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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0
  • 2000.02.10
  • 1930


지난 1999년 12월 23일,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현역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대군인지원법의 관련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군복무의 의무가 없는 여성들과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에서 그 동안 군필 남성들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환영할 만한 판결이었으나, 재향군인들과 군복무를 해야 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에게는 불만인 판결이었다. 특히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던 고위층이나 상류층의 군복무 기피를 생각해 본다면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는 데 젊음을 바친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성들의 군복무 완수에 대해 여성과 장애인 때문에 아무런 사회적 보상이 없어도 좋은 것인가? 이에 이 글에서는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와 그 한계를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건의 개요와 청구이유

지난 1998년 10월 19일 이화여대 졸업생 이모씨는 1997년 7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고(가산점 때문에 떨어진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됨) 같은 시험 준비를 해온 조모, 박모, 김모씨 등과 연세대를 졸업한 남성 장애인 김모씨 등과 함께 총 6명이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 8 조 제 1 항, 제 3 항 및 동 시행령 제 9 조 등에 규정된 제대군인 가산점제도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들의 청구이유는 가산점제도가 병역의무의 자진이행 풍토를 조성하기보다는 제대군인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지위를 창설하여 다른 기본권 주체의 권리를 침해하며, 3∼5점의 가산점이 여성과 장애인의 응시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며, 공무담임권은 능력에 따라 공직을 맡아야 하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병역의무이행 여부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며, 결국 여성과 장애인의 취업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국가보훈처장의 의견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에서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여성은 국가공무원 시험에서 '여성채용목표제'의 특혜를 받고 있으므로 제대군인 가산점제도의 피해자가 아니며, 이 법이 1997년 12월 31일 공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98년 10월 19일에야 청구된 것은 청구기간을 넘은 것이며, 가산점제는 개인적 희생에 대해 사회복귀를 돕는 형평에 맞는 제도이며, 군복무자와 비복무자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오히려 군복무자들의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실질적 평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재의 판단

이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12월 23일 동 법령들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판결을 내렸다. 여성채용목표제는 가산점제도와 별개의 제도이고 청구인이 가산점과 무관하게 불합격하였지만 국가공무원 시험을 재차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청구인적격이 있고 장래의 시험응시에서 확실한 기본권 침해가 예측되어 현재관련성을 인정했다.

가산점제도는 헌법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입법정책상 도입된 제도로서 차별취급의 비례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여성, 장애인, 보충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자 등에 대해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이 제도는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도 없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하고 여성과 장애인을 보호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우리 법체계의 질서와 부조화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여성채용목표제는 잠정적인 우대조치로서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임시적인 제도로서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산점제도의 위헌성이 제거되거나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결국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제도는 성차별적 제도로서 헌법상 평등권(제11조)에 위배되고 고용과 취업에서 여성과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공무담임권(제25조) 및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법령은 무효가 된 것이다.

헌재판결에 대한 소견

헌재 판결은 기본적으로 옳다. 그러나 사회적 기여와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사회복지적 맥락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점이 있어, 몇 가지 해석상의 쟁점을 제기해 본다.

O 군복무로 인한 '불이익'의 의미

헌법 제39조 2항에 따라 누구든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국방의 의무는 국민 모두에게 있지만 실질적인 병역의 의무는 신체 건강한 남성들만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불이익이 헌재의 판결에서 제시한 것처럼 법적 불이익에만 한하는 것인가? 물론 법적인 불이익은 그 확인이 용이하고 명백하다. 그러나 군복무로 인한 불가피한 불이익은 그 발생의 인과관계가 명확하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군복무로 인한 시간적 손실로 인하여 학업과 취업의 '기회'가 늦어지는 것은 당연히 발생하는 불이익이다. 이것이 법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명백한 불이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없다. 따라서 사후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O 국민의 의무일 뿐인가, 사회적 희생인가?

군복무는 단지 의무이행의 의미만 갖는가? 아니면 사회적 희생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사회적 희생으로 인정한다면 논의의 쟁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공익목적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런데 병역의무는 다른 의무와 달리 직접 신체적인 구속을 받아야 하고 그 기간 동안 학업, 취업, 혼인 등 거의 일체의 것을 포기 또는 유보해야 한다. 따라서 그것이 희생이 아니며 그에 따른 보상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이다.

O 사회적 희생과 사회보상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회적 희생자들이 존재한다. 그 희생은 공익적인 것이며,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규명될 수 있는 것들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국가유공자,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민주유공자, 인간적인 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자원봉사자, 위난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버린 의사상자(義死傷者), 범죄로 인해 생명과 재산을 잃은 범죄피해자, 재해로 인한 이재민 등 많은 사회적 희생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위해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제도, 민주화 유공자 보상제도, 자원봉사진흥제도, 의사상자보호제도, 범죄피해자구조제도, 재해구호제도 등이 이미 실시되고 있거나 추진중이다. 서구의 복지국가들도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사회보상을 제도화해 왔다.

또한 그런가 하면 장애인, 노인, 여성, 아동 및 청소년, 빈민 등은 사회적 약자로서 많은 불이익과 고통을 감수하면서 살아왔다. 이들을 위한 이렇다 할 만한 사회보상제도도 없다. 특히 여성은 임신과 출산, 육아, 생리 등으로 인하여 많은 불이익과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해 사회가 제공하는 보상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고용과 취업에서 대단한 차별을 받아왔다. 그래서 남성에 의존하여 대리적인 보상을 받아야 했고 이는 결국 남성에 대한 의존성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책임한 정부가 문제다

가산점제도와 할당고용제도는 현금이나 현물이 아닌 '기회'의 형태로 제공되는 사회보상 또는 사회복지급부의 형태이다. 즉, 취업에 대한 기회를 높이거나 넓혀줌으로써 실질적인 취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급부를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희생자 또는 약자로서 구조나 제도에 의해 이미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여 긍정적인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로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보상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대상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적 보상이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유공자나 제대군인이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니다. 잘못된 것은 다른 사회적 희생자와 약자에 대한 보상체계가 없거나 부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상을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판결했듯이, 그것이 적절성과 비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급부의 형태와 수준이 합리적이고 적절해야 하는 것이다. 소숫점 이하의 점수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3점 내지 5점의 가산점을 주는 것은 지나친 보상인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대상자들의 사회적 희생과 차별을 보상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형태와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보상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산점제도 역시 가점의 비율이 너무 높았으며 또한 다른 형태의 보상을 고려해 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일부 희생자들이 받는 보상이 다른 희생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으며, 특히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위헌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부정적 평등보다는 필요하고 자격있는 국민들은 당당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상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것이다. 여성에게도 장애인에게도 사회적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윤찬영 / 전주대 사회복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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