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5 2005-10-10   780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에게 공정한 삶의 출발을

– We Start 운동과 교육복지


새로운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해결 과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외부적으로는 첨예하게 전개되는 국가간의 여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력의 향상은 물론이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열강들의 이익 싸움에서 우리를 지켜 나가기 위한 특별한 대책들도 마련되어야 한다. 6자회담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까닭도 사실은 그 회담의 결과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여건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할 부분이 바로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한 가정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어려운 때일수록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쳐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를 주목해 보아야 한다.

우리 내부의 문제로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망국적인 지역갈등에서부터 신ㆍ구의 세대 갈등, 보ㆍ혁 문제에 따른 남북 갈등과 소득수준의 양극화 문제 등은 아마도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후 세대에게 생존의 문제로까지 다가올 것으로 판단된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소득 수준의 양극화로 야기될 사회 갈등은 이대로 지속 된다면 사회 안정을 이루기가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6년도 예산 편성의 중요한 지침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이러한 사회 안전망을 형성하기 위한 8조원의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명확하게 나타나야 하겠지만, 적어도 이제까지와 달리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웃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We Start 사업은 바로 이렇게 함께 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웃에 대한 특히 자라나는 어린아동들에 사회적 책임과 관심을 확인하는 사업이다. 남들은 모두 불행한데, 우리 가족만 행복할 수는 없다. 이웃은 밥을 굶고,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 시킬 수 없는데, 우리 아이들만 학원 보내고 예능교육을 받게 할 수는 없다. 모두가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혹여나 이제까지 남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만을 가꾸고, 내 가족의 안위만을 생각하던 사람들은 이제부터라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우리 가족이 이제까지 입고, 먹고, 생활하던 어떤 부문에서 내 자신의 노력만으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 없이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We Start운동은 민간 차원의 부조운동이다.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돕고 시혜를 베풀자는 운동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나누자는 운동이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주는 사람이 따로 있고, 받는 사람이 있는 운동이 아니다. 종류야 어떻든 그 양이 많던 적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중에서 조금씩만 서로 나누자는 생각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화를 나눌 수도 있고, 여러 재주를 나눌 수도 있다. 서로를 돌보는 시간을 분배할 수도 있고, 자신의 가정이나 시설을 나누어 쓸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운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여야 한다. 남보다 조금 못사는 사람도, 어쩌면 신체적으로 조금 불편한 사람도 분명히 남보다 조금 더 가진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나누면 된다.

이러한 나눔의 삶 속에서도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We Start 운동에서 We라는 약어는 중요한 두 가지 내용을 함축해서 표현하고 있다. 즉, ‘WE’의 ‘W’는 ‘Welfare’, 복지를 의미한다. ‘E’는 ‘Education’, 교육을 의미한다. We Start는 우리 모두가 나서 저소득가정의 아이들에게 복지와 교육을 지원해 공정한 삶의 출발을 돕자는 운동으로서 시민사회 단체와 중앙일보가 함께 펼치는 사업이다.

흔히 가난의 대물림 현상을 걱정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궁핍한 생활에 밥 먹기도 힘든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지 공부만 한다고 밥이 나오느냐”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적으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구태여 지식사회, 정보화 사회의 중요성을 거론하지 않아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로 어린아동들에게 건강한 몸과 정신 그리고 교육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다. 이는 여러 선진국들의 예에서 아니 우리 사회의 학력사회나 성취사회의 모습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가능한대로 어린 나이에서부터 모든 부분에서 평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사회ㆍ경제적 지위 때문에 교육을 받는 기회가 제한된다면, 이들 어린이들은 사회 어느 부분의 경쟁에서도 불리함을 안고 생활해야 하고 결국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희망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빈곤의 악순환이란 교육 기회의 제한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사회 체제적 문제인 것이다.

We Start 운동에서는 We Start 마을 만들기 시범 사업을 통하여 중점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 We Start 마을 만들기는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이 일정수준 이상의 교육, 복지,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입체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We Start 마을 만들기는 경기도 3개 마을 조성 사업을 시작으로, 강원도의 3개 마을, 서울시의 2개 시범마을, 다시 경기도에 4개 시범마을 추가하여 7개로 늘려 나가기로 결정하고 이미 실제 프로그램을 집행하고 있다. 아동들과 학부모, 주민들을 위한 지적 자극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각종 캠프, 방과 후 교실, 아동센터의 설립에서부터 영양급식 프로그램, 건강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이 시작되었다. 물론 이러한 사업도 단순하게 외부적인 지원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나눔 운동으로서의 We Start 마을을 조성하기 위하여, 우선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신의 마을의 0세에서 12세까지의 아동들을 위해서 필요한 사업을 선정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하여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나눔 거리가 무엇인지를 확인하여 서로의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물론 외부적인 지원 즉, 나눔도 필수적이다. 광역 지방 자치단체의 지원과 시, 군의 예산, 인력지원은 물론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펜택에서도 대규모의 자금 지원과 인력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We Start 운동은 We Start 마을 만들기 외에 건강지킴이, 교육출출발선 만들기, 후견인 맺기, 희망의집 꾸미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건강지킴이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무료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협력 병원 등에서 치료도 해주는 사업이다. 그동안 로또공익재단과 의사협회, 치과 협회 및 여러 기관의 후원을 받아 약 3,000여명의 아동에게 무료검진을 실시했고 그중 약 1,200여명의 아동에게 예방접종, 안경제작, 치과 치료 등을 해주었다. 교육출발선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는 듀폰, SKT, 삼성봉사단, 차범근 축구교실 등과 협력하여 과학, 마법, 축구 등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또한 여러 도서출판사와 사랑의 친구들, 비룡소 등과 함께 방과 후 교실에 약 4만권의 사랑의 책 보내기를 실시하였고, 윤선생영어교실과 함께 4,000여명에게 무료 영어 인터넷 교재 보내기 사업을 하였으며, 그 외에 공부방에 컴퓨터 보내기, 후원자 맺어주기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We Start는 일회성의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부모의 가난이 아동에게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끊자는 운동이며 지역사회의 참여와 네트워크를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교육, 복지, 건강을 종합적으로 돌봄으로서 한국의 모든 아동들이 공정한 삶의 출발을 하도록 도와주는 시민운동에 목표를 두고 있다. 다행히 그동안 지방자치 단체를 비롯해, 기업, 사회단체 및 뜻있는 많은 시민들이 이 운동에 참여해 주었다. 그 덕분에 많은 아동들이 생전 처음으로 건강 검진도 받아보게 되었고, 어린이집이나 공부방도 이용하게 되었으며, 강원도 마을의 아동들은 생전 처음으로 자기들이 사는 마을을 떠나 넓은 세상을 구경하는 문화체험의 기회도 갖게 되었다. 이런 모든 사업들이 아동들이 건강하게 그리고 큰 꿈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동의 한 나라의 미래고 꿈이다. 모든 아동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그 나라의 미래를 밝고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We Start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아동들이 부모의 경제적인 형편과 관계없이 사회가 제공하는 많은 기회를 누리며 공정한 삶의 출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일은 민간단체나 개인들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지방자치 단체나 국가의 힘만으로도 할 수가 없다. 아동을 사랑하고 국가의 미래를 염려하는 개인,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국가가 모두 힘을 합할 때 만 가능한 일이다.

허남순 / 한림대학교 사회대학장, We Start 운동본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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