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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0
  • 2000.03.10
  • 899
주거급여 도입의 의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면서 주거급여가 분리되어 실시된다. 교육이나 의료와 마찬가지로 주거도 독자적인 영역으로 구분되어 기본적인 수준의 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는 분야인데, 드디어 기초생활의 보장에서 그럴 여지가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주택문제라 하면 빈부격차의 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주거소비의 격차와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단칸방에 여섯이 사는 것과 60평 짜리 아파트에 세 명이 사는 것의 격차가 문제였던 것이다.

주거급여의 문제의식은 이와 다르다. 단칸방에 여섯이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칸방에 여섯이 사는 것이 왜 바람직하지 않은가? 한 방에 여섯이 살면 정상적인 부부관계,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고, 사춘기의 자녀에게 독립된 공간이 제공될 수 없다. 이러한 열악한 주거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중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나 중학교를 마치면 일자리를 구해 집을 나와 생활하는 것도 주택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같이 적절한 주거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면 가구원 각자의 생활은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개인이나 국가는 모든 사람의 적절한 주거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난한 가장이 방값을 절약하여 저축하는 것은 눈물겨운 일이지만, 그런 선택을 하여 어린이나 노약자의 주거에 대한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가난한 집안에서도 아이는 가르쳐야 하고, 병은 치료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비인간적인 사회라 여길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수준의 주거는 보장되어야 하고, 그렇지 못한 사회는 비인간적이라 여겨야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은 널리 공감되지 않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기 이전까지 생계급여에서 주거급여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직까지 최저주거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주택정책이 주거빈곤의 해소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그동안 주거가 복지정책의 한 분야로 신중하게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주택정책에서도 복지적 관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주거급여가 도입된 것은 중요한 진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주거급여 도입의 의의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주거급여가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수단이어서는 안되고, 기본적인 주거생활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식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와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먼저 최저주거기준을 도입하고 주거급여를 주거수준 향상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최저주거기준은 주거복지정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이고, 주거복지정책의 목표이자 그것을 평가하는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들이 바로 주거복지정책의 내용이다.

최근 건설교통부에서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최저주거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거급여의 실시를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기본적으로 향유해야 할 주거수준으로서 최저주거기준이 제시되면, 주거급여 실시의 목표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둘째, 저소득층 주택재고와 주택시장의 상황을 고려하고, 저소득층의 주택재고를 유지하고 그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주거비를 지원하는 것은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나 가구가 더 나은 주택으로 이사를 가거나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개량해서 적절한 주거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주택재고의 양이 늘어나고 그 질이 나아질 수는 없다. 따라서 저소득층을 위한 양질의 주택이 공급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공공이 직접 투자를 확대하거나 민간시장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거비 지원만을 확대하면 주거수준 향상 효과는 크지 않고, 임대료 상승만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거비 지원은 저소득층 주택재고의 확대와 질적 향상을 기하는 정책과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국민기초생활법의 실시와 관련된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주거급여를 통한 저소득층 주거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주거비 지불현황에 대한 파악과 급여의 주거개선 효과 혹은 최저주거기준 달성 여부 등에 대한 조사와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실시를 위한 복지기반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와 관련하여 완급을 조절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 또 행정이나 감시에 들어가는 비용이 과다하면 정책 자체도 존재하기 어렵다.

주거급여 실시 계획

이상과 같은 취지와 한계 속에서 주거급여의 실시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먼저 주거급여의 지급대상은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이다. 대상자는 다시 임차가구와 자가가구로 구분되며, 임차가구에게는 임차료 지원 혹은 전세자금 대여가 제공되고 자가가구는 유지수선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임차가구에 대한 임차료 지원이다. 생계급여를 받는 임차가구는 전세자금을 대여받지 않는 한 누구나 임차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임차료 지원을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 임차가구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는 자가가구에 비해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임차료 지원액은 전세, 보증부월세, 월세, 사글세 등 임차형태에 무관하게 매월 지불하는 것으로 환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이를 '원임차료'라 한다. 원임차료의 50%를 주거급여로 지급하고 지원 상한을 최저주거비의 50%로 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최저주거비 수준의 주거비 지출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원임차료 전액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일시에 많은 가구의 주거비 지불액을 향상시킴에 따른 주택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주거사정을 개선하지 못하고 임차료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비율은 저소득층 주택사정 및 주택시장의 변화를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2003년에 가야 실시되고 2002년까지는 유예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이전까지는 가구규모별로 소요되는 최저주거비의 50% 수준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유예기간을 두는 이유는 임대차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원임차료 계산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재산의 소득환산이 2003년부터 실시되며, 실시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 등의 이유가 있다. 이는 2002년까지는 임차료 지원을 통하여 주거수준 향상을 유도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유예기간을 두는 이유들도 타당한 것이기는 하지만 주거급여 도입의 본래 의도가 크게 위축된다는 점에서 유예기간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임차가구는 임차료 지원을 받는 대신 전제자금 대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세금 이외에도 임차보증금에 대해서도 대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밖에 기존의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융자를 위한 재원을 확대하고 융자절차를 개선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의 전세자금 융자를 관할하고 있는 건설교통부와 보건복지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자가가구에 대해서는 유지수선에 대한 지원을 실시한다.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수선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여 양질의 주택재고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유지수선에 대한 지원은 자활사업을 활용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유지수선에 대한 지원은 정기적인 점검 서비스와 수선에 소요되는 인건비나 장비사용료 등은 자활급여를 통하여 지불한다. 또 재료비 등 기타 비용의 일부는 주거급여의 유지수선비로 지원하고, 수급자도 재료비 등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과제와 전망

2000년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다. 2000년의 석달간 주거급여는 이미 확보된 예산의 범위내에서 지급될 것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또 2002년까지도 가구규모와 주택점유형태를 고려하여 주거소요에 비례하여 급여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이때에도 가구별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기본적인 수준의 주거생활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거급여를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것의 의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계획된 바에 따르면 2003년에 가서는 주거급여가 주거수준을 향상시키는 유도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고, 그때에는 최저주거비 수준의 지출 혹은 최저주거기준의 달성을 유도하는 장치로 주거급여가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현재 계획된 유예기간이 단축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기간을 단축하고 주거급여가 명실상부하게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구되는 일들이 있다. 사회적 합의 속에서 최저주거기준을 만들고 이와 함께 최저주거기준 달성을 위한 다양한 실현수단이 고안되어야 할 것이다.

그 실현수단은 저소득층의 주택재고와 주택시장에 대한 공공과 민간부문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복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1년 혹은 2년은 기초생활보장정책이 자리를 잡는 것과 동시에 주거복지정책이 틀을 잡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모양이 될 것인지는 그간의 노력에 달려 있음에 분명하다.

당분간 주거급여의 의도가 충분히 발휘되지 않을 것이고 주거급여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을 갖게 하는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불행하게도 그동안 우리의 주거복지정책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작지만 분명한 희망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종균 /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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