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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사회복지위원회  l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2
  • 2002.10.10
  • 1115
참조가격제의 경과과정

보건복지부는 2001년 3월 국민건강보험 재정적자가 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하고, 같은 해 5월 건강보험재정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올 4월까지 3차에 걸쳐 발표된 건강보험재정종합대책 중 약가 관련 정책은 일반의약품 비급여대상 확대, 약가재평가와 약가조정, 참조가격제 등의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중 참조가격제란, 현재 건강보험으로 지불되는 약 중 동일 효능이더라도 그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그 약의 가격 전체를 건강보험에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선까지만 지불하고, 그 선을 넘는 고가약의 비용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제도로, 약에 대한 공단의 지출을 줄이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참조가격제는 2001년 5월 31일 재정건전화종합대책에 포함되어 정부가 2001년 8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시행을 계속 연기하여 왔다. 2002년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약가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약제비 본인부담금 정율제를 검토한다고 알려져,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반대하고 실거래가상환제도와 참조가격제 시행방침을 재검토하라는 요구를 재차 한 바 있다. 그후 2002년 8월 29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조가격제 시행방안을 마련하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이에 대해 반대하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공청회 등을 통하여 시행방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참조가격제가 환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제도이고, 게다가 효과마저 의심된다는 점에서 이에 반대하고 있다.

참조가격제 시행의 문제점

1. 환자의 '고가약 소비행태'가 아닌 '고가약 처방관행'이 문제

보건복지부는 '무조건 비싼 약이 좋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개선'하여 '비용효과적인 약을 사용'하도록 할 목적으로 참조가격제를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비용의식을 제고하여 약제비를 절감하겠다면 최근 고가약 사용이 늘어난 것이 환자가 저가약 사용에서 고가약 사용으로 소비행태를 바꾼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는 약품비 증가의 주된 원인을 '의약분업 이후 처방이 공개됨에 따라 불필요하게 고가약 위주 처방이 증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처방공개와 고가약 처방 증가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약의 가격과 품질에 대한 희박한 정보를 갖고 있는 환자가 처방전 공개로 인해 고가약을 요구했다는 사례는 알려진 바 없다. 현실적으로 의사가 환자의 요구 때문에 고가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고가약 처방을 선호하게 되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등의 별도의 기전이 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불필요한 고가약 처방을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에 집중하여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환자가 처방된 약의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처방 이후 과정에서만 가능하다. 물론 지속적인 약을 복용하여 환자가 처방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의사-환자라는 상하관계에서 처방약의 변경을 요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조제 과정에서 가격이 낮은 약으로 대체조제를 하거나 참조가격 이상의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는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대체조제의 가능성은 현재로서 거의 희박하므로 환자로서는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되는 것이다.

2. 참조가격제 도입한 선진국과 우리의 의료시스템의 차이

보건복지부는 독일식 참조가격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3차에 걸친 참조가격제가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식 참조가격제의 전제가 되는 것은 의약품 군 내의 '대체가능성(interchangeability)'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약분업 논쟁 과정에서 대체조제는 생물학적동등성이 있다고 인정된 품목으로 극히 제한되어 있고, 생물학적동등성 실험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생물학적동등성을 거칠 필요가 없는 의약품조차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 있다. 또한 의약분업 이후 약국과 의료기관의 관계 하에서 약사가 대체조체 허용여부에 대한 의사의 동의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대체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의료현실에서 참조가격제는 환자 부담으로 직결될 것이다.

또 참조가격제 실시로 공공약제비 지출율의 감소를 나타낸 곳은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독일은 자유가격제이나 처방약제에 대한 총액예산제를 동시에 활용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저가약 대체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뉴질랜드와 스웨덴, 캐나다는 positive list 및 negative list 방식의 별도의 급여가능 약제목록 등의 약가 통제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대목이다. 참조가격제만을 시행하고 있지 않고 부가적인 약가통제기전이 있고, 시스템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참조가격제 시행에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는 독일 이외에 캐나다(브리티쉬 콜롬비아), 노르웨이는 추가적인 행정비용의 증가로 참조가격제의 효과가 의문시되었고 노르웨이는 결국 이를 폐기하였다. 또한 독일에서도 일부 참조가격 이하의 의약품 가격이 참조가격 수준으로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참조가격제 비적용 의약품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참조가격제의 시행효과는 참조가격의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참조가격제를 기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오석 조사연구실장도 참조가격이 동일효능군의 평균가일때 34.1%, 평균가 2배의 경우는 10.5%의 재정절감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고, 결국은 1일 평균 약값의 2배 수준으로 참조가격제의 시행골격이 결정된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참조가격은 통계적으로 도출된 중앙값이며, 캐나다와 호주의 경우 최저가, 덴마크의 경우 동일군에서 가격이 가장 싼 2개 의약품의 평균가, 스웨덴의 경우 최저가의 10% 높은 선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참조가격의 수준은 제도도입의 영향을 가늠하는 기준일 뿐 아니라 역으로 환자 부담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의 추가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참조가격의 수준을 결정(1일 평균 약값의 2배)하였다고 하나 이는 참조가격제로 인한 재정절감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과 참조가격 이하의 약품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효과 반감의 가능성 또한 크게 설계된 것을 의미한다.

과적으로 현재 보건복지부의 참조가격제 실행방안은 외국에서의 성공적 경험을 토대로 구성하였다고 하나, 참조가격제만으로 그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기 어렵고, 반대되는 부작용이 강화될 가능성마저 높은 상황이다.

3. 지속적 효과 의문시

참조가격제가 장기적 효과를 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제도기안 초기부터 제기되었다. 특히 정부의 실행방안과 같이 제한된 범위에서 시행될 경우 효과적인 약제비 지출 억제가 실패한 경우가 많고, 장기적인 비용절감 효과는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외에 예상되는 반감효과는 참조가격 이하의 약품가격이 참조가격 근접 가격으로의 인상되거나, 적용 제외 품목의 가격인상을 들 수 있다. 또한 1일당 평균 약값을 참조가격의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대신에 복용기간(사용량)을 늘이는 방식으로 제약회사가 자구책을 쓸 수도 있다. 환자의 비용의식 제고 기전도 이미 30%라는 본인부담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하는 것에 대한 비용의식이 얼마나 제고될 것인가의 의문이 남는다. 성공적이라는 독일의 경우에는 본인부담률이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본인부담률이 낮을수록 참조가격제로 인한 본인부담에 대한 비용의식이 크게 제고될 것인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4. 건강보험의 계속된 보장성 축소와 본인부담 증가 경향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고가약을 사용할 경우 저가약을 사용하는 환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므로 초과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이러한 발상은 사회보험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약에 대한 선택권을 환자가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

최근 들어 수가인상으로 인하여 환자들의 본인부담금 뿐 아니라 전체적인 의료비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2년 2/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전년 대비 보건의료비의 지출이 2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이는 최근 건강보험 정책이 국민의 부담을 얼마나 가중시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약가재평가를 통하여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동일 효능군의 약가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권한을 갖고 있는 약가통제책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직무유기로 인한 피해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제의 핵심을 처방함으로서 이루는 재정건전화

건강보험 재정건전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참조가격제를 포함하여 건강보험 재정건전화라는 미명 하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축소하고, 공적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대신 환자들의 본인부담을 증가시키려 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진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더욱 키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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