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8 2018-06-01   364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36호

편집인의 글 

 

김형용 |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번 호 복지동향은 6·13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지방분권과 복지정치를 다루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는 사실상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이미 자치분권이 실현된 듯 수많은 복지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본 호에서 김승연 연구위원의 지적처럼 지방자치단체 복지재정의 90%가 국고보조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복지국가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지방정부들이 복지정책을 고민하고 확대하는 것은 적극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지방정부 후보들이 이 공약들이 어떤 사회정책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는 할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많다. 시민 모두에게 안전보험을 제공하고, 노인들에게 버스비 무료, 셋째 자녀 대학학비 전액 무상과 같은 진보적 공약은 빨간색을 입은 보수정당 후보들의 것이다. 사람을 보지 않고 공약과 색깔만 보면, 분명 진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이 경우, 복지국가 옹호자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더 많은 복지공약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한다는 후보가 있으면 이들을 복지후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앞으로 후보들은 더 많이 배팅을 할 것이고, 주권자들은 이들에게 지방정부를 맡기자는 것이 아닌가? 신진욱 교수는 지방분권이 복지국가의 토대를 성장시키는 과정이 아닐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지역에서 복지정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분권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복지국가란 한마디로 표현하면 공동재(common goods)를 관리하는 국가이다. 복지급여는 불가결하게 집합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그 혜택과 부담을 골고루 나누어야 한다. 복지란 혜택과 부담이 매우 가시적인 공동구매와 같은 것이라서, 신뢰와 협동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종종 매우 복잡해서 도전받는다.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는데 타인이 혜택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 복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다. 따라서 무엇을 공동구매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다. 저마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면 나에게 돈벌이가 될 것인지만 고민하는 것과 같다. 후보들의 복지공약이 더 많은 인구 집단을 목표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집합행동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각자가 절대우위전략을 선택하게 되면,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서로 신뢰·협동하면 더 많은 혜택을 주어지지만, 개인의 최우선 이익을 먼저 고려하면, 집단 수준에서 비합리적 결과로 이어진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원하는 복지가 무엇인지를 보면 보다 명확하다.

 

앞으로 지방분권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이 복지국가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 아직도 중앙당 스타정치인의 지역관리인들이 판을 치는 무대가 지방정부라면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이들이 인맥만 내세우면서, 아무 공약이나 남발하는 지금의 지역정치는 더욱 그렇다. 시민들이라도 깨어있어야 한다. 그들이 내게 무엇을 공약했는지 살피기보다는, 지역에서 얼마나 다양한 집단과 소통하였는지 그리고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들과 어떠한 신뢰를 쌓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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