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1-01   2460

[기획3]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

: 낯선 지역들과의 느슨한 연대 

 

조아신 사회적협동조합지리산이음 이사장

 

위험이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중요해지는 시민사회 가치

세상을 뒤흔든 21세기 사건 한 가지를 꼽으라면 맨 위에 코로나가 있지 않을까. 수천만 명의 확진자, 수백만 명의 사망자 수보다 더 두려운 것은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전염병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홍수, 한파, 미세먼지 등 재난의 일상화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져가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면 신뢰가 무너지고,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되면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앙 집중적인 통제 방식이 빛을 발한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은 그 빛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된다.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가치는 당장의 위험 앞에서 주눅이 든다.

코로나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축적될 것이고,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시민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일찍이 ‘부에는 차별이 있지만 스모그에는 차별이 없다’는 유명한 말로 위험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울리히 벡’도 시민들의 연대성과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더 많은 시민들과 공유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공론장이 많아져야 하고, 위험을 인식하고 위험을 해결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중요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모두 시민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다.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시민사회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시민사회‘조직’의 영향력은 분명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읽히기도 한다.

시민사회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혹시 우리는 중앙 집중적이고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한국사회를 움직여왔던 과거 시민사회의 성과를 추억하느라 다양성의 뒤에서 꿈틀대고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과 함께 변화된 환경과 조건 아래에서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안하려고 한다.

 

지역 시민사회 현장에서 변하고 있는 것들

2018년 말, ‘지역상생협력을 위한 혁신사례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시민사회 생태계의 중심이었던 전통적인 시민사회조직의 일상적인 활동을 제외하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전국 곳곳의 578개의 혁신 사례를 조사했는데 현재 시민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 몇 가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시민사회 생태계에서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조사했는데 578개 사례 중 일반 주식회사를 포함한 사회적기업, 소셜벤쳐, 협동조합과 같은 영리 분야의 사례가 278개였고, 프로젝트 기반과 커뮤니티 활동을 포함한 비영리 분야의 사례가 212개였다. 과거 시민들의 자발적 결사체이자 특정 의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영리조직이 했을 법한 활동을 비즈니스 방식으로 영리조직의 틀 안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었다.

둘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었다. 사회현안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뜻에 맞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 집단행동하는 방식이 줄어드는 반면 국가와 시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소수자 및 권리 옹호와 같은 의제도 뉴미디어 방식으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서, 커뮤니티 플랫폼에서의 네트워크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었다. 조직 이름도 흥미로웠다. 10년 이내에 만들어진 조직들 대부분은 더 이상 조직 이름에 연대, 연합, 정의, 참여, 행동과 같은 가치 지향적 단어를 쓰지 않고, 구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지역, 방식, 상징을 많이 쓰고 있었다.

셋째, 지역별로 과거에는 시민사회조직이 했던 역할을 물리적인 공간이 대체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간 운영자는 공간을 매개로 프로젝트와 커뮤니티를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조직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리더의 지위를 인정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공간의 운영자는 조력자이고 연결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공간의 운영자들은 지역 시민사회 생태계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 조사를 통해 발견한 것은 기존의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시민사회 생태계의 새로운 참여자들이다. 비영리가 아닌 영리의 방식으로 참여한 사람들, 조직이 아닌 공간 운영자로 참여한 사람들, 디지털 도구와 플랫폼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그들이다. 시민사회 생태계에 새로운 참여자들이 들어왔으니 참여자들 사이의 역할과 위치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시민사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일

새로운 참여자들은 기존 참여자들과 협력하여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는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그 기여의 과정에 지역사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시민사회 활성화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는 지역에 시민사회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①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하 동행)>에서 2019년에 ‘공익활동가의 지속가능한 삶과 일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약 800여 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설문에 참여했다.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조직문화와 의사소통의 민주성’을 답한 활동가가 21.8%, ‘사회적 인정’이라고 답한 활동가가 20.2%였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연령이 낮을수록 조직의 민주성과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연령이 높을수록 사회적 인정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또 공익활동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30대가 가장 낮은 기대를 보였고, 50대가 가장 높은 기대를 보였다.

지역사회는 30대로 대표되는 연차가 비교적 적은 활동가들이 가지고 있는 ‘전망의 부재’를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망의 부재는 ‘사회적 인정’과도 관련이 있다. 그들이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데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확보해줄 것인지, 그 시간에 대해 지역사회는 어떤 투자와 지원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활동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문화의 민주성과 의사소통’은 꼭 사무처로 대표되는 상근조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무처를 중심으로 회원총회, 운영위원회를 포함하여 단체의 조직 구조도에 있는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맺기에 대한 이야기이자 의사결정권의 재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② 프로젝트에 지원하기 보다는 사람을 지원하자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민간재단에서 사업기획안을 공모하여 심사하고 재정을 지원하고 결과 혹은 성과보고서를 제출받는 이 지원모델은 지금 시기에도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지원사업이 서류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현장에 기반을 두어서 진행되면 좋겠다”거나 “제발 사업에만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게 투자하자”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사례가 없다거나 예산 사용을 증명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앞에서 가로막히기 다반사였다.

결국 지역사회에서 남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일을 한다. 규모가 작은 지역사회일수록 한 단체의 영향력보다 선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영향력이 훨씬 중요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지원사업의 모델도 이제는 사람을 지원하는 모델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지리산이음>과 <아름다운재단>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는 2018년에 지리산권 5개 지역별로 협력파트너 1명씩을 선정하여 매달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을 함께 모색해왔다. 지역 사람들을 발굴하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네트워킹하는데 역할을 하는 활동가의 활동 그 자체를 지원한 것이다. 2년간의 평가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는 5개 지역에서 14명의 활동가를 지원하고 있다. 작은변화활동가라고 불리는 이 분들은 센터와 손을 잡고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해 일상적으로 상의하고, 함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받고,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과 협력한다.

2020년에는 카카오임팩트재단에서도 혁신가 펠로우십을 통해 2년간 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숲과나눔재단의 경우도 일정 금액 이하의 지원사업은 영수증 증빙을 하지 않도록 하고, 사업비의 90% 이상을 활동비로 쓰게 하는 지원사업 모델도 만들었다.

 

③ 이웃이 이웃을 돕는 지원 체계를 만들자

지난 30년 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어떻게 시민사회 생태계를 조성해왔을까? 지역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했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제와 영역들을 중심으로 전문화되면서 많은 단체들이 만들어지고 그들이 꽤 많은 역할을 해왔다. 지역별로 권력감시단체, 풀뿌리단체, 여성단체, 환경단체들이 만들어졌던 것도 그 시기에 해당 지역에서 관계를 맺어왔던 사람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이고, 그 네트워크가 20여 년 이상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네트워크가 지역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는 모습도 발견된다. 지역사회 내의 자원은 한정적이다 보니 자원을 둘러싼 경쟁 관계도 만들어진다. 시민사회 생태계 내부에서 지원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지역사회 내의 이웃이 이웃을 돕는 지원체계다. 지역사회 내에서 시민사회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자원을 모으고 나누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기금이라는 이름이든, 지역재단이라는 조직형태든 상관없다. 꼭 지원이라고 하는 것이 돈과 같은 물질적 자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품앗이와 자원봉사도 자원이다. 그것을 정부와 지자체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시민사회 주체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북청년시민회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위해 진행한 <갑자기 통장에 떡볶이가 입금됐다> 프로젝트도 좋은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는 청년 활동가를 ‘조건 없이’ 후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설하고, 후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기부받은 기금의 총액을 신청자의 수만큼 n분의 1로 나눠서 지급하고 프로젝트는 끝났다. 운영진은 규모 있는 단체가 아닌, 딱 세 명의 활동가로 구성했다. <지리산이음>에 위치해 있는 남원시 산내면에서도 몇 년 전에 마을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선배 세대들이 뜻을 모아 1명의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해 주는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을 만들어서 4명의 청년에게 1년간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④ 느슨한 연대를 촉진하는 열린 공간들을 만들자

앞서 지역상생협력을 위한 혁신사례조사를 통해 발견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지역에서 ‘공간’을 매개로 새로운 시민사회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지리산권에도 남원의 마을책방·카페 토닥, 함양의 카페빈둥, 산청의 대안공간 모하노, 하동의 작은도서관 책보따리, 구례의 작은도서관 산보고 책보고 등이 있는데, 이 공간들은 과거 조직들처럼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공간의 형태는 카페, 책방, 모임공간, 도서관 등 각양각색이지만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람들과 의제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연대체를 형성하고, 그 연대체가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공간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대하고 협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조직의 구성원이 아니거나 후원자가 아니었다면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일은 과거 지역사회에서 시민사회 연대체를 만들었던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일 수 있다.

 

⑤ 개인과 조직 사이의 중간계 활성화시키자

<동행>의 공익활동가 설문조사에서 14.1%(120명/전체 853명)은 스스로를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활동가라고 했다. 이제 이런 개인활동가들도 시민사회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참여자가 되었다. 때문에 이들 개인활동가들에게 조직을 만들라고 하거나 조직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전에 이들이 시민사회 생태계 안에서 인정받고 연대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활동가들이 온전히 고립된 개인으로만 활동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관계 맺기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조직은 아니지만 일시적인 커뮤니티나 온라인 공간에서의 유연한 조직형태를 시기에 맞게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시청년허브의 청년참 사업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청년허브의 경우 3인 이상 모인 소규모 청년커뮤니티 사업을 통해 5년간 1,147개 팀, 총 5,700명을 발굴 지원했다. 단순히 숫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평가에서도 이러한 소규모 모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시민사회 생태계의 잠재적 참여자를 늘리는 결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청년참 활동 이후 개인적인 삶의 변화로 삶의 능동성, 사회적 소속감, 활동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서는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나와 동료의식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삶의 태도와 가치관의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답했다.

학연과 혈연, 지연으로 맺어진 관계, 혹은 특정한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바로 ‘낯선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대’를 위한 일, 이 느슨한 연대가 다양성을 갖춘 호혜적 관계망으로 나아갈 때 시민사회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시민사회 생태계에서 개인과 조직 사이에 존재하는 곳, 중간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 중간계가 지역사회 내에 존재했던 시민사회조직들과 낯선 개인들을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개념을 뒤틀고, 지역의 경계를 허물자

지역이란 무엇일까?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두 다를 것이다. 가장 흔히 하는 비교가 지역과 지방이다. 지방은 중앙 혹은 수도의 하부개념으로 수도 이외의 지역은 모두 지방이라고 한다. 지역은 자연적, 사회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일정하게 나눈 지리적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지역이라고 할 때 수도권 이외의 지역을 생각하는데 서울도 지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이 말은 거꾸로 모든 지역이 중심이라는 말과도 같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세계 지도를 거꾸로 봤을 때 그 중심이 다르게 인식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울에 있는 시민사회조직들은 주로 대한민국 전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을 한다. 때로는 아시아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다. 물론 서울의 구 단위, 동단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직들과 커뮤니티들도 있다. 반면 서울 이외의 지역에 있는 단체들은 주로 해당 지역에만 국한해서 활동을 한다. 나는 시민사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런 지역의 개념부터 뒤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있는 시민사회조직들이 서울 지역을 포함한 전국을 활동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듯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 있는 시민사회조직들도 활동 지역을 행정이 그려놓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좀 더 전국으로 확장시켰으면 좋겠다.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무는 활동을 시민사회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 지역사회의 틀 안에 갇히고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자원을 두고 다른 지역의 시민사회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지역사회를 행정이 정한 기준으로 구분 짓지 말고, 시민사회가 지향하는 목적에 맞게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다시 그려야 한다. 지리산에서 경남 통영과 강원도 강릉 지역의 시민사회조직과도 협력해서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제주도와도 사업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남원시 뿐만 아니라 홍성군, 완주군, 서울시, 경기도와 같은 지자체하고도 공동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사례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너와 나의 지역을 구분 짓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시민사회 자원과 다른 지역의 시민사회 자원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행정구역이 만들어낸 지역 간 경계를 지우고 낯선 지역들과의 느슨한 연대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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