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1-10   4845

[심층1] 지역사회복지관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유동철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들어가며


  사회복지연대와 부산일보가 공동기획한 ‘신빈민촌 희망찾기’는 몇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하나는 부산의 신빈민촌이 2007년 245개 마을에서 2010년 347개 마을로 무려 102개나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신빈민촌이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 이상인 마을(통)을 뜻한다. 또 하나는 이 마을들이 정책이주사업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정체되어 있거나 오히려 슬럼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시기에 지역에 둥지를 틀고 앉은 사회복지기관들이 엄청난 규모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6개에 불과하던 지역사회복지관은 2010년 현재 52개소로 무려 8배가 넘게 증가했고, 자활을 통한 탈빈곤의 과업을 부여받은 지역자활센터는 2000년 이후 설립되기 시작하여 2010년 현재 19개소로 급증했다. 사회복지기관들이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회복지기관의 숫적 증가와 빈민촌의 증가가 비례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복지기관의 전통적인 직접 서비스를 통해서는 빈민촌의 문제를 풀기가 요원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관은 지역복지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사회나 지역주민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현장에서 복지관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에만 치중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김종해(2002)의 연구에 따르면 Community Organization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빈민운동이나 지역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 왔으며 복지계에서는 그것을 사회복지가 아니라고 외면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저소득계층의 생계유지 및 생활적응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사회복지영역이라고 한정지어 온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적 배경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2. 지역사회복지관의 기원-인보관 운동


  한편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한 축으로는 이상적 도시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났다면 또 다른 축은 도시문제의 치유책으로 나타났다. 도시환경의 개선, 주택 및 환경기준의 설정 등의 기초작업과 하수도건설 등의 개량사업 및 빈민지역재개발 등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도시사회학의 시발을 이루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데(Phal, 1968),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빈민지역 재개발의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것이 인보관 운동이다. 인보관(Settlement House)은 사전적 의미로 사회복지관 즉, ‘영세민 구제 사회사업 시설’을 뜻하며 이러한 사회복지관의 역사는 영국의 인보관운동(Settlement Movement)에서 그 시초를 찾아 볼 수 있다.


1)  영국의 인보관 운동


  영국의 인보관운동은 영국 런던 동부의 가장 빈민촌이었던 화이트 주드의 한 교회에서 재임한 바넷목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화이트채플지구에서 목회활동과 빈민구제활동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빈민들의 생활실태를 파악하게 되었다. 이 지역의 빈곤문제는 영국의 산업화와 노동자계급의 불규칙적인 임금이 기인함을 알게 되었다. 빈민구호운동을 위해 바넷목사는 옥스퍼드대학과 캠브리지대학을 방문하여, 강연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물질적 그리고 정신적인 빈곤함을 호소하면서 국가의 개입에 초점을 두지 않고 노동자계급의 사람들에게 지식인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교양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진정한 자립을 돕자고 하였다. 이를 위해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직접 빈민굴에서 생활을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접촉하고 그들에게 교육적 지식과 도덕적 감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줌으로써 계층간의 격차를 줄이고자 했다.
  이를 통해서 많은 지식인과 학생들이 빈민구호활동에 참여를 하였으며, 특히 아놀드 토인비라는 학생이 아주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를 추모하기 위해서 화이트채플지구에 세계 최초의 인보관인 ‘토인비홀’이 설립되었다. 토인비홀에서는 대학공개강좌를 열어, 대학의 교육을 노동자에까지 연장을 하고 대학과 노동자를 결합하려고 하였다. 또한 토인비홀은 성인사회교육의 장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관계자의 회합의 장소로도 사용되었다. 그들이 관심을 기울였던 주요한 사업은 첫째, 공립학교에서 탁아사업, 급식, 심신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 뿐 아니라 직업교육과 지도를 하도록 요구하였으며, 둘째, 지역마다 공원을 조성하고 주택법규를 개선하고 도시 계획을 통해 밀집 주거 지역 현상을 해소하며 공립학교를 지역사회센터로 활용하는 것 등을 요구하였다. 셋째, 해외이민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이민보호연맹을 조직하기도 하였다. 넷째, 근로여성을 보호하고 아동노동을 폐지하기 위한 입법을 위해 투쟁했고 전국아동노동위원회와 여성노조 등을 결성하는데 참여하였다. 다섯째, 시와 구 단위의 개혁활동에 참여했고 1912년에 창당된 진보당의 정강의 작성과 조직에 참여하였다.
  이런 개혁적인 성향 때문에 초기 토인비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학생, 교사, 사무원이 대부분이었고, 절반의 거주지역은 런던 동부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인보관은 최초로 토인비홀이 세워진 후 19세기말에는 30여개가 세워졌으며 1911년에는 46개까지 이르게 되었다. 당시 인보관 운동은 지식층 남성들이 주축이 되었고, 이들은 사랑과 박애보다는 법규를 더 중요하게 여겨서 1900년대 초반의 사회개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 미국의 인보관 운동


  제인 애덤스가 영국을 여행하던 중에 빈민들의 모습을 보고, 영국의 인보관인 토인비홀을 방문하여 인보관 사업을 관찰하고, 그들이 헌신적으로 빈민구제에 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 미국에도 영국과 같은 인보관을 설립할 것을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녀는 1890년 시카고에 미국 인보관의 상징이라 말할 수 있는 헐하우스를 설립하였고, 이후 인보관은 점점 널리 증가하였다. 제인 애덤스는 헐하우스를 세워 가난한 사람들은 위한 사업을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유치원이었으나 곧 일일보육원과 유아보호 센터로 확장되었고,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교육하는 야간학교로 성장했다. 이후 찰스 헐이 지었던 낡은 집 외에 12채의 건물이 생겨났고, 운동장과 큰 야영지까지 갖추게 되었다. 이를 토대로 청소년을 위한 클럽활동, 탁아소, 유치원, 강연회, 캠프, 레크레이션 등과 같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였다. 뿐만 아니었다. 헐하우스가 일으킨 반향은 시카고 빈민가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1910년이 되자 미국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회개혁가들이 헐하우스로 집결했다. 그들은 미국이 ‘산업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시민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데 불만을 가졌고, 이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아동 노동 폐지, 노동시간 및 여성 노동조건 법제화, 주택개량, 여성들의 투표권, 청소년 관련 법률 개혁 등 헐하우스는 세상을 향한 개혁의 촉매제가 되었다.
   제인 애덤스는 헐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여성 참정에 관한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쳤다. 남녀평등 사상에 평화주의를 접목시켰고, 그에 관한 여러 사회운동을 했던 것이다. 그녀는 정부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및 국외 급진주의자들에 대한 기소 반대, 그리고 독일인 전쟁 희생자를 위한 식량 배급에 앞장서는 활동으로 인해 반역자로 매도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3) 인보관 운동의 의의


  토인비 홀은 빈민층을 위한 사회교육과 문화적 발전, 지역사회 및 건강문제 그리고 사회개혁 사회입법에 관하여 일반대중들의 관심을 일깨우려는 목표를 갖고 출발하였다. 인보관의 기본 목적은 지역사회 내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저소득층의 사람들과 접촉하여 그들에게 변화를 주고 자립을 시켜주는데 있다.
  인보관 운동은 무엇보다도 참여와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잠재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유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직화하여 갔고, 이후 집단사회사업보다는 지역사회운동의 거점이 되었다.
  세계 최초의 인보관, 사회복지관이라 할 수 있는 토인비 홀, 우리나라 사회복지관사업이 양적으로 팽창 발전하면서 더불어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하여서도 토인비 홀의 정신을 다시 한번 연구하고 계승받는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고, 사회복지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역내의 빈민층, 저소득층의 사람들과 접촉하여 그들을 변화시키고 자립시키며 자신도 변화되어 보람과 성취감을 이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해볼 수 있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제안한다. 지역조직화를 통한 마을만들기에 지역사회복지관이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더 나아가 복지관의 주요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주민조직화(Community Organizing)는 한 마디로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서 지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려는 운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지역의 당면사안이나 문제해결을 위해서 주민들의 힘을 모으고, 조직을 통해 주민들이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행동하게 하여 힘의 체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민주적 자치력(정치력)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복지의 실천원칙중의 하나가 역량강화(empowerment)임을 상기해 볼 때 주민조직화는 역량강화적 실천의 대표적 형태가 될 것이라 본다.
한편 마을만들기란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 가기 위한 운동을 말하며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뿐만 아리나 주민들의 역량형성과 같은 질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佐藤滋(2004)는 “마을만들기는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자원을 기초로 다양한 주체가 제휴, 협력해서 지역주민과 밀접한 주거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마을의 활력과 매력을 높이고 생활의 질 향상을 실현하기 위해 일련의 지속적인 활동이다“라고 정의하였다. 마을만들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공동체 운동(관리비절감, 입주자대표자회의, 하자보수, 마을도서관, 아동 및 각종 교육, 안전한 먹거리, 아나바다, 자원봉사단 조직 등)이 그러한 예이며, 생태운동(생활협동조합, 녹색가게, 녹색가정만들기, 담허물기, 생울타리만들기, 녹색아파트만들기, 자연생태복원 등)도 마을만들기의 주요한 흐름 중의 하나이다. 지역화폐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형성 사업도 마을만들기의 핵심적 사업이다. 이외에도 골목가꾸기, 놀이터가꾸기, 공원조성 등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지역사회복지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지역사회복지관의 정체성 혼란은 최근 들어 매우 강해지고 있다. 특히 각종 바우처 사업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 장애인활동보조사업 등으로 인해 복지관은 복지외판원이 되어 가고 있으며, 주민자치센터는 복지관의 문화교육 사업의 존립근거를 흔들어 놓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바우처사업의 확대는 복지관의 경상보조금 감소로 연결될 것이며, 이렇게 될 경우 복지관은 바우처 사업기관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복지관 본연의 역할을 찾고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민조직화와 마을만들기를 복지관의 핵심 사업으로 상정하고 사회복지사들은 지역주민조직가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의 복지관 활동은 지역주민을 변화시킨 게 별로 없다. ‘대상자’라는 명칭을 통해 주민을 대상화시키고 주민을 복지서비스에 의존적이도록 만드는 경향조차 있어 왔다. 지역사회의 변화에는 지역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대상으로서의 존재는 지역사회 변화에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지역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은 전문가의식을 통해서 깔끔하고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지역사회에 애정을 쏟게 하는 것이 더 좋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사들은 주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실천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복지관에 앉아서 클라이언트를 기다리지 말고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서 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에 집착하지 말고 주민들의 생활리듬을 따라가야 한다. 가끔씩은 비업무적인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지역리더의 생일이거나 주요한 주민의 회갑잔치에도 참여하고 필요한 경우 주민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기도 하고, 등산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사회복지사들은 조직가이기 때문에 절대 먼저 나서지 말고 아는 척 하지 말아야 된다.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발설하고 방법을 찾도록 지원하여야 하며, 주민들을  이끌어 내고 참여시키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를 문제의 근원이 아닌 장점과 자원의 보고로 생각하고 자원들을 어떻게 이끌어 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주민조직화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주민들의 속내는 1-2년만에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과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1년안에 단기승부를 내겠다는 자세는 금물이다. 긴호흡, 꾸준한 실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4. 글을 맺으며


  지역사회복지관은 사회복지계에서는 지역복지의 핵심 센터로서의 중요성을 부여받고 있다. 핵심 센터는 직접적인 서비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자원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사회 자원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주민이다.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고 지역주민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지역복지관의 핵심적인 역할이 되어야 한다.
  ‘대상자’에서 서비스를 단순히 전달하여 또 다른 서비스를 기다리게 만들지 말고 이들이 지역에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복지관 수는 증가하는데 빈민촌도 늘어나고 복지관이 오랫동안 있어 왔는데 그 지역은 점점 더 슬럼화되어가는 기현상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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