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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2
  • 2022.03.01
  • 32

[복지칼럼] 다시 ‘역대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제20대 대통령을 선택하는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시민들의 촛불로 시작되고, 결국 그 촛불 이 결과를 좌우한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이후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다. 촛불의 결과로 들어선 정부였으니만큼 대통령이 약속한 ‘내 삶의 책임지는 국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컸었다. 그렇다면 시효가 거의 만료되고 있는 이번 정부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그렇지 않아도 이번 정부가 부여받은 우리 사회 개혁과 민생 회복의 과제가 녹녹하지 않았던 판에 임기의 거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보냈다는 구실이 없지 않으나 이번 정부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냉정한 편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선거에서 촛불과 함께 수명이 다한 줄로만 알았던 보수 야당의 후보가 정권심판론을 등에 업고 기세를 올리는 것만 보아도 이 점은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선거권을 행사한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역대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라는 수식어가 동원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기억하기로 대통령 선거는 매번 비상한 시국에서 치러져왔고, 그만큼이나 역사적인 선거였다. 이번 선거는 어떠한가? 나라 밖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라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공의 전형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국내적으로 우리나라는 자산, 성별, 고용계약 형태, 심지어 지역과 출신학교 등을 축으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의 위기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2002년 합계출산율 1.3명 이하를 의미하는 초저출산 국가가 된 이래 20년 넘게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역사상 유일한 국가이다. 저출산과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급속한 고령화의 문제 역시 당분간 가속될 전망이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온 이러한 인구사회학적인 위기말고도 다음 몇 가지 지점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역대 가장 중요한' 선거이다.

 

첫째,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이다. 극도로 체제내화된 불평등의 벽을 마주하고 있는 99%의 대중들은 영끌을 동원한 부동산 패닉과 코인 패닉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초격차에 날마다 절망한다. 거대한 불평등의 수면 위로 언뜻 모습을 드러내는 이러저러한 불공정의 조각들에 분노가 차오르고, 집중된 분노의 화살은 때로는 다른 성을, 다른 세대를, 다른 국적의 사람을 향하여 무차별적으로 날아가 꽂히고 있다. 촛불을 밑불삼아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횃불을 들어올렸지만 시효를 불과 두 세 달 남겨놓은 지금까지 광장에서 어깨걸고 함께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건물 철거 현장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조선소에서, 발전소에서, 새벽 배달 길에, 혹은 비좁은 고시원 한구석에서 각자도생의 삶을 외롭게 마감하고 있다. 

 

둘째, 국내외적인 환경 변화의 문제이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선진국의 소식들은 디지털 기술변화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고용구조의 전환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실어나르고 있다. 전지구적인 성장 완화와 세계경제체제의 블럭화 등에 대응하는 경제구조와 산업구조의 혁신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더 이상 성공의 신화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급속한 환경변화에 따른 혁신의 흐름에 우리나라가 뒤쳐진 것은 아닌지 시민들은 불안하다. 현 시대가 필요로 하는 소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인식의 향상도, 사회적 합의의 노력도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미중간의 패권 경쟁은 살벌한 신냉전의 한복판으로 끊임없이 한반도를 소환하고 있다.

 

셋째,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라는 특수성이다. 코비드19부터 베타와 델타를 거쳐 오미크론, 스텔스 오미크론에 이르기까지 어디서 끝날지 모르는 변이의 행렬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생계의 위기, 돌봄의 위기, 교육의 위기, 관계의 위기가 도처에서 현실화되고 있으며, 위기가 재난으로 현실화되는 것은 불평등 구조의 가장 밑자리부터 시작된다.

 

다시 ‘역대 가장 중요한’ 대선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정책과 사회비전의 실종으로 특징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불과 2주 남짓 남은 이 시간까지도 우리는 주요 후보들이 어떤 정책과 사회비전을 가지고 우리 정부의 운영을 책임질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두고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치부하고 마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다면 옳지 않다. ‘역대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를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방치하고 있는 여야의 후보들과 정당들은 무책임함을 넘어 비윤리적이다. 지금이라도 후보들은 위에 언급한 불평등의 문제,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 코로나 재난상황 극복의 문제 등에 대한 답을 내놓고 시민들과 토론해야 한다. 그들이 정부의 책임자가 되었을 때 99% 민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거대한 전환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후보들은 정책과 비전을 무기로 시민의 표를 다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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