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5-10   552

제네바에서 전해온 한국 사회권의 현실

'경쟁력'을 위해 권리도 침해할 수 있는가?

취지 및 경과

한국은 1990년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에 가입해 매5년마다 사회권규약의 이행상황에 대해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정부가 1999년 6월 제출한 2차 보고서가 제25차 회의(2001.4.23-5.11)때 심사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7개 단체가 2000년 6월 '사회권규약 제2차 반박보고서 연대회의(사회권연대회의)'를 구성했다. 기본적인 목표는 한국의 사회권 현실을 올바로 알려 유엔의 사회권위원회가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고 정부에 문제들을 시정 권고토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개괄적으로 평가하면, 정부보고서는 97년 이후 사회권의 실현이 불균등해지는 상황을 상세히 기술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실업률, 여성고용현황, 소득분배현황, 산업재해발생률 등 경제·사회적 권리 실현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정부 보고서에는 96년 혹은 97년도까지만 제시되어 있다. 또 정부 보고서는 정부가 채택한 정책 및 법률을 나열하고 있을 뿐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시행 결과 어떠한 진전이 있는지 또는 없는지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한편, 사회권 실현에 역행하는 조치들, 예를 들어 정리해고제의 도입, 산업안전규제의 완화, 파견근로제의 도입, 공공의료기관의 민영화, 환경규제의 완화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보고서는 일방적으로 정부기관의 노력만을 선전하고 있을 뿐, 지난 5년간 한국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실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장애 요소들을 제거하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자는 보고절차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인권·사회단체들은 평가했다.

따라서 인권·사회단체들은 반박보고서 활동을 통해 지난 5년 간의 사회권 실현 상황을 평가하면서, 특히 IMF의 영향 하에 이뤄진 정책들이 사회권의 실현에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올바로 알리기로 했다.

'사회권규약 제2차 반박보고서' 에는 규약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장애들로 다음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지난 몇 년간 한국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상황은, 극심한 경제위기와 그 처방으로 제시된 IMF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상당히 후퇴하였다. 특히 IMF가 차관의 조건으로 요구한 구조조정은 노동의 유연화 증대와 동일시되어 실업과 비정규 고용이 증가하였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간극은 소득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참여에 있어서도 심하게 벌어졌다. 1998년 도시근로자 소득통계를 보면, 소득상위자 10%의 소득은 4% 증가한데 비해 하위 20%의 소득은 -17.2% 감소했다. 또 97년에 0.283이었던 Gini 계수가 98년에는 0.316으로, 99년에는 0.320으로 증가했다. 이것은 도시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추계하면 97년 0.399, 98년 0.440, 99년 0.437에 이른다. 이밖에도 한국 정부가 구조조정의 중요 수단으로 실행 중인 전력·통신·의료 등의 사유화정책은 공공서비스의 가격 상승과 더불어 서비스 혜택을 편중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

둘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책의 전반적인 기조가 시장기능의 활성화와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에 집중되어, 오염물질 배출·자원파괴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약화되었고 환경파괴 가속화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공공부문에 관한 정부지출 축소에 따라 보건·위생·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이 약화되었다.

셋째, 한편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서 남북 대치상황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이유로 국내 인권에 대해서 제한을 가하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국가보안법이 자의적으로 적용, 집행되면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탄압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또한 국가예산의 많은 부분을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개발 및 복지에 충분한 자원이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세출예산 중 전체 정부 지출 중 17.4%가 국방비에 소요된 반면 문화·체육, 인력개발, 보건·생활환경, 사회보장, 주택 및 지역사회개발을 포함한 사회개발비 전체에 소요된 것은 11.26%에 불과하였다.

이상에서 밝힌 내용의 취지를 가지고 사회권연대회의는 난민의 권리(제 2조), 장애인의 권리(제 2, 6, 7, 10, 13조), 이주노동자의 권리(제 2, 6, 7, 8, 10, 13조), 노동권(제 6, 7조),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제 6, 7, 8조), 산업보건(제 7조), 노동3권(제 8조), 사회보장권(제 9조), 여성의 권리(제 2, 6, 7, 10조), 아동의 권리(제 6, 10, 11조), 주거권(제 11조), 건강권(제 12조), 교육권(제 13조), 문화적 권리(제 15조) 항목에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여기에서는 사회보장권(제 9조)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9조 사회보장권

A. 결론과 권고

1. 취약계층의 사회보험 적용 배제

1) 한국정부는 비정규근로자 및 영세사업장의 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등 4대 사회보험에서 배제되고 있는 일하는 빈민들(working poor)이 사회보험의 적용과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과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비정규근로자 및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직장가입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의 경우에는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근로자의 직장가입자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2)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보험료 납부 기피 현상이 심각한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정체제의 정비와 서비스의 질 향상이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4대 사회보험의 관리체계를 통합할 것이 요구된다. 특히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 부과·징수관리체계가 각각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효율성의 문제가 있고 사회보험관리기구들의 소득파악 능력의 부족으로 형평성 문제 또한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보험료 부과·징수체계의 통합 혹은 국세청으로의 이관을 우선적으로 권고한다.

2. 사회보험의 급여 수준의 적정성 문제

1)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가 좁고 본인부담금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실제적인 의료보장의 기능은 상당히 약하다. 건강보험의 급여범위를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을 점차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2) 고용보험에서 공공 직업훈련기관을 확충하고 산재보험에서 재활훈련 기능을 대폭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직접적인 현물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열악한 수준의 사회보장예산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근로자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여 현재 전체 근로자의 50%를 넘어섰고 고용불안이 심각해짐에 따라 사회안전망의 확충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지고 있다. 또한 보건 및 복지 등에 대한 국민의 수요가 증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 사회보장예산의 규모로는 불충분하며 대폭적인 확대가 불가피하다. 한국정부는 사회보장예산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4. 빈곤의 심화 및 기초생활보장수급권의 제한

1)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빈곤은 심화되고 있다. 이는 97년에 0.283이었던 Gini계수가 99년에 0.320으로 증가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득재분배 상태는 악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근로자 수의 급증과 함께 고용불안이 심화됨에 따라 일하는 빈민(working poor)의 규모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빈곤의 규모 및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양상의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과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 한국의 빈곤선 이하의 빈민들을 위한 소득보장제도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자의 자격 조건이 구제도인 생활보호법에서보다 더욱 강화되었다. 현재의 재산기준 및 주거면적 기준 등의 수급자 선정기준이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성을 제한하고 있는데, 법 취지대로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현행 선정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

3)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지급하는 현금급여 및 현물급여의 적정성은 소득보장제도로서 핵심이다. 현재 현금급여 중 생계급여는 법에서 보장하는 최저생계비 수준에 이르지 못하며 주거급여는 수급자의 주거상태와 상관없이 일정 소액이 지급되고 있고 의료급여의 경우 근로능력의 유무로 차별을 두어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총 진료비의 법정 본인부담금 20%(입원)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정부는 급여의 수준을 높여서 소득보장제도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적정 예산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5. 사회보장제도의 행정인프라 미비의 문제

1) 한국의 사회보장제도가 외형적으로는 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급여 및 서비스의 질이 낮고 수급 대상자들의 민원이 많은 이유는 우선적으로 사회보장 담당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행정전달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사회보장 담당공무원의 인원을 대폭적으로 증가시키고 보건·복지·실업 관련 행정전달체계를 정비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B. 현황 및 문제점

1. 취약계층의 사회보험 적용 배제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일정한 소득을 갖는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4대 사회보험과 빈곤층에게 생계와 의료를 보장해주는 공공부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4대 사회보험을 살펴보면, 노령, 장애, 사망 등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호기능은 1988년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이 담당하고 있다. 질병이나 부상을 입었을 때는 건강보험제도가 현물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상병수당 같은 현금수당을 지급하지는 않고 있다. 1977년에 시작된 의료보험은 현재 전국민을 포괄하고 있으나 일부 계층은 보험에서 제외되고 있다. 산업재해에 노출될 경우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사고 기간 중 이전 소득의 70%를 지급하며, 영구장애가 남는 경우는 장애연금을 지급한다. 또한 산재환자는 산재보험에 의해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받는다. 실업을 당했을 경우 1995년에 시작된 고용보험에서 실업수당을 최대 6개월에서 8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

한국의 4대 사회보험은 최근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지만 확대과정에서 안정된 임금근로자층을 우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이들보다 보호가 더 필요한 5인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 비정규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2000년 말 기준으로 공적연금제도에서 제외된 사람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4.4%로 추정된다. 공적연금제도 중 일반 국민들을 포함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의무가입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어 노후생활의 심각한 불평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의 부족, 대상자 확인 및 소득파악의 실패,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와 비정규 근로자를 의무 가입시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임금근로자의 48.6%, 32.6% 각각 제외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2000년 말). 사회보험에서 제외된 계층의 대부분은 저소득 근로자나 저소득 자영업자로서 이들은 산업재해나 실업에 노출될 경우 아무런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책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실업률이 7.7%로 최고에 달했던 98년 3/4분기에 전체 실업자 중 고용보험제도에 의해 실업수당을 받는 비율은 9.6%에 불과했다. 최근 2-3년간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확대했으나 행정관리 능력의 미비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보험이 영세사업장 근로자와 비정규근로자들을 배제시키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사회보험은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사회보험 급여 수준의 적정성 문제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외형적으로 4대 사회보험을 갖추고 있으나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등의 급여수준이 매우 낮아서 실제적인 위험분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법정 본인부담금을 포함한 총 본인부담금이 50%를 상회하는 등 위험분산도구로서 건강보험의 의미는 무색한 지경이다. 특히 저소득층은 높은 본인부담금 문제로 의료이용 기회에 있어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의 경우, 현금보상은 일정하게 국제적 수준에 올라 있으나 피재 근로자들의 재활이나 직업훈련 등 노동력 복원을 위한 현물서비스의 수준은 극히 낙후되어 있다.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직업소개 등을 원활하게 해주는 직업안정기관의 수와 관련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으며, 특히 실업자의 재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공직업훈련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한 직업훈련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3. 열악한 수준의 사회보장예산

한국정부의 사회보장제도 확충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수준과 질을 결정하는 사회보장예산의 규모는 여전히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보장에 대한 OECD 분류기준을 사용해 보면, 한국의 총 사회지출비는 GDP 대비 6.8%(97년)에 불과하다. 95년을 기준으로 선진국의 GDP 대비 사회지출비는 미국 16.3%, 프랑스 30.1%, 스웨덴 33.4%, 그리고 일본은 14.1%에 달해, 한국 수준(95년 5.1%)은 선진국의 1/3-1/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수치를 OECD 가입국과 비교해 보면 멕시코와 더불어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사회보장예산이 적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나 예산확보를 위해 정부의 일반재정을 통한 노력을 기울이거나 조세개혁을 하기보다는 사회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사회보장예산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복지'라는 국정 기조 하에서도 사회보장 관련 예산은 크게 팽창되고 있지 않은데, 이는 2000년도 사회복지예산(보건복지부 예산 및 실업 관련 예산 포함)이 총 정부예산의 7.4%에 불과한 실정에서도 드러난다.

4. 빈곤의 심화 및 기초생활보장수급권의 제한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빈곤층 규모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단적인 증거로 정부통계에 의하면 97년에 0.283이었던 지니계수가 98년에 0.316으로 벌어졌으며 99년에는 0.320으로 지니계수가 더욱 커졌다. 또한 1999년 UNDP-참여연대 빈곤보고서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지출을 하고 있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에 달한다는 추정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기존에 생활보호법이 있었으나 확산된 빈곤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의료, 주거, 교육을 포함한 실질적인 최저생활보장을 위해 1999년 8월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2000년 10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이전의 생활보호법이 노동능력이 없는 자로만 구성된 가구에게만 최소한의 현금급여를 제공하였던 반면에, 기초생활보장법은 권리성을 강화하여 일정생활수준 이하의 국민은 노동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누구든지 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하였고, 또한 국가를 상대로 수급권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함으로써 "인간답게 살 권리"라는 헌법적 권리를 실정법으로 구체화한 의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제도 시행과정에서 재산기준이나 주거면적기준 등의 위법적인 수급자 자격기준을 설정하여 보호받아야 할 빈민들이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등 법 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법 정신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적정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있고 최저생활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현금급여를 지급하는 등 새 제도를 통해 빈민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단지 정치선전에 불과하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IMF 이전과 비교하여 빈곤율은 대폭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 제도의 수급자 규모(혹은 보호율)가 구제도 하에서의 규모보다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편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이에 관한 의료보호제도를 이전의 생활보호법 하에서처럼 근로능력 유무에 따라 급여수준의 차별을 둠으로써 기초의료보장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즉, 근로능력이 있는 빈민은 근로능력이 없는 빈민보다 훨씬 더 가난하다 하더라도 의료이용에 있어서는 본인부담금을 더 지불해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의료보장의 수준은 근로능력이 없는 수급자의 경우에도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혜택을 받고 건강보험의 비급여 해당 의료행위의 경우 여타의 부조제도가 없기 때문에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5. 사회보장제도의 행정인프라 미비의 문제

사회보장제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구 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인력의 양적, 질적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사회복지전문요원, 직업상담원 확대 등에 있어서 일정한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충분한 서비스를 전달하기에는 아직도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2001년 1월 현재 전국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150만 명이고 이를 전담하는 공무원은 총 4,800명으로 공무원 1인 대비 수급자 수는 평균 315명에 다다른다. 이와 같은 인력으로 사회보장 서비스의 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제도의 보장성 및 충분성을 높이기 위한 전제로서 인력확충은 우선적이다.

한편, 중앙정부에서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도 보건, 복지, 고용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행정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실업문제를 다루는 행정체계가 각기 달리 운영됨으로써 나타나고 있는 비효율성과 비효과성의 문제는 심각하다. 외형을 갖추었지만 내실을 기해야 하는 각종의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복지 및 보건과 실업 등을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행정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수요자 중심의 행정전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 전달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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