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방지법 시행 1주년과 여성인권

지난 7월 1일은 '가정폭력 관련법'이 시행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서는 '가정폭력 관련법' 시행 1주년 기념 평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아직 시행 1년밖에 되지 않은 법의 효용성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이 법이 좀더 효율적으로 입법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가정폭력방지법 혹은 때에 따라 가정폭력 관련법이라 부르도록 하겠다. 이 글은 토론회 중에서 필자의 글을 중심으로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였다.

사법 기관 종사자에 대한

가정폭력 전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경·검찰

경찰은 가정폭력 사건을 최일선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국가 기관이다. 그런 만큼이 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많은 기대와 지탄을 동시에 받고 있는 기관이다. 지난 1년 동안 경찰은 내부적으로 상당히 노력하고 변화된 흔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선에서 제일 먼저 피해자들을 만나는 곳이 경찰임을 생각해 볼 때 경찰관들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엄정하고 적극적인 법집행이 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 관련법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만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가정폭력의 원인, 심각성, 피해자의 심리 등을 관련 기관의 전문가를 통해 교육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 경찰이 가정폭력에 대한 통념을 깨야만 올바르고 적극적인 가정폭력 사건의 처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 내용은 사법관계자 모두에게 매우 필요하다. 특히 지난 1년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검찰의 태도로 보아 검찰교육이 매우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검찰은 가정폭력 사건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임시조치 등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법 원

법원은 가정폭력 사건이 최종적으로 판결을 받고 가정폭력방지법의 입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곳이다.

98년 서울여성의전화는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정폭력 행위자 상담수탁기관'으로 지정되다. 가정폭력 행위자를 상담하면서 서울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행위자의 처분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첫째, 행위자들이 상담명령만을 받았지 접근행위 제한 등의 처분은 받지 않아 상담을 받는 전기간에 피해자가 행위자와 한 집에 살고 있어 피해자가 심각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상담명령이나 보호처분 등을 받은 행위자들에게 피해자의 거주지로부터 떠나도록 한다든지 행위자가 피해자를 위협할 경우 형벌을 높이는 등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상담명령을 받고도 연락이 두절되거나 보호처분을 지키지 않아 법원에 돌려보내는 행위자들에 대한 처분이 모호하다. 가정폭력방지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호처분을 이행하지 않는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동행영장 제도 등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행위자들의 상담과 치료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이 전혀 없다. 가정폭력 행위자들이 알코올 문제가 있는 경우와 같이 전문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행위자들의 치료와 상담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여야 한다.

넷째, 행위자가 충분히 상담받을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상담기관과 법원간의 통로가 공식적으로 마련되어 상담의 어려움 등이 신속하게 논의되고 시정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 법원에서도 보호처분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법에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감호위탁이나, 지정되었다 하여도 병원에 대한 지원이나 행위자에 대한 예산상의 지원이 없어 현실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치료위탁 등은 법원의 판사나 조사관들의 선택의 폭을 매우 좁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폭력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나타난 문제점

가정폭력 예방 교육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가정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관한 국가 등의 책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예방에 대한 기준은 WHO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1차 예방, 위험상황에 약간 개입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2차 예방, 위험상황에서 절대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3차 예방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기준을 근거로 보았을 때 지난 1년간 정부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어떠한 적극적인 조치를 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이번 토론회를 위해 조사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통계에 따르면 일반인이나 피해자가 가정폭력방지법을 알게 된 경우는 TV나 신문 잡지 등 매스컴을 통한 경우가 95.6%, 85.0%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법에 대한 인지도는 높게 나타났으나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가정폭력방지법의 홍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정폭력방지법의 내용과 가정폭력의 원인, 실태, 심각성, 사회적 파장과 그 대책 등을 교육하여야 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은 일반인을 비롯하여 각급 공무원, 교사나 교직원의 연찬회나 직무연수 교육, 반상회 등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위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사법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집중교육, 군대에서 가정폭력에 관한 교육 등 다종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의 경우는 각 직장에서 가정폭력에 관련된 교육을 하고 가정폭력 행위자의 사진을 회사의 수위실 등에 부착하여 가정폭력 행위자가 피해자의 직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관한 조치로는 첫째, 가정폭력 상담소나 일시보호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예산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경찰서, 가정폭력상담소를 비롯한 각종 상담소, 일시보호시설 등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 연계망과 그와 관련된 매뉴얼을 작성하여야 하고 각 기관간에 공적인 연결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지정되어야 한다. 넷째,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의 이번 토론회를 위한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알아본 결과 피해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자립과 주거지 마련을 28.4%로 이혼과 함께 가장 크게 원하고 있었고 남편에 대한 교정 프로그램의 적용이 25%로 두 번째로 나타나고 있다. 즉 피해자들에게 자립을 위한 기술교육, 취업알선이 가정폭력예방의 전체 프로그램 안에서 마련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남편에 대한 교정 프로그램 적용 역시 피해자들에게 매우 필요한 내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예산상의 조치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춘숙 /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인권사회위원장, 서울여성의전화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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