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3-01   437

[편집인의글] 사회적 균열, 선택의 이유와 남겨진 과제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

‘선택’만큼 다채로운 감정을 품은 단어도 많지 않다. 망설임, 포기해야 할 것에 대한 미련,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을 넘어 허공으로 떠오를 듯한 기대감까지. 색깔과 성향의 편가르기가 불가피한 정치적 선택은 종종 불편함을 동반한다. 

특정 정책과 공약에 대한 지지 또는 비판의 형식을 빌어 자신의 선택을 확인하고 되짚게 되는 시간이다. 그러나 영악한 정치판은 옹색한 정책적 상상력과 허술한 제도적 기획력을 지역, 성별, 세대의 갈등으로 연막하고, 공약을 외면한 선택을 강요한다. 개인적 선택이 집단의 미래로 연동되기에 각자의 고심은 깊은 반면 선택지의 빈약함은 고구마를 삼킨 듯 모두를 답답하게 한다.

이대남, 이대녀, 극혐 586 등 자극적 담론은 표심을 위한 정치적 기획에 동원되고 성별, 세대는 선택을 빌미로 갈등 전선으로 소환되었다. 교차하고 누적되며 불평등의 면면을 중층화 하는 사회적 위험을 향한 시선과 해법 또한 갈등 전선을 경계로 대립하며 사회적 균열을 드리내고 있다. 

사회적 균열은 계층 차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또는 발현된 분할로 제도정치의 경쟁 구도를 시각화하는 대립적 구조이다. 사회적 위험의 유형과 정도가 성별, 세대의 계층에 따라 이질적이기 때문에 정책마다 사회적 균열구조가 새롭게 형성되고 변화한다. 특히 계급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바 없고, 정책 선호의 탈계급적 특성이 강한 한국에서 계층은 정책적 연합과 대립의 역동을 구성하는 진원으로써 계급을 대체해 왔다. 때문에 정치적 선택의 국면마다 성별, 세대, 지역, 소득을 경계로 한 계층은 사회적 균열의 쐐기로 작위되곤 한다. 

이번 호는 사회적 균열을 주제로 세 편의 기획 원고를 담았다. 대선은 사회적 균열구조를 시각화하는 동시에 균열의 봉합을 위한 미래 과제를 제시하는 사회적 사건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첫 번째 원고는 한국사회 전반의 갈등 지형을 분석하고 균열구조의 시대적 변화와 특성을 논의했다. 두 번째 원고는 교육, 소득과 자산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살펴보고, 균열구조의 형성과 고착화에 대해 다루었다. 세 번째 원고는 증세, 기본소득 등 복지태도를 통해 한국사회의 균열구조를 논의했다. 복지동향은 동물의 생명권 및 복지권, 화학사고의 안전에 관해 다루었다. 

누군가는 안도와 희망, 또 누군가는 좌절과 분노로 선택의 결과에 응수할 것이다. 선택을 향한 시선이 무엇이든 이제 집단적 선택에 내재 된 균열구조의 사회적 의미를 살펴야 할 때이다. 가난한 자로, 여성으로, 혹은 노인으로 계층을 따라 헤치고 다시 모인 균열구조가 정치적 선택과 겹쳐지고 어긋난 지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 지형의 공간적 좌표마다 내포 되어진 이념, 바램, 지향을 성찰하고, 이에 토대한 정책을 상상하고 기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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