음에도 제도 도입에 관한 전반의 여건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으니 21년도에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22년도에 시범사업을 추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심지어 전면 실시하겠다는 시기도 못 박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는 두고두고 곱씹어야 한다. 상병수당과 법정유급병가제도는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통해 그 필요성이 극대화되었을 뿐이지,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필요성이 인식되어왔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매일 새벽길을 나서 길거리 혹은 건물 내부의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청소노동자, 분명히 특정사업주의 지시로 일을 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1인 사업주로 취급받는 특고노동자, 아픈 사람을 위해 일하는 의료진, 아동과 노인 그리고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 하는 사회서비스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은 아파도 내 일의 필요성 때문에,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에 아파도 쉴 수 없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플랫폼노동자 등 일하는 사람들이 ‘아프면 쉴 권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떻 게든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사안 이었던 것이다.

 

<표 1-1> 「제1차 상병수당 제도기획자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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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보건복지부(2020)

 

그렇게 정부 스스로 제도 도입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준비 또한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후 한국형 상병수당 TF를 만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들이 논의되었는지 그 곳에 참여한 몇몇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그냥 도입에 필요한 몇가지 쟁점 사안들을 확인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게다가 법정 유급병가 도입과 관련된 내용은 소관상 고용노동부가 적극 결합 되어야 하는데 해당 TF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즉, 7월 한국형 뉴딜을 발표하면서 작년 하반기, 그리고 올해 1분기까지 약 9개월여간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2차, 3차 팬데믹이 덮 치게 된 것이다. 마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건물을 보고 있으면서, 어떤 소화기가 더 좋을까 고민하다가 불이 번진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드디어 열린 자문위, 고려해야 할 여러 변수들

‘드디어’라고 해야 할까. 4월 8일(목)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운영방안 연구」를 맡게 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관의 ‘총괄연구자 문단’이 출범하였고, 이어서 15일(목) ‘상병수당 제도기획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출범하였다. 특히 자문위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상병수당 의 제도 도입 필요성과 동시에 상당히 검토해야 할 지점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당시 밝힌 사안들을 옮겨 적자면 <표 1-1>과 같다.

 

하나하나의 과제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사안들이다. 예를 들어서 당장 대기기간 설정에 관해서도 그러하다. 가령 대기 기간을 3일로 할 것인지, 7일로 할 것인지, 혹은 15일로 할 것인지를 두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기기간 동안 법정 유급병가로 보충함으로써 소득 단절을 막을 것인지 아니면 그 중에서 또 일부만 적용하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특히 노사간 이견 대립이 매우 극렬하게 나타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사진 1-2> 2020. 5. 12.(화) 오전 9:30 국회 소통관, 상병수당, 유급병가휴가 도입 촉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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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범위 또한 그러하다. 처음부터 모든 상병 코드를 적용할 수 없으니 우선적으로 적용할 질병의 범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가령 감기나 독감에서부터 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신장질환, 생식기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두고 어떤 상병부터 우선 적용할 것인지 쉽게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이 부분은 의학 계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위 정리된 의견을 만들어내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노동시민사회의 공동행동이 필요하다

다만 자문위가 올해 내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과 관련된 여러 쟁점들은 어떤 형태로든 조금씩 정리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연말에는 (법정유급병가를 포함한) 상병수당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도입될 것이냐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역할이 생긴다. 지금부터 한국의 경제사회적 여건에 걸맞은 한국형 상병수당에 대한 상을 우리 손으로 그려야 한다. 즉, 앞서 언급된 여러 쟁점사안들을 두고 노동시민사회진영에서 열띤 내부 토론을 통해 이견을 최대한 좁히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국민을 설득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관련하여 입법이 필요한 사안들은 국회가 나서도록 여러 압박을 가하는 등의 소위 ‘행동’이 필요하다.

 

노동계의 일원인 필자는 부끄럽게도 그 중심이 참여연대가 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언급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국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해야 함을 오랜 시간 외쳐온 참여연대가 다시 한 번 그 고삐를 쥐었으면 한다. 전국민을 위한 상병수당 도입에 시민사회가 앞장서고 양대 노총이 합세한다면 정부관료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스케줄과 방향에 균열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여연대 회원들이, 시민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움직임에 함께 동참하기를 감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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