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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02.01
  • 212

안전하고 행복한 시설이란 없다

- 코로나 시기 탈시설 운동의 현황과 과제

 

김남희 변호사, 서울대학교 임상교수

 

코로나가 드러낸 시설의 민낯 

2020년 코로나는 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지만, 특히 사회의 약한 고리에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 감염병에 특히 취약한 사람은 밀집된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시설생활자들이었다. 국제장기돌봄정책트워크(International Long Term Care Policy Network)가 21개국 집단시설을 대상으로 한 ‘케어홈 코로나19 사망률 통계(최종 업데이트 2020. 10. 14.)’에 따르면 코로나 사망자의 46%가 시설 거주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는 하나,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0. 12. 30.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코로나로 인한 누적사망자 879명 중 의료기관, 요양시설 감염자가 46.5%(409명)에 달하여 시설 거주인이 코로나 사망자의 큰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최초의 코로나 사망자와 대규모 발병이 있었던 곳도 정신병동인 청도 대남병원이었으며, 최근에도 장애인거주시설인 신아재활원에서 거주인 56명, 종사자 20명 등 총 76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장애단체가 긴급 탈시설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신아원 거주자들의 탈시설을 긴급하게 추진하였으나, 거주인들의 치료가 끝나자마자 다시 시설에 재입소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장애인권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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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시설은 없다! 긴급탈시설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인, 보호자 없는 아동 등을 시설에 수용하고 사회와 격리하는 시설수용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격리된 시설이 가장 안전하고 보호가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은 핑계였을 뿐, 실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사회를 운영하려는 목적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손쉬운 방법으로 민간 시설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약자의 돌봄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고, 여러 시설들은 국가 예산을 통하여 자신들의 세력을 형성하고 성장해왔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장애인은 보이지 않았고, 시설 안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시설은 인간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나 평등은 보장되지 않는 학대와 인권침해의 현장이었고, 감염병의 시대에는 오히려 가장 취약하고 위험한 공간임이 드러났다. “장애인은 지역사회와 분리된 거주 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될 수는 있으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주시설에 입소하여 집단화된 거주환경 속에서 개인의 의사와 욕구가 제한되고, 사생활을 통제받아 왔으며, 인간발달의 기회나 개개인의 삶의 질은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거주 시설은 구조적으로 인권침해적 요소를 갖고 있다”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은 유의미하나, 이제는 시설에서의 격리는 안전한 보호조차 될 수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 시기 시설의 위험성에 대하여 인지한 각국의 인권단체들은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134개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장애인권모니터링(Disability Rights Monitoring)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이 장애인을 공동체의 코로나19 대응에 포함시키는 데 실패하였고 장애인은 다시 보호와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고 선언하였다. 특히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감금되어 생명권마저 위협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유럽의 인권단체들은 유럽 사회권위원회에 핀란드 내 시설에 구금된 장애인의 인권침해를 문제제기하고 탈시설할 것을 요구하는 집단진정(collective complaint)을 제기하기도 하였고, 제13차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 회의 사이드이벤트에서 각국의 참여자들이 ‘코로나19 대응 보편적인 긴급탈시설을 요구하는 공동요구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사회적 약자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탈시설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신고 거주시설, 풀리지 않은 문제들

장애인권단체의 지속적인 요구로 더디게나마 탈시설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여전히 장애인 거주시설의 문제는 심각하다. 작년 5월 경기도 모처에서 장애인 미신고시설에서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사에 의하여 폭행당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던 시설장이 같은 건물에서 미신고시설을 별도로 설치하여 무려 16명의 장애인을 거주시키면서 장애인 학대를 계속해 오다가 결국 비극적인 사망사건까지 발생하였던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신고하지 않고 운영한 미신고 장애인 거주시설은 불법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미신고 시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관리감독을 전혀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미신고 시설에서 수용된 장애인에 대한 폭행, 학대 등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에는 미신고시설인 ‘원주 귀래 사랑의 집’ 원장 장모씨가 수십 년간 21명의 장애인을 친자로 등록하고 장애수당, 기초생활수급비를 갈취하고 학대,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끔찍한 사건이 밝혀졌고, 2013년에는 강원도 홍천군에서 원장 한모씨가 ‘실로암 연못의집’이라는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며 장애인들을 방치, 학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일로 유기치사 및 횡령으로 기소되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인권침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시설 운영자들의 거센 반발이나 민원에 밀려 적극적으로 단속하거나 폐쇄시키지 않고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법상 요건을 완화하여 신고를 받아주는 회유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이러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으로 인하여 여전히 미신고시설은 존재하고 있으며,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필자가 서울대 로스쿨에서 진행하는 ‘장애인권클리닉’ 수업에서 작년에 발생한 중증장애인 폭행사망 사건에 대하여 시설장과 국가, 지자체의 책임을 묻는 공익소송을 로스쿨 학생들과 함께 기획하여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2월 중으로 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 공익소송을 통하여 장애인 미신고시설을 방치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추궁하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21대 국회가 해결할 수 있을까?

2020년 탈시설 운동에 있어 큰 진전이라면, 바로 오랜 기간 준비되어 온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국회에 발의된 것이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여 제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궁극적으로는 향후 10년 내에 모든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세계인권의 날인 지난 12월 10일 최혜영 더불어 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포함한 68명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단계적인 준비를 통하여 최종 날짜를 정하고 모든 시설을 폐쇄한 스웨덴의 사례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이제는 시설이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모든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하여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짐”을 인정하고 있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9월 대한민국에 장애인시설과 입소자 수의 증가에 대하여 우려하며 인권모델에 기반한 탈시설화 전략을 수립하고 활동보조서비스를 비롯한 지역사회 지원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이제 탈시설은 국제사회의 요구이기도 하다. 코로나는 많은 위기를 가져왔으나, 모두의 존엄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탈시설이 필요하고 절실한 과제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한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격리와 수용을 통하여 사회에서 배제하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포용과 인권의 사회가 되는 시작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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