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5-10   871

주소 없이도 편지는 받을 수 있어요

5월 3일 송파구 비닐하우스촌에 우편수취함 설치

"이제는 세금 밀리는 일도, 예비군 훈련시기를 놓쳐 과태료를 내는 일도 없을겁니다"

"친구들에게 편지보내라고 할거예요"

"이웃간 말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 편지로 대신할겁니다"

지난 5월 3일 송파구 비닐하우스촌에 예쁜 우편수취함이 설치됐다.

개미마을, 장지마을, 화훼마을, 통일촌 등 4개마을 주민들은 마을에서 가장 눈에 잘띄는 곳을 골라 우편수취함을 설치하고는 모두들 한마디씩 하며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정보통신시대에 촌스럽게 우편수취함 운운하는 것이 의아스러울지 모르겠으나 이지역 주민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비닐하우스촌이 형성된 지 10년이 넘도록 주소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편지한통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년 세월동안 행정관청은 주소지를 인정하지 않았고 무허가촌 주민들은 각종 세금고지서를 제때 받아보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우편물은 실제거주지가 아닌 주민등록지로 배달돼 전입신고를 한 주소지에는 이미 납부시기를 넘긴 세금고지서와 먼지 쌓인 편지들이 뭉텅이째 굴러다녔고 대부분 반송돼버려 우편물을 받아보기란 하늘의별따기였다.

이렇게 세상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비닐하우스촌 주민들.

행정관청은 이러한 주민들의 불편을 뻔히 알고도 남의집 불구경하듯 했고 세금납부기간이 지나면 여지없이 연체료를 부과했다. 주민들이 울며겨자먹기로 불편을 감수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위례시민연대는 주소지찾기 소송과 함께 우편수취함 설치도 시급하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22일 송파우체국에 수취함 설치를 요청한 바있다.

이에 송파우체국은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 사실 이지역 주민들의 우편물이 거의 대부분은 반송돼는 형편이어서 집배원들의 민원이 제기돼는 상태였다 – 요청한지 6개월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설치했다.

통일촌 주민 이쇠안씨는 "마을주민들의 생활에 활기를 더할 것 같다"면서 "너무 고마운 일"이라며 기뻐했다.

송파우체국 유제충 집배실장도 "수취함 설치가 늦어져서 미안하다"며 "우편량이 많아 수취함 활용도가 높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취함 관리는 마을주민이 스스로 하기로 했으며 한꺼번에 배달된 우편물을 관리자가 분류해 각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송파지역뿐만 아니라 다른지역 무허가촌에도 수취함이 설치돼 주소지가 없다는 이유로 세금고지서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 않기를 기대해본다.

– 수신자에 '송파구 문정동 개미마을 김아무개, 송파구 가락동 통일촌 이아무개' 라고 기입하면 우편물이 전달됩니다 –

최영선 / 위례시민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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