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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졸속적, 행정편의적 추진안에 불과

지난 6월 17일 보건복지가족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보건복지가족 분야의 지방자치단체 법정의무 정비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사‧중복된 각종 기본계획 수립의무의 통합과 운영 실적이 없는 각종 위원회의 통‧폐합, 개별 사업별로 이루어지던 각종 사업평가의 통합, 각종 실태조사 의무규정 폐지 및 현실화, 사문화된 인력배치규정의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복지부의 방침대로 유사‧중복이 있거나 유명무실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부담을 줄 정도로 비현실적인 업무라면 마땅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문제 진단이 적시되어야 하며 적절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비계획은 여러 가지 점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졸속적이고 행정편의적인 추진안에 불과하다.

첫째, 이번에 발표한 법정의무 정비방안은 졸속으로 마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복지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문제라고 보는지,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이라고 보는지 정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기본계획 수립의무나 위원회 운영의무 등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문제이지만 아무런 근거를 적시하지 않은 채 그냥 통폐합하거나 조정하는 것 역시 큰 문제이다.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친 방안이라면서 문제 진단에 관해 일언반구 없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정부가 통‧폐합이나 조정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과연 현재 정부가 발표한 방안이 효과적인지에 관련하여 의심의 여지가 있는 내용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별개로 있던 기본계획이 통‧폐합되고 나면 이것이 통‧폐합된 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또 위원회들도 통‧폐합된 이후에 당초의 기능을 적절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만일 폐지된다면 그걸로 족한 것인지 다른 대안은 필요 없는 것인지 등이 불분명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는 지역자활지원계획을 지역사회복지계획에 통합한다고 했는데, 이 두 계획은 대상자도 다르고 계획의 내용이 지향하는 바도 다르다. 별개의 두 기본계획을 통합한다면 그 통합의 목적은 기존에 별개로 수립되어 유기적 관련성을 갖지 못했던 상태를 극복하고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복지계획과 자활지원계획이 별개로 수립되어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지 못하였는지, 만일 그렇게 판단했다면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통합한 이후 어떻게 그런 유기적 연관성을 구현할 것인지 아무런 대안이 없다.

셋째, 정부가 발표한 방침 중에는 향후 수요가 크게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그에 역행할 소지가 있는 것도 있다. 정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한 편의시실설치계획의 수립주기를 1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였는데 이는 올해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어 편의시설 설치가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차별해소노력 의무(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 규정의 위반여부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다가 과거 5년 주기로 되어 있던 장애인실태조사가 2007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3년 주기로 단축된 바 있는데 금번 복지부의 주기 완화는 이러한 것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편의시설설치에 관련된 실태조사 주기를 현행 1년에서 5년으로 완화키로 한 방침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실태나 그러한 차별로 인해 나타날 예상 피해규모, 차별해소에 들 예상소요비용 등을 산출할 근거자료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실태조사 주기를 완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애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장애인차별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방장애인복지위원회를 사회복지 전반을 다루는 위원회에 통합하는 것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복지부는 이번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 방침에 의한 정비대상을 “자치단체가 수행해야 하는 각종 기본계획, 위원회 설치, 실태조사 등 실제 사업 외 별도로 이행해야 하는 행정업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것이 이번 방침에 정부가 취하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기본계획 수립이나 위원회 설치‧운영, 실태조사는 실제 사업 외에 하는 부가업무가 아니다. 법령에 의해 설치‧운영토록 되어 있는 위원회는 각종 제도의 운영과 결정에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얻어진 것이다. 그리고 법령에 규정된 실태조사나 기본계획은 그 자체가 실제 사업이다. 실제 사업이 실제 사업처럼 인식되지 못하고 부가적인 행정업무로 인식된 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해이함도 원인이지만 중앙정부의 무책임하고 잘못된 정책도 큰 원인이다. 실제 사업을 실제 사업으로 인식케 하고 그렇게 작동될 수 있도록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지 현재 운영상 문제가 있다 하여 이를 무조건 폐지하거나 통폐합하는 것은 더 큰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정비 후의 어떤 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이다. 지방자치단체 법정의무 정비관련 정부의 신중한 재검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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