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4-16   858

서울시의 노숙자 단속 및 분리수용 방침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서울시의 노숙자 단속 및 분리수용 방침은 전근대적이고 반인권적인 발상이다.

지난 14일 언론을 통하여 보도된 서울시의 노숙행위 단속과 노숙자 분리수용 방침을 보고 우리는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서울시 경찰청과 협의 중이라는 그 방침의 내용이란 먼저 지하철역, 지하상가, 지하도의 노숙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노숙자를 실직 노숙자와 단순 부랑자로 구분하여 이들을 분리 수용하겠다고 한다. 실직 노숙자에게는 임시 합숙소를 제공하고, 부랑자는 전원 부랑자시설에 수용하겠다고 한다.

서울시의 이러한 방침은 노숙자를 당장 눈앞에서 치워 버려야 할 대상자로만 보는 것 같다. 노숙자들이 급증함에 따른 범죄증가 등 사회문제로의 비화를 우려하면서 노숙행위를 단속한다고 하는데 과연 노숙자들을 강제로 분리수용한다고 해서 실업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해소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생계파탄에 대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최저생활수준의 보장, 자활대책 등 보다 적극적인 사회문제의 발생의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들을 강제 분리수용하는 방침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으며, 전근대적인 구빈법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노숙자들의 의사와 욕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강제 분리수용, 노숙단속행위는 위험에 처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실직노숙자와 단순 부랑인 모두 인간으로서 존중되어야 하며, 사회적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실직노숙자이든, 단순 부랑인이든 모두 똑같이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가 있고, 모든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서울시의 이들에 대한 분리수용방침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처사이며 오히려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조치이다. 어떤 사람은 구제되어야 할 대상이고, 또 어떤 사람은 구제받을 가치도 없는 단순한 강제수용의 대상인가? 어떤 경로로 노숙자가 되었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동일하게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면 누구나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또한 실직노숙자이든, 단순 부랑인이든 양자 모두 소득상실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게 되는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수준이 보장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전근대적이고 반인권적인 노숙자대책을 철회하고,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노숙자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노숙자들의 상당수는 매우 불안정한 취업상태에 있고, 소득이 없을 때는 반복적으로 노숙을 하게 된다. 노숙의 고통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며, 지속적인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가져오기 쉽다. 이렇게 되면 노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어 구걸을 하지 않고는 살아가기 어렵게 된다. 노숙과 부랑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없었던 것의 반대급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숙단속 및 강제수용 등의 서울시의 방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노숙자대책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서울시가 이미 추진하기로 했었던 서울시 전역에 60개소의 임시숙소 마련과 무료급식 확대 등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더불어 서울시가 중심이 되어 기업, 민간, 종교기관 등 노숙자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노숙자에 대한 음식물제공, 의료지원, 재활상담 등 최소한의 재활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200만에 이르는 고실업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대량실업사태에 따른 노숙자들의 발생에 대해 근시안적인 강제수용 등의 방침은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할 뿐 대책이 될 수 없다. 중앙정부는 하루빨리 저소득층에 대한 생활보호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실직자들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 기초적인 생활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며, 자치단체는 실직자 가정에 대한 학비지원, 의료지원 등 생활고를 덜어주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대량실업에 따른 사회적 위기에 대처하는 서울시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기대한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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