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6-01   1402

[기획3] 개인을 위한 국가인가? 국가를 위한 개인인가?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

코로나19 방역과 국가

코로나19 방역에 관해 세계 각국이 다른 대응을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만 발생해도 도시 전체를 한 달 동안 봉쇄하고 군대가 배급을 실시하는 중국 같은 나라도 있고, 코로나 초반기에 감염자를 통한 자연 집단 방역을 목표로 하며 코로나 전파에도 불구하고 어떤 규제도 하지 않았던 스웨덴도 있었다. 

국가 기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에 관한 재평가도 내려졌다. 국가가 목표한 것을 잘 실행하는 체계를 갖추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 준 대만과 달리, 행정 방역 체계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인도는 2021년 5월 현재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내게 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그동안 알려졌던 만큼 국가 기구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은 역학 조사를 IT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전화와 팩스로 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의 민도(民度) 또한 드러났다. 미국의 상당수 대중이 과학적 이유로 마스크 쓰라고 하는 방역 당국의 지침을 거부했다. 서유럽에서도 아감벤 같은 유명한 철학자까지 가세한 마스크 착용 거부 및 집단 방역 거리두기 조치 반대 시위가 있었다. 

K-방역 대한민국은 전체주의적 방식도 아니면서, IT 기술과 메르스 이후 준비된 국가 방역체계의 효율성을 갖추고 국민들 또한 정부의 조치에 잘 협조해서 인구 대비 확진자 비율에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래서 전세계 유명 인사들 그리고 서구권 언론에서 한동안 K-방역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우리는 전염병 재난 시기에 상대적으로 훌륭한 국가와 국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찬사받는 K-방역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분명 국가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강도 높은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영업제한을 실시했는데, 그 국가 시책으로 특정 개인, 특정 직업군이 피해를 보았다. 이런 경우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인가?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것이고 그들도 공동체의 일원이기에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코로나의 직격탄 자영업1)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입국자 자가격리, 초·중등 학교 개학연기, 공공 문화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이어갔다. 5월 9일 서울시의 유흥시설에 대한 영업금지 명령을 시작으로 지자체 수준에서 집합금지 행정조치가 이어지다가, 6월 28일 단계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발표된 후에는 단계에 따른 업종별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2단계에는 유흥시설 5종이 영업을 못하고 노래연습장은 21시 이후 영업이 중단되었다. 2.5단계에는 노래연습장과 헬스장 같은 실내 체육시설도 집합제한이 아닌 집합금지의 대상이 되는 식이다. 8월 23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취해졌고, 8월 30일에는 2.5단계가 시행되었다. 그로 인해 프랜차이즈 카페는 하루 종일, 일반음식점은 21시부터 05시까지 매장 내 취식 금지 조치가 취해졌다. 

대면 접촉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자영업의 특성상 집합 ‘자제’를 권고하는 정부의 지침 발표에도 타격을 받지만,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영업금지 조치는 치명타를 가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 평균 매출이 53.6% 감소했고, 44.6%가 폐업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평균 부채 증가액은 5,132만 원이고,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는 자영업자들의 평균 고용 인원은 4명에서 2.1명으로 줄었다. (경향신문, 2021.3.29.) 즉 매출이 절반 넘게 감소했으며, 또한 절반 가까운 분들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고용 인원 또한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은 118.6조원 늘어났다. 2019년 대비 은행권에서 465조원에서 534조원로 늘어서 14.8%, 비은행권에서 220조원에서 269조로 22.3% 늘어서 모두 2019년 대비 17.3% 급증했다. 코로나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까지 받아 작년 한 해를 근근이 버텼다. 위의 통계에는 빠져 있는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수백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2020년에만 118조원 넘게 추가로 빚내면서 벼랑 끝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14조원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2020년 대출증가액 118,6조원의 11.8%에 불과하다. 

이 통계에는 자영업자들이 2021년에 진 빚의 액수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집단 면역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 시기까지 고통을 견뎌야 한다고 보면, 연말에 집단 면역이 가능해지더라도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은 200조원이 넘는 빚을 추가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손실보상 촉구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상황에 따라 각종 지원책이 논의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부터 영세 자영업자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넘어서 정부의 집합금지 집합제한 행정조치를 일종의 ‘공용 침해’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손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필자는 2020년 11월 24일 페이스북에 “카페 영업 제한, 자영업자의 재산권은 누가 보상합니까?”라는 제목으로 국민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며 그것은 시혜가 아니라 헌법상 권리라는 글을 써서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최초로 손실보상을 주장했다. 이어 2020년 12월 22일, “정당한 보상없는 정부의 영업권 제한은 헌법 제23조 위반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정부의 행정 명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 보상이 헌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혔고, 2021년 1월 5일 “토지강제수용을 보상해야 한다면 영업제한도 보상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소상공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영업제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여당 중진 김두관 의원이 1월 8일 “영업제한으로 고통받은 업종은 국가가 보상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필자를 직접 거명하며 손실보상론에 힘을 보탰다. 김종인 당시 제1야당 비상대책위원장2)도 1월 20일 “자영업자 손실 보상해줘야” 한다고 말해서 손실보상론이 더욱 탄력을 받았다(매일경제, 2021. 1.20). 이어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공적 목적으로 집합제한, 집합 금지를 당한 자영업자에게는 법적인 보상 근거가 없다”면서 그것은 “손실보상을 규정한 헌법에 배치된다”고 했다(뉴스1, 2021.1.20).

여야를 가리지 않은 이런 정치권의 주문에 정부도 화답하여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1월 21일 중앙재난안전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국회와 함께 지혜를 모아 법적 제도개선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헤럴드경제, 2021.1.21.). 그러나 1월 말에 바로 도입되고 실행될 것 같던 코로나 손실보상법이 정부의 부정적 입장으로 지지부진하자.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4월 12일 “손실보상 소급적용 관철을 위한” 국회 본청 천막 농성 시작했다. 5월 17일 현재 34일째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4월 25일에는 민주당 민병덕, 국민의힘 최승재,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여야 3인이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3당 의원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회의 ‘손실보상’ 입법과 정부의 반응

현재 해당 상임위인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에 상정되어 있는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법안은 총 29건이다. 18개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포함하여 개정안은 26개, 제정법안이 3개다.

정치권에서 손실보상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에도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에서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나(권명호), 임대료 지원 법안(홍문표) 등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지원’ 목적의 법이었다. 손실보상에 관한 첫 입법은 2021년 1월 11일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19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가축전염병조차 방역을 위한 손실을 보상하는데 코로나19 등 사람에게 전파되는 감염병 방역을 위한 영업제한의 손실을 보상하지 않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그 후로 지금까지 총 10개의 손실보상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법안 명칭에 “코로나”와 “손실보상”을 명기한 제정법은 민병덕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발의했다. 두 가지 법안 모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손실보상 규정이 있으나, 응급조치에 따른 손실, 의료기관 및 입원 격리된 사람, 오염인정 지역의 소독 등에 한정되어 있다면서 방역 당국의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의 행정명령에 의해 발생한 손실보상,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국민이 입은 피해 지원은 제도화되어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실행 방안으로 첫째 집합금지 및 집합제한 대상 소상공인 등은 행정명령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을 보상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것을 명시하고, 둘째 두 법안 모두 부칙에 소급 적용을 명시하고 있으며, 셋째 국채 발행 등 재원조달 방안을 법에 포함하고 있고, 넷째 피고용인 급여, 차임, 공과금, 통신비, 금융이자 등 고정비용 보상도 포함하며, 다섯째 민병덕 안은 손실매출액의 70% 범위 내, 심상정 안은 전년도 영업이익의 70%에 이르지 못한 경우 등 보상 받을 기준과 범위도 법에 명시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이견없이 손실보상과 그에 따른 보상의 소급입법을 주장하고 법안 발의도 하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권칠승 중기벤처부 장관을 필두로 한 정부는 첫째, 기존 지급한 코로나 지원금과 중복되며, 둘째, 손실보상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의 형평성의 문제, 셋째. 재정 여력의 이유를 들어서 코로나 손실보상의 소급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4.7 보궐 선거 및 원내교섭단체 정당들의 원내대표 선거 같은 정치 일정으로 해당 상임위 법안 소위에서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가 5월 12일 법안 소위가 개최되었다. 소위 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손실 보상과 소급 입법을 주장했으나, 국회의 법안 중에 예산이 크게 소요되는 것은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에 중소벤처기업부의 반대로 법안들은 통과하지 못했다. 5월 17일에 산자중기위 전체 회의에서 손실보상법 관련 입법청문회 실시계획서가 채택되어서, 5월 25일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손실보상 필요성과 각론

코로나19 행정조치로 인한 손실보상과 소급적용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1. 손실보상은 헌법 사안 

헌법 제23조 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재산권을 공공의 목적을 위해 침해 또는 제한할 때는 보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개별법 규정 미비로 인해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정당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입법 부작위다. 이런 입법 부작위는 국회에 입법 의무를 부여한다. 국회는 조속히 입법 의무를 이행하고 정부는 협조해야 한다. 

2. 특별희생에는 보상, 일반 희생에는 지원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을 구별해야 한다. ‘손실보상금’은 정부의 영업제한과 집합제한 명령으로 직접적으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은 분들에게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헌법상의 채무’다. 즉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피해를 입은 해당 당사자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특별 희생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국민의 생계 안정과 소비촉진을 등을 위해 지원하는 금액이다. 그것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 지급이든,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급이든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피해를 입었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즉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침체된 경제를 견디어 가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희생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재난지원은 국가 재정을 고려할 수 있어도 손실보상은 국가 재정과 상관없이 지급해야 한다. 

3. 소급 입법은 손실보상의 당연한 논리적 귀결 

손실보상이 헌법적 근거를 갖는다는 것은 손실을 정부의 최초 행정명령까지 소급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리두기 행정명령이 시행된 후 1년 뒤에 손실보상법이 통과되었다고 하더라도 손실은 그 전에 이미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정부의 재정 여력과 상관이 없는 당연한 의무다.

독일과 프랑스와 영국은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매출 손실 등에 대해 우리처럼 한 번씩 단절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손실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고 있다. 지급을 시작한 시기도 코로나 초반기인 2020년 3~5월부터이다. 그 정책의 명칭이야 어떻든 실질적으로는 코로나 손실보상 소급입법을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4. 지원액과 중복 지원 여부는 조정 가능

소상공인들도 전액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들은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라며 손실 전액이 아닌 일부라도 소급해서 지원받기를 원하고 있다. 손실보상 자체는 원칙의 문제이지만 그 액수는 조정 가능하다. 그리고 정부가 주로 얘기하는 기존 재난지원금이나 금융지원과의 중복 지원 같은 경우에도 손실보상 소급의 원칙이 마련된다면 기지원된 부문을 차감할 수 있다. 이건 원칙이 아니라 기술적인 영역이다. 

5. 가계부채 폭증 대신 국가부채 증가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따른 재원은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으로 33조원이다(이투데이, 2021.4.26). 정부가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면 그 33조에 1.96%의 이자가 붙는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이 개별적으로 그 돈을 마련하려면 은행에서는 3%, 제2금융권에서 15%가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4%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건전한 수준이다. 반면 가계부채는 지난 해 98.6%로 GDP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2008년부터 작년까지 27.6% 증가했고 이 속도는 세계 평균의 7.5배다.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예전부터 가뜩이나 심각했는데, 부동산 담보대출과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기름을 부었다. 국가가 빚을 지지 않으면 개인과 가계가 빚을 지게 된다.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해서 보면 국가와 소상공인 중에서 어느 쪽이 빚을 져야 하겠는가? 

 

국가를 위한 개인이 아닌 개인을 위한 국가 

K-방역의 빛에서 출발해서 그 빛의 그늘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현실 그리고 그 현실에 대응한 국회의 손실보상 입법 노력을 살펴봤다.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이 공익(公益)의 이유로 가진 힘을 휘두를 때 개개인의 국민은 그것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것은 경제적인 질문이면서 또한 철학적인 질문이다. 

예전 독재 정권 시절에는 국가가 공공사업을 위해 개인 소유의 토지나 건물을 수용하더라도 보상을 하지 않거나 터무니없이 적게 했었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구로공단을 조성하며 땅 주인들에게 토지를 강제로 빼앗은 ‘구로농지 사건’에 대해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은 농민 및 유족 측이 낸 6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이자까지 포함해서 2,96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군사정부 시절에는 공공이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하고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정당한 보상’은 필수가 되었다. 코로나 행정명령으로 인한 재산권 제한도 당연히 보상해야 한다. 공공의 공익을 위해 제한을 했으면 그건 전체 공동체의 책임이다. 그럴 때 지급되는 보상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채무다. 공리주의적 관점이 아닌 칸트와 롤즈 등의 의무론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사안이다.

코로나19의 경우 대한민국으로서는 전대미문의 첫 번째 사례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염병은 코로나가 끝이 아닐 것이고 앞으로도 집합제한과 영업제한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손실보상 입법은 그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선례로도 꼭 필요한 입법이다. 유사한 사안으로 국민의 재산권 제한이 반복되는 경우,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자동 지급될 수 있도록 재난 지원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아직 지속되고 있고 반복이 예상되는 재난 상황에 따르는 손실보상은 정치가 작동하는 영역이 아니라 아닌 예측 가능한 ‘제도’의 영역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올해 3월 한 달 자영업자가 작년 대비 8만 1천 명 감소했고, 하루 2,700명이 직업을 떠나고 있으며, 남은 사람들의 절반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박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방역 협조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그냥 죽어야 합니까?” 

“700만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눈물”이라고 적혀 있는 국회 앞 텐트에 붙어 있는 글귀다. 이럴 때 생각나는 장면이 있고, 다시 되뇌어보는 단어가 있다. 우리가 7년 전 봄 서남해 바다에서 붙잡지 못했고, 지금도 그 때처럼 다시 회자되는 4글자 단어다. 골.든.타.임.


1) 소상공인과 자영업이 법적으로는 구별되는 용어이나, 이 글에는 소상공인, 자영업, 소상공인·자영업을 구별하지 않고 섞어서 쓴다.

2) 이하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당시 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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