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4-01   810

[기획4] 청년의 노후소득보장 강화, 국민연금부터 하면 안 될까?

[기획4] 청년의 노후소득보장 강화, 국민연금부터 하면 안 될까?1)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차장

대선과정에서 복지분야 중 가장 크게 쟁점화된 사안은 무엇일까? 바로 연금개혁이다. 저출생과 기대수명의 증가로 인해 인구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동시에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어찌 보면 노후소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마침 TV토론회를 통해 연금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주요대선후보들의 언급이 반복되면서 더 큰 이목을 끌게 되었으며, 연금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요신문 지면을 통해 연금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이제는 차기 정부의 주요 정책아젠다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청년(혹은 청소년)세대가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주장이 붉어지면서부터 2030세대의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주장의 요지는 국민연금이 과거 소득대체율 삭감을 통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계속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넓어 정규직 중심의 혜택이 강한 특성을 갖고 있고, 인구고령화로 인한 기금고갈로 지급불능사태에 빠질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보험료율 올리는 게 핵심과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지급개시연령을 현행 65세에서 2~3년 뒤로 미뤄야 하고 소득대체율을 지금보다도 더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왜 청년들에게는 ‘좋은 연금의 미래’를 허락하지 않는가?

우리 사회에는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취업준비생, 노동시장에 진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소위 ‘사회초년생’, 현재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여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 가정을 꾸려 출산 및 육아라는 현실적 제약조건에 놓인 젊은 부모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청년들은 그 자체로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나름 열심히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에 기여해온 바를 사회적·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당연시한다.

 

평범한 청년의 시각에서 이러한 주장을 접했을 때는 이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고 가상화폐나 주식과 같이 투자를 통해 일확천금의 경험이 공유되면서 노동에 대한 가치가 장기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청년세대는 점점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삶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연금재정의 안정화를 위한 개혁은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청년에게 돈 더 내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가입기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더 많이 우대해주겠다는 약속, 낸 보험료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기금운용을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 등 별다른 대안 없이 보험료율만 더 올리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파멸적 시나리오를 기정사실화하여 받아들이게 만들려고 하는 보수적 재정안정화론자들이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은 국민연금 재정추계자료이다. 국민연금의 재정추계는 간단히 말하면 최근 5~10년 과거 자료를 갖고 미래를 ‘추계’하는 방법이다. 즉, 경제성장,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참여도, 가입자의 수 및 가입기간의 변화, 기금수익률 등 과거자료를 기반으로 한 70년 뒤의 예측치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수치 하나만 바뀌어도 미래의 흐름이 변화할 수 있는 방정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가령 기금운용 수익률이 지금처럼 계속 좋은 흐름을 나타낸다든가, 청년세대에게 더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 안정적인 소득흐름이 발생하게 되고2),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주거비용을 낮추고,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문제를 해결하여 지방 다극화 전략이 적극 시행되는 등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때 느끼는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게 된다면 계속해서 떨어지는 출산율의 반등, 경제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을 최소한 유지할 수 있는 등 약간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즉, 재정추계로 나타나는 결과는 우리가 얼마든지 정치와 정책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기에 어둡고 우울한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왜 현재 청년들에게는 더 좋은 연금의 미래비전을 허락하면 안 되는 것인가? 혹자들이 언급하는 것처럼 과거를 보니 미래에도 답이 없고, 보험료를 더 내야 계속 돈을 줄 수 있으니 지금부터 적어도 40~60% 인상된 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하라는 주장을 청년들이 받아들이기는 매우 힘들다.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청년세대에게는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쉬울 수 있다. 만약 진심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연금제도를 통해 세대간 연대 강화를 달성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국민연금을 통해 더 많은 급여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세대의 미래를 위한 일종의 사회투자를 언급해야 청년들이 스스로 노동시장에서 실패의 위험이 매우 높지만 창의적인 경제활동에 기꺼이 참여할 것이고, 동시에 경제활동에 참여한 소득을 통해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보험료와 조세도 기꺼이 내겠다고 할 것 아닌가.

 

국민연금의 숨겨진 기능도 생각해봐야

소위 재정안정화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이러한 국민연금을 보완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더 많이 주면 공적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표를 결국 달성할 수 있지 않냐고 반론하는 주장도 있다. 2007년 연금개혁 당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은 2012년 기초연금(20만 원)으로 전환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수급액이 30만 원까지 올라가는 등 실제 현재 노인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기초연금을 수급액을 대폭 상향시키고 범위를 확대하는 등 소위 기초연금강화를 하게 되면 국민연금은 좀 쪼그라들어도(?) 상관없지 않냐는 식이다.

 

그런데 이는 ‘얼마를 받게 되는가’, 즉 급여액만을 계산할 때 부분적으로 타당하다. 제도의 긍정적 기능 측면들을 고려하면 오히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우선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재원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기초연금보다 유리하다. 기초연금은 생각보다 더 많은 행정적·정치적 절차를 거쳐 재원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는 현재의 제도설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투입되어야할 조세의 양 또한 어마어마하다. 즉, 미래에는 정부의 예산편성과정에서 노인에 대한 정부재정투입을 두고 개인의 기여가 없는 기초연금과 기여에 일정수준 보조하는 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서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경합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은 청년세대에게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공적연금이라고 볼 수 있을까?

 

또한 전문가들조차 언급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이 바로 그것이다. 말 그대로 경제활동을 하던 가입자가 장애가 발생하면 국민연금은 장애연금을 지급한다. 마찬가지로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가입자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시 남은 가족에게는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일종의 종합보험적 성격으로서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이 기능은 기초연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행정절차적 구제성격이 강한 국민연금심사위원회에 올라오는 안건들을 보면 정말 생각지도 않은 연령대에 갑작스럽게 상병이 발생하여 장애로 이어지거나 급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이때 평소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해 온 경력이 있는 가입자(혹은 가입자의 가족)는 생각지도 못했던 국민연금의 장애연금, 유족연금을 통해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게 된다. 한 시점에서 청년은 중장년보다도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정도 더 긴 노동생애를 가질 수밖에 없기에 사실상 사회적 위험에 노출될 때 그 리스크가 개인에게 미치는 효과는 더 길고 더 크다. 그래서 이런 기능들이 사실상 청년들에게 더 좋은 안전판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은 향후 3~40여년간은 기금이 존재한다. 물론 그 이후에도 기금이 사실상 0으로 소진될 확률은 0에 가깝다. 어쨌든 보험료율을 조금씩 계속해서 조정해나가든 인구구조의 변화가 일어나든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성장이나 노동시장 참여율이 증가하든 또 다른 변수들이 계속 변화하여 현실을 바꿔나갈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금은 존재한다. 기금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는 주식과 채권, 그리고 부동산과 사모펀드 등 소위 투자를 통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내주식만 따져보자. 지난 2년여간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에 국민연금기금은 상당한 역할을 했다. 감염병 확산 초기에 주가가 엄청나게 내려가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주식을 확보하여 가격이 하락하는데 방지하기도 했으며, 반대로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보유주식을 줄여가면서 과평가될 수 있는 주식가격을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게다가 스튜어드십코드 덕분에 그동안 재벌총수일가에 의해 그야말로 횡포에 가까운 경영행태를 나타내던 대기업에 다양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경고 시그널을 보낼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아쉽게도 기초연금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다.

 

적정수준의 국민연금 급여액 회복이 우선되어야 청년도 설득될 수 있어

국민연금의 자체적인 노후소득보장기능은 현재 매우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의 객관적 상황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국제비교가 가장 우선이며 이는 OECD가 격년으로 발표하는 ‘한눈에 보는 연금’(pensions at a glance)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1년에 발표된 자료에서 OECD는 연금모델3)에 의하면 회원국의 평균소득자 기준 총소득대체율은 51.8%인데 반하여 우리나라 국민연금 평균소득자의 총소득대체율은 31.2%에 그쳐 매우 낮은 상황이다. 공적연금이 최소 40%의 소득대체율을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세계은행의 한 보수적 학자의 말에 비추어보면, 한국은 보수적인 수준에서 보았을 때도 국민연금이 보장하는 수준이 형편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 아래에서 궁극적인 문제는 현재 청년세대가 갖고 있는 인식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서부터 불신을 해소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보험료는 높아지고 심지어 나중에 급여가 깎일 수도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메워준다고 한다면 청년에게는 공허한 소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청년들은 오히려 내가 공적인 제도를 통해서 충분히 납부하고 충분히 받기를 원할 것이다. 내가 낸 보험료는 국민연금인데 왜 기초연금으로 대신 메워준다는 것인가에 관한 문제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도 결국 내가 노동시장에 참여해서 생긴 권리인데 그걸 왜 건드리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이나 다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고 보험료와 조세로 다 합쳐보면 다 똑같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년 개인은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내가 낸 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이고 내가 납부한 이력에 따라 받는 보험제도이기에 권리성이 강하고, 기초연금은 노인이 된 시점에 가서 판단했을 때 연금액이 부족하다고 결정되어서 받는 제도이기에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퇴직급여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청년세대의 경우 주거비 마련이나 퇴직 이후 다시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때 들어갈 수 있는 비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소위 목돈으로서의 기능을 더 많이 한다. 적정한 노후소득 대책으로 활용되기 매우 힘들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정책적 관심을 제도가 본래 기능해야할 ‘목적’보다는 장기적 존치를 위한 ‘수단’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생겼다. 다시 돌아보자. 개혁은 왜 해야 하는가? 국민 개개인의 행복, 즉 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경제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개혁을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본래 개혁에 대해 언급할 때는 최소한 달성하고자 하는 기능적 목표가 먼저 제시되는 것이 우선 아닌가? 연금개혁을 통해 청년들에게 얼마만큼의 급여를 제공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신뢰를 만들어낼 것인가? 경제활동인구로서 30년 정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 열심히 기여한 보험료로 65세 이후부터 충분한 노후소득을 보장받고자 하는 현재 청년세대의 욕구가 이기적인 것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고민을 해야한다. 

 

어쩌면 아주 최소한의 적정 수준만 국민연금이 보장할 수 있다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청년들이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 수 있지 않을까? 연금개혁은 어쨌든 또다시 출발하였다. 우리 사회의 복지정치에 있어서 그동안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했음을 상기한다면 지금 또한 전문가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전문가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청년들에게 더 좋은 연금제도가 어떤 것인지 더 나은 대안을 이야기해주었으면 한다. 청년들은, 그리고 국민들은 연금전문가들에게 70년 뒤의 미래라고 뭉뚱그려진 수채화나 주어진 정보 몇 십 가지로 도트를 수십 만 개 찍은 점묘화를 그려달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번 연금개혁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년의 삶을 입체적으로 투영시켜 긴 호흡 아래 조금씩 다듬어낸 공적연금의 조각상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1) 지금의 기고문은 필자가 속한 조직의 입장은 아니다. 다만 필자가 지금까지 활동해오면서 경험해온 바와 축적해온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판단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본 졸고는 학술적 내용이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게 작성한 글이기에 부족한 혹은 왜곡된 생각이 충분히 있을 수 있기에 반론 내지 보충되는 주장이 많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2) 물론 새로 당선된 정부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매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3) OECD 연금모델에서는 소득대체율을 한정할 때 몇 가지 조건을 갖는다. 일단 소득대체율은 개인이 보장받는 노후소득이 노동시장에서 벌어들이던 소득에 비하여 얼마만큼 보장해주는지로 나타내는 수치이다.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22세부터 노동시장에서 완전경력(full-career)을 가진다고 전제하고 계산한다. 공적연금과 민간연금 모두 의무가입형 제도일 경우 계산에 포함시키고 여기에 국가별 제도의 특성(연금수급연령 등)을 반영하여 계산한다. 여기에 기준소득은 전산업노동자의 평균소득으로 설정한다. 한국의 경우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은 포함되지 않았고, 국민연금이 만 60세 미만까지 가입할 수 있어 22세부터 38년을 가입했다고 가정하고 있다. 즉, 국민연금이 만 60세 미만까지 가입할 수 있어 38년을 가입했다고 가정하며, 2021년판은 실제 계산에서 1998년생이 2020년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완전경력을 이행하고 65세가 되는 2063년에 받는 연금급여액을 소득대체율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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