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4-10   5011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

탈무드의 '마술의 사과'

임금님에게 딸 하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외동딸이 중병에 걸려 죽을 것만 같았다. 의사는 영약(靈藥)을 먹이지 않는 한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임금님은 자기 딸의 병을 고치는 사람에게는 딸을 주어 사위로 삼고, 다음 번 왕위에 오르게 하겠다는 포고를 내렸다. 한편, 먼 시골에서 세 형제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맏형이 망원경으로 그 포고문을 보고, 그 사정을 딱하게 생각하여, 셋이서 어떻게 해서든 공주의 병을 고쳐 주자고 상의했다. 둘째는 마술의 양탄자를 가지고 있고, 막내는 마술의 사과를 가지고 있었다. 양탄자는 아무리 먼 거리도 순식간에 갈 수 있었고, 사과는 먹으면 어떤 병이라도 낫는 영약이었다. 그래서 세 사람이 양탄자를 타고 왕궁에 도착하여, 사과를 공주에게 먹이자, 공주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다.

모든 사람들은 뛸 듯이 기뻐했고, 임금님은 곧 연회를 열고 새로운 왕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맏형은, "만일 내가 망원경으로 포고문을 보지 않았더라면, 우리들이 여기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하고, 둘째는, "만일 내 마술의 양탄자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먼 곳까지 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막내는, "만일 내 사과가 아니었더라면, 공주의 병은 고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만일 당신이 그 임금님이라면, 공주를 누구에게 주겠는가?

정답은 '사과를 가지고 있던 사나이'이다. 망원경을 가지고 있던 맏형은 망원경이 그대로 남아 있고, 양탄자를 가지고 있던 둘째도 양탄자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사과를 가지고 있던 막내는 사과를 공주에게 주어 버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는 공주를 위하여 모든 것을 주어 버렸던 것이다. '탈무드'에 의하면, '무엇을 해 줄 때에는 모든 것을 그것에 바치는 것이 가장 귀중하다.'는 말이다. 위의 글은 '탈무드'란 책에 나오는 것을 인용한 것이다.

사회복지 행정의 3D(순직, 유산, 퇴직)업무화

이것을 사회복지와 연관하여 볼 때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사회복지 정책은 맏형의 망원경처럼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두루 살펴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윤택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에 사회복지 정책은 망원경에 비유할 수 있고, 이러한 정책이 수립되면 양탄자를 타고 빠르게 날아가 환자의 병환을 치유하듯 복지서비스를 신속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양탄자에 비유할 수 있다. 사회복지 정책과 전달체계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어도 최종적으로 병환을 치유한 마술의 사과처럼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대상자에게 물질적인 것과 마음을 전해주지 않을 경우 복지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없기에 그들의 서비스는 셋째의 마술의 사과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궤야 보배다'란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정책은 중앙에서 수혜자에게 전달되어 오면서 그 취지가 각색되어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고,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고 일반행정 전달체계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기에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귀중한 사과를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은 폭죽 하는 업무량, 승진기회 제한, 시·군·구, 시·도 기관에서의 순환근무 봉쇄, 각종 인원동원과 사비지출 등 때문에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되었다. 공무원사회에서 자연스럽게 3D업무 분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순직, 유산, 잦은 퇴직은 복지사회의 지탱을 위해 당연한 풍조가 되어 버렸다.

업무량의 폭주, 열악한 환경, 희생과 봉사···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제도는 '87년 서울시 관악구의 최초 시범사업을 비롯하여 별정직 사회복지 전문요원이 '91년부터 최 일선 읍·면·동에 본격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하였으며 2000년을 맞이하여 사회복지직으로 전환되어 약 1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 약 3,500명(정원)이 공공사회복지 행정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복지행정 업무는 크게 3단계로 나누어 확대되어 왔다.

첫 단계는 저소득계층의 복지 토대가 미약하고 황무지나 다름없던 때인 '91년에 전문인력이 다수 배치되면서 무분별하게 난립한 영세민사업에서 생활보호사업으로 전환과정에서의 개척과 정립시기이다.

두 번째 단계는 '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급증한 실업자를 위한 실업대책과 한시생활보호자를 위한 한시생활보호사업, 취로사업 등 지원·관리의 팽창시기이다.

세 번째 단계는 생활보호사업에서 기초생활보장 제도로 전환된 2000년 10월 전후의 기초생활보장사업, 자활지원사업, 복지전산프로그램 운영 등 사회복지 전반으로 확대시기이다.

처음 고유업무인 생활보호에서 시작하여 사회복지서비스 업무를 거쳐, 실업자·한시생활보호자·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자활지원 업무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게 넓어져 왔다.

이제 마술의 사과는 대상자들의 치유와 함께 본 제도를 지탱해 나가고 있는 워커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사용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존권과 신분이 불안정한 상황 하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펼치기에는 희생과 봉사란 미덕만으로 더 이상 약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당근과 채찍을 조화시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자는 것이다.

제도의 전문성론과 무용론

이런 얘기를 하면 혹자들은 공무원의 밥그릇 싸움이니,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한 집단이기주의니, 구조조정 속에 왠 인력확충이니 하면서 폄하절하 시킨다. 이는 사회복지 행정의 현상적인 측면만 보고 그 본질과 현장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요인 때문이다.

그들은 무조건적인 제도개선, 인력확대, 환경개선 등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생산적 복지정책을 위해 묵묵히 참고 견뎌오면서 오로지 복지사회의 광명을 위하여 수행해온 업무적 노고는 둘째 치고라도 급변하는 경제사회 속에서 국민의 복지욕구는 한없이 높아지고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데 사회복지 인프라의 미비로 양질의 복지서비스 지원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변명 등을 다 접어두고라도 이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확대된 것은 효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정말 서비스가 필요한 수혜자에게 유용하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민들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하여도 이런 환경 속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끊임없이 함성을 외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목소리가 힘없는 자에게만 들릴지 몰라도.

이런 속에서도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인력 확대는 해마다 실시되고 있지만, 구조조정의 고육지책으로 기존의 잉여 공무원을 사회복지직으로 전직을 시키는 가운데,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전문가 집단인가?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제도는 과연 필요한가?'라는 '전문성론'과 '무용론'이 자연스럽게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자체 내 충원은 사회복지 전공자들의 공채기회를 축소함으로써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에게는 '사회복지직이 구조조정을 위한 직'이란 냉소와 업무 수행과정에서 양자간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행정직 공무원으로 전직하고자 하는 '역 전직' 희망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차라리 행정직렬로의 직렬 흡수를 내심 원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기도 하면서 복지에 대한 반작용인 '소진(消盡)'현상이 심각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사회적 관심과 법적 제도정비

요즈음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두고 말하기를 "하드웨어 부분은 제품의 품질이 우수한데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는 프로그램을 생산해내는 기초가 미약하다"고 한다. 굳이 몇 천년 동안 나라를 빼앗기고 유랑생활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생활 양식을 잃지 않고 지혜를 모아 놓은 유태인의 자존심인 탈무드를 얘기하지 않아도,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바다를 만들고 묘목이 성장하여 숲을 이루듯,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국민의 생활 속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약이 되는 사과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국민을 위하여 올바르게 처방을 내려 국민에게 아낌없이 줌으로써,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제반문제(사회복지 전달체계 확립, 전문인력 확대, 근무환경 개선 등) 해결을 위한 법적 실천이 절실히 요청된다.

채수훈 / 전북 김제시 용지면사무소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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