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책임방기한 차상위 의료급여제도, 국회가 되돌려라


지난 11월 17일 민주당 박은수 의원 대표 발의로 의료급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제출되었다. 개정안은 작년 정부에서 추진한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수급자를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차상위계층 중 희귀난치질환자, 만성질환자, 18세미만 아동을 의료급여 수급자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에 의하면 차상위계층 희귀난치질환자, 만성질환자, 18세미만 아동을 위한 내년도 의료급여예산이 5,784억원 추가증액할 필요가 있다. 이에 지난 21일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는 이 부분을 포함하는 의료급여예산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건강보험으로의 전환은 작년 보건복지가족부가 증가하는 의료급여제도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작년 하반기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올해 의료급여 1종 수급자인 희귀난치질환자를 건강보험으로 떠넘긴데 이어 2009년 의료급여 2종 만성질환자와 18세미만 아동을 건강보험 대상자로 전환할 계획에 있다.


차상위계층 중 극히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차상위 의료급여제도는 국가가 가난한 이들의 최소한의 의료이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조치가 국고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으로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빈곤층과 중증질환자에 대한 보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과 달리 현재는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빈곤층에 대한 예산지원은 줄이고,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만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07년 기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25%에 달하는 2백6만세대가 3개월 보험료 체납으로 의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절대빈곤을 겨우 면한 차상위계층이 건강보험으로 전환된다면 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의료보장 사각제대로의 진입은 불보듯 뻔한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차상위 의료급여의 건강보험 전환은 그간 국민들이 요구해왔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없이 보험료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실제로 올해 보건복지가족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2조 4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흑자분 중 상당부분을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가 건강보험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진료비에 사용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차상위 의료급여의 건강보험으로의 전환은 정부가 취한 정책으로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되더라도 그 재원은 국고부담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마땅히 책임져야할 빈곤층 건강보장을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떠넘기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그간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를 향해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보험 전환을 취소하고, 더 많은 의료급여 수급자 확대가 필요함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전 참여정부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책임은 방기한채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의 급여권을 박탈하고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떠넘기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제라도 지난 잘못을 깨닫고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민주당 박은수 의원의 「의료급여법」개정안 발의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간 의료급여권을 박탈당한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고통과 사회적 혼란에는 철저한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국회는 이번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시켜 가난한 이들이 건강하게 희망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의료안전망을 구축해 줄 것을 바란다.


최근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빈곤층은 더욱 확대되고 서민들은 지난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살기 어려워졌다. 어렵고 힘든 이때, 더욱 힘든 빈곤층의 건강보장을 위해 국회는 하루빨리 이번 의료급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또한 국회는 상임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내년도 예산에 반드시 차상위계층의 의료급여예산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2008년 11월 25일


의료급여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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