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9 2019-06-03   3295

[동향1] 지금 당장 긴급한 복지•노동예산 확대를 요구한다!

지금 당장 긴급한 복지•노동예산 확대를 요구한다!

 

김용원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복지재원과 관련된 숫자 제대로 알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한 세상이 오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이 복지국가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런 꿈과는 거리가 있다. 40%를 훨씬 상회하는 노인빈곤율 같은 통계 수치를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의 복지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열악한 복지상황을 대표적으로 잘 드러내는 것은 사회복지지출의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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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주요국은 물론 OECD 평균에 대비해서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사회복지지출로 복지국가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 더 많은 사회복지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더 많은 사회복지지출은 정부 예산을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목에서 복지국가 건설에는 동의하고 반대하지 않던 사람들 중에 정부 예산 확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예산이 편성되고 논의되는 시기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슈퍼예산’이라는 표현처럼 정부 예산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부 예산은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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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의 정부 예산 규모는 주요국,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작은 수준이다. 예산 논의가 이루어지는 매해 버릇처럼 등장하는 ‘슈퍼예산’이라는 표현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 작명인 셈이다. 이렇게 절대적인 정부 예산 규모가 작다고 하면 다음에 등장하는 예산 확대와 관련한 부정적인 견해는 부채 문제다. 정부 예산을 확대해 부채가 많아지면 후세대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국가 부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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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는 주요국,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은 상황이다. 관련해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보수적인 재정운용성향을 가진 IMF마저 한국 정부에게 적극적 재정 지출을 권장할 정도이다.

 

정리하면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OECD 국가 대비 절반 수준이며, 이를 늘리는 것은 정부 지출 규모가 작고 재정건전성이 우수한 현재 한국의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한국은 경기 하강 국면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재정 운용은 예전과 다름없이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복지노동예산 확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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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에게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요구안을 전달하는 관계자들 <사진 = 참여연대>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해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실련,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빈곤사회연대, 사)보건복지자원연구원,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거권네트워크, 한국노총,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지금 당장 긴급한 복지·노동예산 확대요구안을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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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사회단체의 예산 확대 요구는 과하다?

혹자는 16.2조원에 달하는 이번 요구안에 대해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아무리 국가 재정이 건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도 단번에 이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것은 다소 과하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요구는 재정 운용이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재정 당국이 지키고자 하는 재정건전성 기준에 부합한 수준이다.

 

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5년 단위로 재정운용 방향을 발표한다. 2018년에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1)를 2018~2022년 기간 중 –3% 이내에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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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사회단체의 요구안 16.2조 원을 2020년 예산에 전액 반영하고, 이 금액을 2020년에 전액 적자로 계산한다고 해도 2020년 관리재정수지는 –60.7조 원이 된다. 이는 GDP 대비 –3.1% 수준이다. 결국 정부가 목표로 밝힌 수준인 셈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2018년 기준 전망이라 실제는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8년 관리재정수지는 예상했던 –28.5조원이 아니라 –10.6조 원이 발생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긴급하게 요구한 복지·노동예산 16.2조 원 전액을 2020년 예산에 반영하였을 때 관리재정수지는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확장적 재정운용?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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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사진 = 참여연대>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다음날(5/16) 정부에서는 한 해의 국가 재정에 대해 논의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므로 재정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 날 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과 관리재정수지를 각각 40%대 초반, -3%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채무비율 40%의 마지노선 근거가 무엇인지, 재정수지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재정을 활용해 저성장, 양극화 등과 같은 우리 사회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재정운용의 보수적인 성향은 지난 2년간의 예산 편성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 편성한 예산 증가율로만 보면 7.1%(2018), 9.5%(2019)로 지난 정부 대비 예산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재정기조가 어떠했는지 판단하는 재정충격지수2)

에 따르면 추경을 편성했던 2017년도는 –0.25, 예산을 대폭 증가시켰다는 2018년도 –0.1로 긴축재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정부 들어서도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적은 없었던 셈이다.

 

사실 가계의 살림살이는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의 살림살이가 기계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방향과 상황에 따라 재정운용이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국가에게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가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진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다.


1) 중앙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통합재정수지이며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것을 관리재정수지라고 함.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경우 당해 연도의 재정활동의 결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로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음

2) IMF에서 개발한 전년 대비 재정기조를 나타내는 지표로 0보다 큰 경우 전년 대비 재정기조가 확장적이었음을 의미하고 0보다 작은 경우 전년 대비 재정기조가 긴축적이었음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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