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10-10   3247

[심층1] 부양의무자 족쇄 풀고, 최저생계비 현실화하는「국민기초생활보장법」되어야

허선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부양의무자 족쇄 풀고 최저생계비 현실화! 실현될 수 있을까? –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한계


 안타까운 사연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 접한 뉴스는 장애인인 아들이 복지혜택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자살을 선택한 건설일용직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서에는 “일자리를 못 구해 힘들다”.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게 있다”. “내가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지만 정작 그 아들은 여전히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에서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면서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없어야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 그리고 수급자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중증장애인이 아니라면 장애수당(혹은 기초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중증 장애인이면서 수급자 혹은 차상위계층으로 인정받아야 적으나마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호적과 주민등록상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아이에게는 생모가 있고 생모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구의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859,000원)를 초과할 수도 있고, 외조모부가 살아계시다면 부양능력(재산)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는 것으로 판정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추론은 원칙적인 것에 근거해 있고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할 수 있거나 일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 그 가구가 수급자로 선정될 확률은 매우 낮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빈곤인구의 29.9%만이 기초보장수급자나 긴급복지대상자로 선정되어 보호받고 있을 뿐 나머지 인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특히나 소득과 재산기준 모두 부합되는데도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사람들이 100만명이나 된다. 이렇듯 시행 10년이 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여전히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발의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불행중 다행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곽정숙 의원(민노당), 최영희 의원(민주당), 공성진 의원(한나라당)이 대표발의한 개정 법안이 심의 중에 있다. 이와 같은 법 개정의 배경에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 많은 사람들이 기초보장수급자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일자리는 줄어들고 빈곤인구는 대폭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수급자 증가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여러 단체와 학자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제기하였지만 특히 참여연대에서 진행한 간주부양비소송과 입법청원, 그리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최저생계비체험 프로그램인 희망업캠페인의 진행 등이 그 논의를 촉발한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 법안 모두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은 선정기준으로서의 부양의무자기준의 폐지 혹은 삭제이다. 가장 급진적인 안은 공성진의원의 안으로 기초보장법에서 부양의무자 규정을 삭제해 내고 실제 부양하는 비용을 감안한 소득과 가구의 재산만으로 수급자를 선정하자는 안이다. 곽정숙의원의 안은 공성진의원의 안과 비슷하지만 부양의무자의 범위 조항을 그대로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최영희 의원 안은 부양의무자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되,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다고 한다면 후에 그 비용을 국가가 부양의무자로부터 보장비용을 징수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현행 방식이 ‘수급자가 부양의무자로부터 직접 받아서 생활해야만 하는 방식’이라면 새로운 방식은 ‘국가가 부양의무자로부터 직접 받아주는 방식’인 것이다. 이전 방식에서는 정부가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하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그 피부양자는 수급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지만 새로운 방식에서는 조건에 적합하다면 대부분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게 된다. 다만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양의무자에 대하여 보장비용을 징수하는 방식은 유지된다. 따라서 부양의무자의 입장에서는 피부양자에게 보장비용 전액을 지원해 주던지, 국가에게 징수를 당하던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양능력이 있고 없음을 판단하는 판정기준을 둘러싸고 정부와 부양의무자간에 마찰이 심해질 것인데, 그로 인해 현재의 비현실적인 기준이 빨리 개선될 수 있도록 중생보위에서 보장비용징수기준을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안을 최영희 의원은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곽정숙 의원과 최영희 의원안에서는 부양의무자의 범위를 ‘1촌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에서 ‘1촌의 직계 혈족’으로 좁혔다. ‘배우자’조항을 삭제한 것이 갖는 의미는 ‘사망한 아들의 배우자’(며느리)와 ‘사망한 딸의 배우자’(사위)를 부양의무자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특례규정에 의해서 시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부양능력 유무를 판단할 때 부양의무자가구의 총소득이 아니라 부양의무자만의 소득 및 재산을 감안하는 방식으로서의 변환을 예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최저생계비 계측 방식의 변경에 대한 안이다. 곽정숙 의원과 최영희 의원은 현행 3년마다 실계측하는 마켓바스켓 방식을 상대적 비율방식으로의 전환하는 개정안을 포함시키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곽정숙 의원안의 경우 비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고 최영희 의원안에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논의후 결정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또한 최영희 의원안에는 지역별 최저생계비 도입이 포함되어 있다. 재산기준을 개선하는 안도 포함되어 있다. 최영희 의원안에는 비수급 빈곤층이 존재하게 되는 이유 중 한가지인 불합리한 재산소득환산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도에서 기본재산액 수준과 환산율을 중생보위에서 심의해서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곽정숙 의원안에는 자동차를 일반재산으로 취급하는 안이 포함되었다. 기타 여러 가지 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눈여겨 볼 만한 내용은 곽정숙의원안에 근로를 조건으로 생계비를 지급하는 ‘조건부급여’ 조항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비교










































































대표발의자


구분

현행


곽정숙(민노당)(2010.6.10)


최영희(민주당)(2000.9.7)


공성진(한나라당)(2010.9.16)


부양


의무자


기준


부양의무자 범위


1촌의 직계혈족 및 그배우자


1촌의 직계혈족


(배우자 조항 삭제)


좌동


부양의무자 규정


삭제


수급자 선정조건


부양능력 판정 소득기준:


양가구최저생계비합의 130%


수급자 선정조건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제외시킴


부양의무자를 수급권자선정조건에서 제외



부양의무자


보장비용징수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 존재시


수급자 선정에서 제외. 부양능력있음이 확인(부정수급)되거나 부양기피의 경우 보장비용 징수


부양의무자기준 전면폐지


선 유자격자 수급자 선정


후 부양의무자에게 보장비용징수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


재산


기준


재산소득환산제


-기본재산액:


대도시 5400만원


-초과재산 소득환산율:


일반재산=연 50%


금융재산=연 75%



중생보위를 통해 합리적으로 설정



자동차기준


장애인·생업용 차량이외의 일반차량: 소득환산율=월100%


자동차를 일반재산으로 취급



최저생계비


계측방법


국민의 소득․지출수준과 수급권자의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상대적 방식(2008년 발의안)


-차상위계층:상대적비율방식(도시근로자가구당 평균소득의 50%)


-상대적 비율방식채택(도시근로자가구 지출 또는 소득의 상대적 비율)


-지역별 최저생계비 설정



탈빈곤/자활급여관련


탈빈곤지원




자활을 위하여 자산을 형성할수 있도록 근거마련(국가지원, 교육)



고용지원




지자체가 수급자, 차상위계층에게 고용지원서비스, 사회복지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지원



조건부 급여


근로를 조건으로 생계비를 지급(불이행시 생계비 삭감)


조건부급여조항 삭제




기타




-3년마다 기초보장기본계획수립, 수급권자·차상위계층 실태조사


-수급자명의도용자 처벌조항 신설



-비용추계: 2012년 기준 2조 1,534억원 추가 소요



기대와 전망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개정안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사각지대는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은 매우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것들이다. 수급자수가 대폭 늘어나게 됨에 따라 예산의 대폭 증가가 필요하다. 공성진 의원의 추계에 따르면 부양의무자기준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도 약 2조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그 외에 최저생계비와 재산기준의 설정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고 하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해 질 것이다. 사각지대 문제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될 커다란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인데, 통과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진수희 장관은 국회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재원 마련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하는 것과 같이 한꺼번에 시행할 수는 없다. 단계적 개선이 필요하며 논의중이다”라고 답하고 있고,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을 다소간 상향조정하는 땜질식 처방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보면 최저생계비 인상분만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항상 그랬듯이 수급자 선정이 예상인원에 미치지 못해서 여유예산이 발생했을 경우에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11월 상임위에서 이루어질 법안 논의에 기대를 걸수 있고, 또 한가지 희망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수급 빈곤층 문제의 해결은 대통령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친서민을 강조해온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서민속의 서민인 비수급 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친서민’대책이 될 것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루어 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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