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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4.10
  • 965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한 제1차 토론회'에 대한 보고
주거문제에 대한 관심

주거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행위의 하나이다. 주거가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주거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주거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주거가 교육, 의료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정책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사회복지학자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주거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른 분야의 주거 관련 연구자들도 대부분 사회정책으로 주거문제를 파악하지 않는다. 물리적 주택, 경제적 재화로서의 주택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두지만, 사회정책으로서 주거문제를 고려하는 것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회주택, 적정한 주거비 부담과 주거비 보조, 주거기준 등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들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또 주거 빈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주거와 관련한 사회통합적인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주거 문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위기는 실업 증가와 소득 감소를 낳았고, 이 때문에 주거문제가 점차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97년과 98년 상반기를 비교하면 한 해 사이에 도시근로자 월세가구 중에서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가구가 14.7%에서 25.6%로 늘어났다. 저소득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의 수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들이 노숙에 이르기 전에 대부분 쪽방(일세방), 월세방, 직장에서 거주했다는 사실은 주거빈곤을 방치해 둔 결과가 노숙자 문제를 낳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위기는 시민사회에게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할 시급한 과제를 던져 주었고,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시민사회가 온 힘을 쏟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에서는 주거비를 기본적인 생계비 보조에 포함해야 하며, 주택수당이나 임대료 보조를 통해 부담가능한 수준에서 적정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주거기본법은 주거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거기본법의 이념은 주거권이다. 주거권은 모든 사람이 적정한 주거에서 생활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99년 2월 10일 종로 노동사목회관에서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한 제 1 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주거기본법의 가장 밀접한 이해당사자이면서 중요한 추진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주거문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이를 지원하는 주민조직, 시민단체가 참여한 자리였다.

필자의 발제에서는 주거정책의 방향 전환과 주거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서 주거 관련 법의 재검토와 주거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되었다. 그리고 주거기본법의 성격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절한 주거'를 확보하기 위한 법, 주거 관련 법률과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법,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보편적인' 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각 주거 부문 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소개했다.

하성규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한 각계의 역할에 대한 발제를 했다. 먼저 주거권 실현을 위해 정부(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회(국회와 지방의회), 시민단체와 주민조직, 사회취약계층 등 우리 사회의 각 주체들이 해야 할 과제들이 제시되었고, 특히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해서 입법추진위원회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단계별, 분야별로 제안되었다.

주거권운동단체의 의견

토론에서는 주로 주거기본법이 주거빈곤을 해소하고 당면한 쟁점들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중요한 토론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박문수 입법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주거기본법의 의의 혹은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강제철거가 일어나서 강제철거감시단을 구성하고 구청과 경찰서 등을 항의방문했을 경우의 예를 들면서, 국제사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이나 조약, 결의 등을 제시하는 것보다 국내법에서 관련 조항을 제시하면서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좀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각 조항이 저소득층이 당면한 문제와 관련하여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상상하면서 주거기본법이 주거권 주장의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제안된 법안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이러한 과정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것도 제시했다.

민경자 봉천동 '꽃망울글방' 대표는 현재 주거 관련 법률이 재산으로서 주택에 대한 규정과 권리관계는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주거 기능 관련해서는 명확하지 않거나 가볍게 다루어져 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주거기본법에서 주거의 이념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의 유영우 집행위원장은 몇 개의 조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상했다. 먼저 현재 도시재개발법에서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주택이 철거되는 자에 대해서 임시수용시설 등의 주거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 조항이 가옥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임차인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문제가 있는데, 주거기본법의 철거민 대책에 대한 조항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조항에서 임차인 거주자나 임대주택 거주자를 배제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불평등한 권리 관계를 시정하기 위한 장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의견이 제안되었고, 이러한 의견들을 주거기본법에서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일부 조문의 수정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가 2월 말에 발행된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한 연구의 최종보고서에 실려 있다 (문의 :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777-7261, 한국도시연구소 ☎ 701-9004).

주거기본법의 제정을 위해서

주거기본법 입법추진위원회는 4월 24일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한 제 2 차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는 주거기본법안에 대한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로 기획되었다. 주거기본법에 대한 좀더 풍부하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서 입법추진위원회는 좀더 다양한 분야에서 주거권과 주거기본법에 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비하면 아직 입법추진위원회는 주거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눈물이라는 작은 돌멩이만 가지고 있는 듯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다윗의 기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시민사회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서종균 /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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