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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2
  • 2002.12.10
  • 925
1. 대선후보들의 주거복지정책 기조

대선후보들의 주거복지정책에 있어서 강조되는 바는 다소 상이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각 후보의 정치적 성향과 현실을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회창 후보의 주거복지정책은 주로 실수요자의 주택소유 촉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노무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의 경우, 구매력이 없어 시장에서 자신의 선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노무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의 정책에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데, 노무현 후보는 민간과 정부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소득계층별로 차별화된 주택정책을 시행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권영길 후보는 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세입자 보호 정책과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곧 이회창 후보와 권영길 후보의 정책기조를 양 극단으로, 노무현 후보의 정책기조가 그 사이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상이한 정책기조 하에서 제시된 각 후보의 정책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하나는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과 관련하여 각 후보가 제시한 주택가격 안정대책이며, 다른 하나는 저소득계층의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으로, 이 두 가지 측면에서 각 후보의 정책 내용을 평가·비교함으로써 대선 후보들의 정책적 차이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2. 주택가격 안정 대책, 공급확대와 투기차단

주택가격 안정 대책과 관련하여, 두 가지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수요를 안정시키는 정책과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 방지 정책이 그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노무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후자의 입장에 서 있다.

이회창 후보는 주택보급률 110%를 목표로 임기 5년 동안 총 28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이 중 정부가 책임지고 100∼120만호를 공급함으로써 주택가격 안정과 주택난 해소를 달성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도권의 한계농지, 구릉지, 임야 등을 저밀도 택지로 활용하는 공영개발을 통해 주택분양가를 30% 이상 인하시킬 것이며, 무주택 젊은 가구들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아파트 우선청약권을 부여하고 20∼30년 동안 장기저리의 주택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 현재의 주택가격 폭등은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가 정착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산 자금이 주택시장에 유입되는 데 기인한 것이라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을 통해 투기수요를 줄여나가고 재산가치에 부합하는 세금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철저한 투기차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 수도권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투기 차단을 통한 주택가격 안정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 후보와 공유하고 있는 바가 적지 않지만, 분양권 전매금지, 분양가연동제 부활, 과도한 주택가격에 대한 시정명령제 도입, 실거래가 양도소득세 강화,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등 더욱 강력한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부동산의 투기적 이용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선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이회창 후보의 정책은 분양가 30% 인하에 관한 공약을 차치하더라도 다분히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인다. 제시되고 있는 정책대로라면, 연간 46만호가 공급되어야 하지만 이는 1990년 이후 연평균 56만호가 공급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볼 때 훨씬 감소된 공급물량이라는 점에서 주택가격 안정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양적 지표로서 주택보급률 110%의 목표와 주택가격 안정 사이의 상관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주택이 양적으로 충분하여도 주택가격은 크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서민가구들의 주택소유 촉진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 역시, 더 큰 문제인 장년 및 노년층 저소득 가구의 주거문제를 도외시한 채 제시되고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지지 확보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의식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한편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 환수를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노무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의 경우, 그 취지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으나, 자칫 주택시장의 순기능을 제약할 우려가 있으며 그동안 역대 정부가 실현하지 못한 강력한 징세권 등을 어떠한 내용과 방법으로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결여되어 있는지라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3. 물량공급 위주의 공공임대주택 정책

늘상 대선 때만 되면, 출마한 모든 후보들이 저소득계층의 주거복지와 관련하여 약방의 감초처럼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가 바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다. 이회창 후보, 노무현 후보, 권영길 후보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향후 임기 5년 내에 공급되는 280만호의 주택 중 60만호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을 낮추고 근로자 전세주택은 5년 후 분양이 가능한 형태로 공급하되 임대료는 시세의 70% 수준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재원은 국민주택기금, MBS(주택저당채권) 발행, 국민주택기금 채권 발행 등으로 조달할 것이며, 수도권 주변에 미니신도시를 개발하여 부족한 택지를 마련할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2003년부터 5년간 국민임대주택 50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재정규모를 감안할 때 국민임대주택 공급에 소요되는 30조원 중 연간 1조8천억원을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택지는 공공택지개발을 통해 공급하되 필요한 경우 환경등급이 낮아 보존가치가 없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을 활용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의 경우, 앞의 두 후보와 같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확대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하고 있지만, 몇 년에 몇 채를 공급하겠다는 다분히 형식적인 정책목표는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의 범위를 30년 이상 장기임대되는 영구임대주택, 50년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으로 한정하고, 이러한 유형의 주택에 대한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재원의 효율적 이용의 측면에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는 주택의 공급기준을 강화하여 해당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회창 후보의 미니신도시 개발을 통한 택지확보 정책과는 반대로 주민들의 생활권역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일단, 이회창 후보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개념이 분명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민간건설업자가 공급하는 주택도 공공임대주택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이회창 후보가 약속한 60만호 중에는 민간이 건설하여 5년 후 분양되는 임대주택이 포함될 개연성이 높으며, 이 경우 서민주거복지와의 상관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무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개념은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이다.

둘째, 노무현 후보의 국민임대주택 공급 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계획에 의한 동일 기간의 국민임대주택 공급량에 비해 약 6만호가 더 많다는 점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주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소득 1, 2분위의 취약계층이 임대료 수준이 높은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단순히 국민임대주택 공급의 확대만으로 서민주거안정을 달성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중하위 소득계층이라면 누구든지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공공임대주택에 자유로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배분 및 관리 측면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셋째, 권영길 후보에게 있어, 공공임대주택은 30년 이상 장기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유형이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장기적인 계획 하에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함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다소 진일보한 내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문제점은 각 주택유형마다 입주대상계층이 다르기 때문에 입주자의 순환이 자유롭지 못하고, 최저소득계층에게 편익이 돌아가기 어려운 계층역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권영길 후보 역시 노무현 후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물량위주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분배 및 관리의 측면까지 정책의 범위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했을 때, 가중되는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화된 고민도 요구된다.

4. 주거복지정책의 현안

대선후보들의 정책들을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단순화하여 살펴보았기 때문에, 사실 언급되지 못한 정책들이 있다. 예를 들어 권영길 후보는 적극적인 세입자 보호정책의 차원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전면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노무현 후보의 경우, 효과적이고 일관된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위해 장기적으로 임대주택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득수준, 최저주거기준 등을 통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선별하고 이들에 대한 임대주택 우선 공급 및 주택 개·보수 지원 등을 강구하며, 전월세보증금 융자 확대 및 임대료 보조 정책과 함께 노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서민주거복지와 관련하여 늘상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에 치중했었던 과거와 비교해볼 때, 내용적으로 상당히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문제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현안으로서의 주거복지문제를 정책 혹은 공약으로 적절히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나갈 것인지, 애초의 입법예고안과 달리 주택법 정부안에서 누락된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 문제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지, 이미 선진국에서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주거급여 제도를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지, 공공임대주택의 안정된 공급과 효율적인 배분 및 관리를 위한 법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각 후보들의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이제부터라도 주거복지의 현안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정리를 강제하고,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당선자에 의해 본 현안들이 정책적으로 깊이 다뤄질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원석/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agenda21@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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