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2-01   1421

[복지톡] 아동학대 대응을 넘어 아동권리 확대를 위한 대책을 말하자

아동학대 대응을 넘어 아동권리 확대를 위한 대책을 말하자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기록/정리: 김경희, 이조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사랑하는 뽀르뚜가,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바르콘셀 로스의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마지막에서 뽀르뚜가를 떠올리며 제제가 묻는다. 겨우 5살인 제제는 작은 말실수에도 가족들 에게 매를 맞았고 뽀르뚜가는 그런 제제를 아껴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아동폭력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모든 아동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사는 평범한 세상을 위한 시민의 역할이 무엇일지,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1> 아쇼카 펠로우 행사에 참여한 강정은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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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강정은

 

16개월 입양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 보도에 의해 홀트아동복지회와 같은 입양 기간의 부실 감독, 경찰의 부실 수사 등이 물의에 오르기도 했는데. 아동폭력 사건 발생 초기에 적극 개입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아동학대사건이 그동안 많이 있었지만 피해아동 의 실명을 거론해서 사건을 부른 적은 없었다. ‘그 것이 알고 싶다’ 보도 이후 피해아동의 이름으로 사건이 불리게 되었는데 그동안 지켜왔던 아동권리 원칙이 무너지는 것 같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때문에 되도록 ‘양천 아동학대사망 사건’(이하 ‘양 천사건’)으로 부르자고 아동단체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아동학대 발생 초기에 적극적 개입이 이뤄지 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셨는데 법률이나 매뉴얼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 입양기관까지 들여다 봤는데도 공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은 아동권리 관점으로 아동을 볼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이 아동이 보내는 신호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위험성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국회를 통해 확인한 양천사건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된 이유 중의 하나가 피해아동이 양부모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잘 안겨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령 학대 행위자라고 하더라도 갓 돌이 지난 아동이 부모에게 잘 안겨있는 것이 아동의 특성일 수 있다. 아이의 오다리 교정을 위해서 마사지를 해줬다고 했다면 진짜 오다리인지를 살펴봤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동의 쇄골에 금이 간 것에 대해 물었을 때, 양부가 ‘어린이 집에서 그랬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의 쇄골에 금이 갔는데 대수롭지 않을 수 있나. 학대를 판단하는 척도에서 영양 상태에도 ‘문제없다’라고 표시했는데, 피해아동은 연령 평균에 비해 몸무게가 적게 나갔다. 경찰의 판단에도 ‘입양부모는 그럴 리 없다’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아동을 만나고 아동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경우 아동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 훈련 등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적정한 인력, 예산이 필요하다.”

 

입양아동뿐 아니라 아동학대 사건, 아동이 있는 가정 내 폭력 등이 반복되고 있다. 아동 학대는 주로 어떻게 발생하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변화가 있는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기의 아동학대 관련 국내 통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정의 소득 감소 등 양육환경의 어려움이 증가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지 않으면서 모니터링이 어려워져서 올해 통계가 발표되더라도 아동학대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 각도 든다. 특히 코로나19로 면담조사가 어려운 경우 등에 대비하여 학대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모니터링을 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 방식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 관련 유엔에서 <코로나가 아동에게 미치 는 영향(2020. 4.)>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 보고서에서 코로나에 아동과 여성이 특히 취약하고 학대나 폭력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활동하는 37개 국가에 11살 ~17살 8천 명과 보호자 2만 명을 설문조사한 <코비드 19가 아동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2020. 9.)> 을 발간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폭력이 더 발생했다고 응답한 가구가 1/3로 나타났다. 가정 내 폭력이 악화됐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아동이 속한 가구의 20%가 코로나로 인해서 소득이 감소하거나 상실됐다. 아동학대로 신고된 가정 내 학대 비율을 보니 코로나19 이전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했을 때보다 학교 폐쇄 이후 아동학대가 2배가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아동들이 폭력에 더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는 자료가 나오고 있는데 한국은 그 대응에 소극적이다.”

 

학대 신고 건수에 비해 학대로 최종 판단된 건수가 낮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학대 판단의 주체와 기준은 무엇인가

“학대판단 주체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판단건 수가 낮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아동학대의 법적 기준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아동학대 관련 법 률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있는데 이 관련 법들을 보면 아동학대, 아동학대범죄, 아동학대 관련 범죄 세 가지로 분류해서 정의한다.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학대, 유기와 방임 4가지로 구분된다. “아동학대범죄”는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형법상 상해와 폭행, 유기, 학대, 체포, 감금 등의 죄를 지었을 때를 말하고, “아동학대범죄”에 아동에 대한 살인죄를 포함한 가장 큰 범주가 “아동학 대관련범죄”이다. 이렇게 유형과 정도에 따라 어렵게 분류해놓았지만 결국 모두 아동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아동학대’의 의미를 확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대의 시작은 가벼운 훈육이나 체벌이다. 신체적이나 정서적으로 심한 위해나 침해가 발생한 것만이 학대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대 가 또 한편으로는 양육자가 사회에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미한 사건일 때 조 기에 개입해서 양육자가 아동을 잘 양육할 수 있도록, 큰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양육하기 어렵다는 위험신호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잘 ‘지원’하 는 것도 중요하다. 학대를 가하는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무조건 아동과 분리해야 한다는 관점 보다는 넓은 관점으로 봐야 한다. 아동학대 판단의 주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겠다. 2020년 10월부터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 이제는 아동보호전문 기관에서 했던 역할을 지자체가 담당한다. 아동 학대가 발생하면 신고접수, 현장조사 및 응급보 호 등을 전담공무원이 맡는다. 이러한 학대전담공 무원이 현장에서 전문성을 기르며 잘 일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주체에 따라 판단기준도 달라야 한다. 경찰은 수사와 처벌이 목적이라면, 학대전담공무원은 복지적 관점의 ‘아동보호’를 목적으로 학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학대는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이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경찰뿐 아니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시민이 모두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주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 아동에 대한 서비스, 학대 행위자에 대한 조치는 무엇이 있는가

“아동학대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보통 검사가 판단하는데 큰 사건이라고 판단하면 일반 형사재판으로 진행한다. 가정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해서 보호처분을 내리는 아동보호재판으로 가기도 한다. 법적절차상 피해아동에 대한 서비스로는 행위자와 아동을 격리시키고 아동을 안전한 곳 으로 인도하는 임시조치와 임시보호명령, 피해아 동보호명령제도가 있다. 또한 검사는 피해아동을 위해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다. 피해아동의 나이가 어려 의사소통이나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조사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진술조력인 제도 등이 있다. 행정절차상 피해아동에 대한 서비스는 아동복지법에 규정되어 있는,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고 재학대를 방지하는 조치, 가정기능을 유지하는 상담, 의료심리치료, 주소지 외의 지역에 취학하도록 지원하는 비밀전학제도가 있다. 이번에 국회에서 주목받은 분리된 학대피해아동이 보호되는 쉼터 등 서비스가 있다.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조치로는 아동보호사건으로 진행되는 경우 긴급임시조치와 임시조치가 있고, 행위자는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으 로는 접근 제한, 연락을 못하도록 하는 전기통신 접근행위 제한, 친권후견권 행사 제한이나 정지, 보호관찰법에 따른 사회봉사 등, 그리고 시설위탁 이나 의료기관에 치료위탁, 상담위탁을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검사도 아동의 특성이나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할 것 같다

“검사도 당연히 아동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 하다. 아동학대사건이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되어 형사사건, 보호사건으로 나뉘는지 모니터링하고 현황도 조사해야 한다. 현재 아동학대 현황 통계 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이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거치지 않고 수사 기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접수되는 사건도 살펴 보고 어떤 기준으로 학대를 판단하는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을 지방정부가 하게 된 계기와 의미는 무엇인가

“아동보호를 민간에 위탁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 접 운영하여 공공의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이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례관리 업무를 하게 되었고 전담공무원이 학대조사 등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관련 인력을 적게 배치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20년 10월 기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118개 시군구에 290명 밖에 배치되지 않았다. 그 많은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민간전문인력인 아동보호전문요원 280 명도 배치되어 있다. 이것의 문제는 학대와 비학대 를 구분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은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고 아동보호전문요원은 아동학대가 아닌 보호대상 아동을 관리한 다는 것인데, 막상 현장에서는 학대와 비학대의 경계가 불분명해,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학대와 비학대로 구분하지 말고 아동보호체계가 유기적으로 함께 업무할 수 있는 방식이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경찰청에 아동학대 총괄부서를 새로 만들고 전담 공무원 늘리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인력을 추가하는 것은 필요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동학대 총괄부서나 전문인력이 어떤 인력이고 담당하는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과 이에 따른 어떠한 책임을 지는지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전문성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두 번 이상 신고되면 일 년 이상 점검하겠다는 대안의 경 우에도 점검은 양천사건 이전에도 계속 이루어져 왔었던 것을 고려하면, 점검 이후 적절한 판단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폭력 사건이기도 하고 성학대의 경우 성폭력 사건이기도 한 경우가 많다. 분절된 업무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2020년 3월 법이 개정되어서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의 형제자매인 아동, 동거하는 아동에게도 응급조치하여 보호할 수 있도록 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할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양 천사건에서도 피해아동의 형제인 아동에게 동생의 학대상황 자체가 학대일 수 있는데, 이런 판단을 현장에서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문제제기를 계속 해야 한다. 이전에 대구에서 벌어진 입양아동이 학대 당하고 사망한 사건, ‘은비(가명)사건’의 진상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가정에 입양된 아동이 6명이나 있었다. 입양된 아동 6명 중 5번째 아이가 사망했고 생존했던 아동도 모두 학대를 당한 상황이 었다. 생존아동 중 2명은 해외로 유학을 간 상태 였고 2명은 학대한 양부모랑 살았었는데, 이 아이 들은 양부가 구속된 이후 재판진행 과정에서도 양모와 같이 생활했다. 그때 생존한 피해아동을 변호하면서도 양모와 생활하는 아동들에게 학대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 확실한지 여러 번 문제를 제기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망한 아동과 피해아동으로 지목된 아동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다른 두 아이는 양모가 계속 양육하게 되었다.”

 

<사진 2> “맞을 짓은 없다” 2020년 9월 14일 징계권 삭제 촉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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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강정은

 

현행 민법 915조는 친권자가 자녀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1월 8일 본회의에서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 개정의 의미와 향후 법안 개선지점은 무엇인가 

“징계권이 삭제되는 개정안이 양천사건을 빚지고 통과되었다는 무거운 마음이 있다. 징계권 삭제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전부터 징계권을 삭제해야 한다고 시민단체에서 주장할 때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가, 포용국가 아동정책이 나오면서 법무부 내부TF팀이 구성되며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줄곧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집중되면서, 정부는 징계권 삭제가 간이하고 티나게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판단했을 것 같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징계권을 삭제하는 대신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징계권 삭제 입법취지에 반하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오히려 ‘필요한 훈육’을 명시하는 것은 오히려 아동학대의 빌미를 주는 것이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단법인 두루와 단체들이 국제인권규범을 중심으로 징계권이 삭제되어야 하는 근거를 정리 해서 여러 차례 국회간담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행히 정부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필요한 대안이 고려되지 않고 징계권이 삭제될 수 있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업한 귀한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아동학대 형사재판에서 민법에 규율된 징계권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징계권을 근거로 필요한 훈육이 인정되어 학대의 고의가 없거나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나왔던 판례도 있 었다. 징계권 삭제가 아동학대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것은 어떠한 사유도 아동에게 가하는 폭력을 정당화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징계권 삭제 개정안 통과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대중에게 잘 알려 입법취지가 현 장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 영역은 어려운 일이고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푸는 것이 맞다. 아동권리 관점과 전문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당장의 답이 아닌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중요하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법이나 매뉴얼이 그럴싸해도 경찰이나 전담공무원이 적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양천 아동학대 사건 이후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개정법률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기존 법안과 비슷하다는 평가, 아동학대 사건의 본질과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여론 잠재우기식 입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실효적인 법개정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원칙으로 돌아가서 양천사건도 ‘친모가 왜 아동을 양육하지 못하고 입양을 보냈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가정 양육에 대한 지원과 정책 중 개선되어야 할 것은 없는지 꼭 봐야 할 것 같다. 학대사건과 관련해서는 진상조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명확한 진단과 평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미 벌어진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아동을 어느 지점에서 살릴 수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아동학대에만 집중하기보다 출생등록부터 아동보호 체계 전반을 살펴야 한다. 언론에 보도된 인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피해아동은 8살이 었지만 출생등록이 되어있지 않았다. 출생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었고 취학 통지서도 발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동이 태어나면 곧바로 등록될 권리인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를 위한 법제정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한편, 아동보호 체계에서 입양은 동떨어져 있다. 친생부모가 입양기관으로 찾아가는 순간 아동보호 시스템이 닿지 않는다. 친생부모가 원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무엇이 있는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일시적으로 가정위탁을 보낼 수 있는지 등 아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만, 입양기관에 찾아가게 되면 입양을 최우선으로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입양기관이 관리하는 위탁가정 풀이 있고 이곳에 있다가 입양이 된다. 입양 결정은 법원의 허가로 이뤄지는데 그전에 지자체에서 결정 하도록 아동복지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입양을 결정할 아동복지심의위원회마저도 사후심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입양은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 입양 체계를 구축하라는 요구는 아동보호체계와 통합적으로 작동하여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함이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더라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5월 11일이 입양의 날이어서 보건복지부가 입양통계를 낸다. 최신 자료를 보면 2019년 국내입양 중 85%가 미혼모 아동, 13%는 유기아동, 1.8%는 가족해체 아동이다. 해외입양은 100%가 미혼모 아동이다.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국내/외 모두 미혼모 아동의 입양 비율이 높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원체계에 대한 고민 이 있었어야 한다.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이 있다. 아동의 이익을 우선으로 무엇이 맞을지에 대한 고민이어야 한다.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양육되고 아동이 아동보호체계로 진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의 국제연구에서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아동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근거들이 있 어왔다. 국가가 양육 지원을 해주고도 학대 등의 이유로 아동의 이익을 위해 아동보호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입양이 가장 낫겠다고 판단하면 그때 입양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모든 시설보호는 일시적인 조치이다. 결국에 아동을 영구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는 입양이다. 때문에 입양은 잘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하는 중요한 아동보호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고 국가가 책임을 지고 운영해야 한다

 

아동학대 예방을 넘어 아동권리 확대를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가

아동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 모든 종사자들이 아동권리로 중무장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동의 의견청취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양천사건 후속 조치에서 도 학대를 받았던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대응에서도 아쉬운 부분은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도 아동청소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 하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를 의식적으 로 경계하고 노력해야 한다. 아동학대 통계를 보 더라도 피해자 중 중학생에 해당하는 만 13세에서 15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동청소년들에게 더 이상 학대로 사망하는 아동이 생기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대한 질문들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징계권 삭제 법 개정을 할 때에 ‘징계권의 존치를 찬성하는 게 대 중 의견’이라는 것이 징계권 삭제를 반대하는 논거였다. 그런데 그 ‘대중’에 아동청소년들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비중 있게 아동청소년의 의견이 고려되고 반영되어야 한다. 이것이 아동권리로 나아가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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