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04-06-09   1308

[국민연금 특별기획-1] 문제는 어디서 발생하는가

너무 낙관적으로 설계된 국민연금 성공 위해선 3가지 조건 해결해야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만과 불신이 그 어느때 보다 높습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 저소득층을 위한 진보적인 연금제도라고 평가받는 국민연금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는 공동으로 국민연금의 실태와 전반적 문젯점, 그리고 대안을 모색키 위해 특별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로 연금 문젯점을 짚어본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ymkim@cau.ac.kr) 교수의 글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기획의도
1회. 국민연금,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는가
2회. 국민연금, 왜 강제가입인가
3회. 급여수준 과연 높은가 낮은가?
4회. 국민연금, 미래세대의 가혹한 부담인가
5회. 국민연금, 왜 미납자가 그렇게 많은가
6회.국민연금기금 제대로 관리되고 있나
7회. 국민연금기금, 과잉적립 아닌가
8회. 연금수급권 제한 조치, 과연 타당한가

국민연금은 1973년 박정희정권이 시행하려 했으나 실패하였고, 1988년 전두환정권에 의해 시행되었다. 권위주의적 정권이 연금제도를 시작한 것은 국내자본 동원이라는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참여하는 일종의 강제저축이기 때문에 대규모의 기금을 형성하여, 경제성장의 자금줄로 사용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고, 후발자본주의국가로서 외국자본이 아닌 국내자본이 경제성장의 자원으로 이용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외국의 대부분의 연금제도는 ‘부과방식’이란 형태로 연금이 운영된다. 가령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연간 20조원이 필요하면 그 해에 소득이 있는 젊은층에게 20조원을 걷어 연금을 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막대한 기금 없이도 연금을 운영할 수 있다.

외국은 ‘부과방식’, 국민연금은 ‘적립방식’

그런데 국민연금은 막대한 기금을 적립하고, 적립된 기금에서 가입자에게 연금을 주는 방식으로 시작하였다(이를 ‘부분적립방식’이라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에 대한 모든 논란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만약 1988년 당시에 부과방식으로 연금을 시작했다면 현재의 노인들 대부분은 연금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국민연금은 현세대 노인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여러 특징이 있는데 합리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먼저 공유되어야 한다. 첫째는 국민연금은 연금수급 자격을 보험료 납부 여부와 굉장히 엄격하게 연결시킨 소득비례 사회보험방식이라는 점이다.

이 방식은 안정적 소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만 납부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고용이 불완전한 사람에게는 연금수급 가능성이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납부능력이 있어도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자영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제도

둘째는 매우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의미 있는 제도라는 점이다. 제2회에서 다루겠지만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한 연금을 받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고소득층이 불리한 것도 아니다.

세 번째는 근로자, 도시자영자 그리고 농어민이 모두 한 제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직종별로 별도의 연금제도를 갖고 있는 데 반해 국민연금은 공무원, 군인, 교원들을 제외하면 전 국민을 하나의 제도에 포괄시키고 있다.

미국과 북유럽 국가에서 채택한 이 방식은 노후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민이 ‘사회적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가입자들의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면 집단간 갈등이 유발되는 구조적 약점을 갖고 있다.

노후소득에 대한 집단간 사회적 연대, 그리고 저소득층의 보호, 그리고 수정적립방식이라는 국민연금제도 설계자들의 생각이 현실에서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려면 반드시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첫째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근로자나 혹은 자영자로 소득활동에 종사하여 연금에 가입해야 하고, 둘째, 가입자들의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어야 되어야 하며, 셋째,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우리 경제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규모가 되어야 한다.

1980년대 중반 당시 국민연금을 설계한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전제조건에 대해 굉장히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 전제조건들은 시행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족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연금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국민연금을 존폐의 논란까지 몰아넣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전제조건이 왜 국민연금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보자. 1988년 당시 국민연금을 강제적으로 처음 적용한 계층은 보험료 납부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대기업근로자들이었으며, 점차적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와 5인이상 사업장 근로자에게로 확대하였다.

5인이하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보험료를 걷기도 어렵고, 대상자 관리가 까다로워 자영자와 함께 지역가입자로 편입시켜 버렸는데 이것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5년에는 농어촌지역에 국민연금이 확대되었고, 1999년 4월에는 도시지역 자영자까지 확대되어 형식적으로는 전 국민연금시대가 열렸다.

국민연금의 아킬레스건, 600만명에 달하는 서민층 사각지대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약 550만명에서 600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대규모의 사각지대가 형성되었고 이는 국민연금의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되어버렸다. 소득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가입해야 국민연금을 통한 사회적 연대와 저소득층 보호가 가능한데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 중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이 다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누가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판별해내지 못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국민연금의 정당성을 훼손시켜 버린 것이다.

사각지대 문제의 핵심은 국민연금 가입자들 대부분이 우리 사회에서는 먹고 살 만한 계층인 데 반해 연금에서 제외되어 있는 대부분의 국민은 우리 사회의 서민층이라는 점이다.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사각지대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은 미래세대가 주는 ‘보조금’을,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독식하는 극히 정의롭지 못한 제도로 전락하게 된다.

모든 가입자의 정확한 소득파악이라는 두 번째 전제 조건은 국민연금의 생존가능성을 더욱 악화시켜 버렸다. 지역가입자 1천만명 중 300만명에 이르는 자영사업자와 수백만에 이르는 일용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영세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정확한 소득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소득비례방식의 보험료를 전면적으로 적용한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노출하면서 연금제도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결정적 역풍으로 작용하였다.

정확한 소득파악 없이 보험료 전면 적용…연금제도 결정적 역풍

국세청의 자영사업자 소득파악이 부실하고 일용직 등에 대한 소득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장기보험으로서의 연금제도에 낯선 자영자와 저소득층의 상당수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보험료 부과고지서를 납득할 수 없었고, 전통적인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과 경기불황이 결합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대규모의 저항이 발생하였다.

99년 4월의 국민연금 파동 그리고 최근에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은 이러한 구조적 맥락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영자의 소득파악 미비로 임금근로자만 손해를 보며, 국민연금기금 투자가 잘못되어 연금기금이 큰 손실을 입었다는 언론들의 선정적이고 부정확한 보도가 더욱 더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우리 경제가 감내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큰 국민연금적립금이라는 세 번째 조건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생존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국민연금기금은 120조원을 돌파하였고, 2030년 초반에는 2002년 불변가격으로 6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금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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