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요양시설 평가

정신요양시설 평가의 배경

최근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도로 가속화하면서 생존경쟁의 증가, 육체적 스트레스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 증가하는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정신질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 한편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와 지역사회의 지지체계가 무너지면서 가정이나 지역사회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흡수력과 포용력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신질환의 예방, 조기발견, 조기치료, 단기입원, 재활치료, 직업재활 등 지역사회의 포괄적인 정신질환 관리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맞이한 급격한 정신질환의 증가와 가족 및 지역사회의 흡수력 감소는 결국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 등의 입원(수용)시설 증가를 가져왔다.

1999년 10월 말 현재 62개가 운영되고 있는 정신요양시설은 멀리 1950년대 초부터 운영되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 중반에 KBS〈추적 60분〉에서 무허가시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의 비참한 실태를 보도한 후, 정부의 무허가시설 양성화 정책에 따라 정신요양시설로 30∼40개에 달하는 무허가기도원이 양성화된 이후 그 시설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정신요양시설은 그동안 일부 시설의 인권침해 사례와 폐쇄적 운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1997년 말에는 '장항수심원'에서의 인권침해 사례가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된 뒤 장항수심원이 폐쇄되고 법인이사장과 시설장은 물론 지도감독을 하는 군청 공무원들이 구속되는 사태를 빚기까지 했다.

이렇듯 정신요양시설의 운영에 대한 사회의 계속된 문제제기와 1997년 말 이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공공자금을 통해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책임성의 검증문제가 제기되었고, 가장 먼저 실시되는 평가에 정신요양시설이 포함되었다.

정신요양시설 평가의 목적

정부는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공공자원 투입에 대한 효과성과 효율성을 평가하여 그 책임성을 검증받고,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사회의 문제제기에 대해 평가를 통해 투명성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정신요양시설 운영개선을 위한 정책수단이 부재한 가운데 정신요양시설 평가제도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최소한의 수준 확보 및 향상, 더 나아가 기능 재정립을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정신요양시설 평가과정의 참여를 통해 시설운영자가 시설의 운영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받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발견할 수 기회를 제공하며, 시설내 입소자가 참여하는 평가를 통해 그들의 시설내에서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다.

정신요양시설 평가체계의 특성

1999년 11월중에 실시하는 정신요양시설의 평가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사회복지시설 평가단내 정신요양시설 평가분과를 만들고 평가도구를 개발해왔다. 보건복지부 정신보건과 담당공무원, 정신과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정신요양시설협회 대표 등 정신요양시설 관련 정책입안에 참여한 경력과 임상경력을 겸비한 분과위원들에 의한 5개월간의 평가도구 개발작업과 수차례의 시범평가, 정신요양시설 시설장, 종사자 및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평가도구가 완성되었다.

정신요양시설 평가도구는 입소자가 24시간 거주하는 입소시설에서의 기본적인 의식주 수준과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시설에서의 인권보호상태 및 개방성, 투명성, 그리고 서비스의 양과 질에 대한 영역이 평가의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제한된 자기표현능력을 가진 입소자에 대한 만족도 측정에서 합리적인 평가체계를 개발하여 시행함으로써 타 사회복지입소시설 평가체계개발과 평가시행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정신요양시설은 정신보건법에 의한 정신보건시설이면서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사회복지시설이기도 하기 때문에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정신장애자의 특성과 보건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특성이 동시에 존재하므로 재활복지서비스 및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나아가 부적절한 장기재원을 줄이고 정신장애자의 사회복귀를 통한 정신보건복지 전달체계의 선진화를 위한 시설의 노력과 정신장애(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정신장애자의 사회복귀 저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사회에서의 시설의 역할과 개방도에 대해서도 평가를 시도하였다.

평가영역은 크게 물리적 환경(20%), 조직 및 인력(20%), 인권보호 및 서비스의 질(25 %), 지역사회관계 및 재정(10%), 입소자 만족도(25%)의 5개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물리적 환경 영역에서는 시설의 접근성, 외부환경, 내부환경, 인권시설, 상담/프로그램 공간 및 장비, 생활시설 및 소방시설에 대해 평가하며, 조직 및 인력 영역에서는 관리자의 전문성과 비전, 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 직원의 채용 및 업무분장, 인력확보 및 전문성, 인력개발에 대한 투자를 포함하며, 종사자의 근무만족도에 대해 무기명 설문조사를 병행한다. 인권보호 및 서비스의 질 영역에서는 인권보호 노력, 작업요법 관리, 다양한 영역에서의 삶의 질, 의료서비스 및 건강관리, 재활 프로그램의 양과 질, 입소자의 자유도, 시설의 정보화 정도 등이 포함된다. 지역사회관계 및 재정 영역에서는 자원봉사자 활용정도, 주민에 대한 시설개방, 재정현황 및 후원금이 포함된다. 입소자의 만족도 영역에서는 입소자에 대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통해 물리적 환경에 대한 만족도, 관리자에 대한 만족도, 시설의 인권보호상태에 대한 만족도,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외부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 등을 평가하며, 입소자의 진술능력 상태를 여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였다.

정신요양시설 평가의 활용 및 과제

이번 정신요양시설 평가는 객관적인 평가도구 개발뿐 아니라 평가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용함으로써 평가제도의 타당도와 활용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또한 평가를 통해 서비스의 최소수준 확보와 질적 수준의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동시에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평가결과는 시설의 개선에 직접 영향이 미치도록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평가후 우수시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특별히 평가결과가 미진한 시설에 대한 대책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평가실시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서 향후 평가제도에서 그 한계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가족과 지역사회에서의 흡수력 저하로 인해 국가 정신질환 관리문제가 점점 큰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정신보건복지 체계는 지역사회내에서의 정신질환자(정신장애자) 및 그 가족을 위한 지지체계의 구축과 함께 사회지지체계가 무너진 정신장애자들이 개방적이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면서 장기간 지낼 수 있는 장기거주시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입소자의 사회복귀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는 개방적 장기거주시설로서의 정신요양시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번 정신요양시설 평가를 시행한다. 정신요양시설 평가제도를 통해 정신요양시설이 장기적으로 국가 정신보건복지 서비스 체계에서 차별적이고 효과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인본주의적 정신장애자 거주시설로의 전환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동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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