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복지와 기초생활보장제도 (그림2개 빠짐)

서론: 생산적 복지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국제통화기금(이하 IMF)의 구제금융에 따른 극심한 경제위기와 함께 출범한 현 정권은 초기부터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론 즉 민주적 시장경제론을 주요 국정지표로 표방하였는데, 이에 발맞추어 복지부문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복지국가의 건설보다는 균형적 복지국가(balanced welfare state), 근로복지(workfare), 복지다원주의(welfare pluralism), 그리고 생산적 복지(productivist welfare)를 사회정책의 이념으로 강조하여 왔다. 그리고 최근 정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정의 방향을 기존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축(軸)에서 생산적 복지를 포함시킨 세 축(軸)을 가지고 앞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매스컴을 포함한 사회여론에서는 이를 기존에 정부가 가지고 있던 신자유주의적 노선에서 중도적인 노선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적 복지는 과거 [문민정부]의 '삶의 질의 세계화'라는 복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정치적인 수사(rhetoric)에 불과한 개념으로, 아직까지는 정확한 개념규정 없이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상당한 편차를 보여 왔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회정책의 형성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사실 생산적 복지란 고도로 발전한 복지국가에서 기존의 사회정책의 틀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고안된 것으로, 우리 나라와 같이 사회정책의 수준이 낙후되어 있는 사회에서 이를 여과 없이 적용할 경우, 신자유주의와 선택적 친화관계를 형성하여 오히려 복지의 발전을 저해하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 하겠다.

원래 생산적 복지란 스웨덴의 복지모델을 지칭하는 개념으로서, 전국민의 기초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복지제도와 직업훈련과 직업안정에 중점을 두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조화시킬 수 있는 개념으로 발전하여 왔는데, 다음과 같은 조건이 완비되어 있어야 효과성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전국민이 어떠한 사회적 위험에 처해도 기초적인 생계가 보장되는 복지제도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완전고용을 목표로 체계적인 직업훈련과 직업안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용인프라를 구축하여야 한다. 셋째, 여성과 노인 그리고 장애인 등과 같은 취약집단으로 하여금 생산활동에 참가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보건 서비스와 보편적인 가족복지 서비스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그림으로 정리하자면 다음의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위의 <그림 1>에 나타나듯이, 생산적 복지의 내용성을 담보하는 근로복지 프로그램(Workfare Programme)은 전국민들의 기초적인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국민복지의 기본선을 기초로 그 위에 부가된(add up) 특수 프로그램으로서, 결코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별개의 프로그램(stand alone programme)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초적인 생계보장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적 복지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자칫 "생산할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복지"로 전락하여, 사회통합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 나라의 전반적으로 낙후된 사회정책의 수준을 고려해 볼 때, 생산적 복지에 대한 강조보다는 어떠한 사회적 위험에 처해도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제정하여 시행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설계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은 헌법 제34조에 명시하고 있는 생존권적 기본권에 근거한 것으로서, 최저생계비 수준 이상의 국민 생활을 보장하여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법률상의 의무를 명시하고, 이와 같은 수준의 생존권은 국민들의 권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기존의 국가의 재량에 의한 자선적 생활보호급여에서 법적인 보장을 받는 권리성 급여로 전환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위에서 언급한 생산적 복지프로그램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구별 생계유지능력을 감안한 모든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수급자를 근로능력의 유무만이 아니라, 가구원의 질병 장애유무, 간병 보육의 필요성, 종사하고 있는 직종의 특성 등 가구별 특성을 감안한 생계유지능력 유무를 기준으로 구분하여 차별화된 급여방식을 도입하여야 한다.(아래의 <그림 2> 참조).

〈그림 2〉 생계유지능력별 기초생활보장방안

하지만 위의 <그림 2>에서 제시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완되어야 한다. 첫째, 각 가구특성별 집단(Target Group)의 정확한 인구수를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선정기준을 제시하고 예산을 추계하여야 한다. 둘째, 제일선에서 집행하는 사회복지전문요원이 가구별 특성과 복지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현행 사회복지전문요원의 규모를 대폭적으로 늘리고, 지위도 별정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셋째,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노동부의 행정체계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특히 저소득자 중에서 사회복지전문요원이 노동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노동부의 직업안정기관에 구직등록을 의무화하여 여기에서 제공하는 직업알선이나 직업훈련을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현행 Work-Net의 연계를 현재의 시 군 구 수준에서 읍 면 동 수준으로 확대하여 사회복지전문요원이 Work-Net 전산망을 이용하여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과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행정인프라를 구축하여야 한다.

결론: 의무와 권리의 균형점으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현재와 같은 극심한 경제침체에 더불어 찾아온 대량실업사태에 직면하여, 경제의 구조조정과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논쟁의 핵심은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떠한 이념과 지향을 가지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쟁점은 우리 사회의 복지수준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앞으로 복지국가의 발전을 지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 사회보장제도의 낙후성을 고려해 볼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은 우리 사회의 국가와 시민의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관건이 되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영국 정부는 1998년 3월 26일자로 발표된 "복지개혁 Green Paper"에서 "새로운 복지계약(new contract for welfare)"을 선언하였는데, 그 골자는 국가와 시민간에 명시된 의무와 권리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균형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즉 전후 복지국가의 근간을 형성하였던 "시민의 (사회적)권리와 국가의 책임"이라는 일방적인 관계를 개혁하여, 시민들은 이제 자신의 노후 생활과 가족의 보호를 위하여 더 많은 부담을 하여야 하고, 정부는 사회적으로 가장 욕구가 큰 집단(the most needy)에게 사회적 보호를 집중하여 실시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시민과 국가에게 부과되는 권리와 의무관계의 균형모색은 우리 나라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과 같은 선진 복지국가의 복지개혁이 시민의 의무를 강조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진다면, 우리 나라와 같이 생존의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부과해온 나라에서는 시민에게 생존권을 부여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국가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복지개혁이 이루어져야 소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까지 논의해온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존에 관한 기존의 무한 개인책임주의에서 처음으로 시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명시한 획기를 이루는 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천명한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소득자 특히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자들에 대한 무제한적인 급여에 따른 근로의욕의 감소 역시 무시할 수 없으므로, 기초적인 생계유지를 위한 급여와 이들에게 근로의욕을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통합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선진 각국에서도 저소득 실직자에게 기초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한편으로, 이를 기초로 근로를 유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회안전망 구축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는 기존의 사회보험 성격의 실업급여(Unemployment Benefit)와 공공부조 성격의 소득보조(Income Support)를 하나의 급여제도로 연결시키는 구직급여(Jobseeker's Allowance)를 1996년 10월부터 실시하고 있고, 이러한 급여통합을 기반으로, 1998년 4월부터 복지와 근로를 연계시키는 신고용협정(New Deal)을 실시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도 공공부조 성격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복지부 중심으로 운영하되, 노동부의 고용서비스와 효과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문진영 / 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정추진연대회의 정책위원장, 서강대학교 수도자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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