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3-10   787

제 2 회 아시아 지역사회보장학회를 다녀와서 (표빠짐)

이 글은 복지동향의 독자이신 김효순 님께서 홍콩에서 개최된 지역사회보장학회에 다녀오신 후 투고해 주신 글입니다.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 편집자 주

2000년 1월 24일 오전 11시 40분 홍콩 Chek Lap Kok 국제공항에는 간간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1997년 중국반환을 기념하는 최대선물이라는 소문 그대로 공항은 거대한 규모와 최신시설로 잘 단장되어 있었다. 날씨는 비로 인해 약간 쌀쌀했지만 상쾌한 아침공기 속에 발걸음을 재촉해 지정호텔인 엠파이어호텔에 도착, 도보로 5분거리이자 세미나장인 홍콩사회복지협의회 건물을 찾았다.

이번 학회는 홍콩사회복지협의회가 홍콩정부의 사회복지국과 아시아·태평양 국제노동기구의 협찬으로 개최하였다. "아시아의 경제적 불확실성에서의 사회보장 : 그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아래 모두 11개국(홍콩, 한국, 태국, 대만, 중국,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석, 1회의 기조연설, 4회의 전체토론, 8회의 세미나를 통한 발표가 있었다. 준비위원장인 홍콩시립대학교의 Ngan 박사의 서문에 의하면 이러한 국제적 학문교류를 통해 사회보장의 다양한 분야에 관한 귀중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국가에 적합한 유익하고 독특한 사회보장체제를 개발·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1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이번 세미나의 전체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미드그레이 박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 20년간 사회보장에 대한 경제적 비판의 우세로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축소와 재조정이 전세계에서 진행되어 왔지만 이제는 사회보장에 관한 적극적이며 확신에 찬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줄 수 있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였다. 사회보장만이 경제적 불확실성과 연관된 위험을 제거해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회보장은 이미 과거부터 실업보험, 사회부조와 시기적절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켜 준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은 또한 경제적 위험을 증대시키는 일상의 돌발사태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회보장을 위한 발전적 방향은 그 제공의 역할을 확고히 할 뿐만 아니라 그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법으로는 첫째, 거시적 수준에서의 경제적·사회적 정책의 연계를 강조함으로써 완전고용을 촉진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경제정책의 역할을 강화시키면 경제주기(순환)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사회투자에 대한 사회보장의 강조는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에서 위기일발의 경제적·사회적 조건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과 지역사회의 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다. 셋째, 생산성의 강조는 불경기에 소득과 사회적 기준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경제·사회적 사업들을 촉진하게 해줄 것이다.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폐지 혹은 민영화라는 현재의 추세보다는 사회보험과 경제발전과의 연계를 강조함으로써 그리고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에 투자한다는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사회복지의 기초가 되었던 집합주의적 가치를 굳건히 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문태준 회장님은 "최근의 경제적 위기에 따른 사회안전망"이란 제목으로 IMF 경제위기 이후 완벽한 사회안전망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래된 대량실업, 저소득층의 증가, 가족해체(이혼의 증가, 자녀와 노부모 유기), 노숙자의 증가,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초래되었음을 밝혔다. IMF 구제금융을 통한 경제부문의 재건축을 통해 2년 이내에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며 이 위기로 인해 사회보장체계를 확립하고 또한 사회안전망이 경제성장만큼이나 국가의 안녕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Ngan 교수(홍콩시립대학)는 "동아시아의 사회정책에 관한 아시아의 위기에 따른 영향"에서 2년 전부터 시작된 아시아의 경제위기와 "아시아의 네 마리 용"(NIC)이라 불리는 한국,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의 다양한 반응과 대응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올 겨울에 시행예정인 홍콩의 새로운 사회보장체제인 "Mandatory Provident Funds Scheme"에 대해 설명했다. MPF는 사회보장의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설명해줄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되며 민영화의 결과는 분배의 효율성을 개선하며 공공비용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18세에서 65세 사이의 노동자는 MPFS에 등록되고, 고용주와 피고용인은 각각 월급의 5%에 해당하는 기여금을 내며 정부는 단지 이 제도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인 조건들을 정비하는 것이다. MPF의 채택근거로는 형평성, 비용효과, 홍콩인의 욕구충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인데 홍콩주민들의 이 제도에 대한 인지도, 지지도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세미나장에서도 격렬한 토론과 반론이 제기되었다.

대만의 Chou 교수는 "대만의 지역사회복지 : 지역사회에서의 복지 = 지역사회에 의한 복지!&?"라는 제목으로 홍콩과 영국에서부터 채택된 지역사회복지가 대만에서는 '사례관리'(case management)와 혼용되는 현상을 언급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의 보호'가 정작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보호를 통해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전통적으로 가족에 의한 보호관습이 강하게 남아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정부의 강력한 참여의지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1975년 UN에서 축출된 이래로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사회복지분야뿐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분야에서도 교류가 없는 어려움도 밝혔다.

페회식에서의 마지막 코멘트로는 21세기 사회보장제제의 변수로서 인구의 노령화, 민영화, 효율성 등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진행될까에 관해 언급되었으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와 연구가 진지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에는 구세군에서 지원하는 독거노인, 영세민, 혹은 외국노동자들이 거주하는 매우 낡고 오래된 비좁은 아파트를 방문하였다. 그 낡은 아파트는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공간에 가파른 계단을 끝도 없이 올라가(아마 6, 7층 정도) 2평도 안되는 좁은 방에 모든 살림살이를 쌓아놓고 침식을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독교 가족서비스센터를 방문, 실업자 지원서비스에 관한 설명을 듣고 기념촬영을 한 후 공식일정을 마쳤다. 현장방문은 두 가지 코스(영어와 현지어)로 진행되었으며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관심이 더 있는 나는 홍콩에서 만난 성 제임스협회의 사회복지사 도라의 통역에 의존했기 때문에 방문한 시설들의 다양한 참고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 비록 세미나 규모는 거창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세미나에 참석했던 모든 이들의 진지한 태도와 능숙한 영어소통(발제와 질문, 토론)이 참으로 부러웠다.

왠지 모르게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 홍콩. 2000년 용의 해를 앞두고 휘황찬란했던 야경,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고층건물과 거리, 동양의 진주-낭만적인 항구도시, 이 모든 수식어를 뒤로 한 채 나는 목요일 아침 일찍 서울로 향하기 위해 홍콩공항으로 출발하였다.

김효순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대학원 도시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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