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6-15   3239

[동향2] 한국 담배규제정책이 나아갈 길

 

한국 담배규제정책이 나아갈 길

 

조홍준|울산의대 교수

 

1. 왜 담배규제정책이 필요한가?

 

상품 중에서 담배만큼 규제를 심하게 받는 것은 없다. 우리나라 담배가격의 62%가 세금이고 일부에서는 이 세금을 더 올리자고 한다. 담뱃갑에는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구가 의무화되어 있다. 담배는 잡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매체에서 광고가 금지되어 있다. 청소년이나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행사의 후원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담배가 다른 상품에 비해 강력한 규제를 받는 것은, 담배가 가지는 특성 때문이다. 담배는 제조된 목적 그대로 사용하면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고, 생명을 앗아가는 유일한 상품이다. 더구나 중독성(다른 말로 의존성이라고 한다)이 있어, 한번 시작하면 여간해서 끊기가 어려운 점, 흡연 시작이 대부분이 성인이 되기 이전인 청소년기에 이루어진 다는 점도 규제의 근거가 된다. 

많은 흡연자들은 정부가 건강에 해롭기만 한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하면서 이를 규제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런 강력한 규제를 하려면 차라리 담배를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못하게 하라고 주장하며, 이를 찬성하는 일부 금연운동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술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한 후, 불법으로 제조된 술의 판매를 둘러싼 조직범죄가 창궐해서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한 경험이 있다. 담배는 술과 달리 ‘취하지’ 않고, 숨기기도 용이하고, 중독성은 더 크기 때문에 담배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면 금주법을 훨씬 능가하는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건강에 해로운 상품이 많은데, 유독 담배에 관한 규제가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건강에 대한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과 비흡연자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담배로 인한 조기사망은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약 6백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5만 명 이상의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조기사망한다. 예방 가능한 위험요인 중에서는 건강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크다. 이중 60만 명은 간접흡연으로 사망한 비흡연자이다.   

 

2. 한국의 흡연 현황

 

우리나라 성인남자의 흡연율은 2010년에 48.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반면 여자의 흡연율은 6.3%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주 낮다. 우리나라 여성의 낮은 흡연율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흡연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조사시 흡연여부를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담배 성분의 대사물질인 코티닌으로 조사하면 이 보다 2배 정도인 12% 정도가 된다. 특히 30세 미만 여성의 실제 흡연율은 20%를 넘어선다. 남자의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젊은 여성의 흡연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장차 우리나라 여성의 흡연율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남녀 모두 흡연은 낮은 사회계층(저학력, 저소득, 낮은 직업)에서 흔하다. 낮은 사회계층에서 흡연을 더 많이 시작하고, 담배는 덜 끊기 때문이다. 이런 흡연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흡연 불평등이 향후 20-30년 동안 건강수준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남자에서 사망률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30-40%는 흡연율 불평등 때문에 생긴다.

 

3. 한국 담배규제정책의 현실: 국제 비교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회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이하 담배협약)을 통과시켰다(WHO, 2003). 이 협약은 공중보건에 관한 최초의 국제조약으로 현재까지 176개 당사국이 이를 비준하였으며, 우리나라도 2005년에 이를 비준하였다. 이 조약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및 의정서는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며 담배규제정책의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조약에 규정된 담배규제정책은 <표1>과 같다. 

 

담배규제정책 중 가장 중요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가장 심한 것은 담배가격 인상이다. 정부가 담배가격을 직접 인상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인상해서 담배가격 인상을 유도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의 가격은 약 2,500원으로 OECD 34개국 중에서 가장 낮다(표 2). 2004년에 담뱃세를 500원 인상한 이후 추가 인상이 없었으므로 물가인상률을 고려할 때 실제 담배가격은 2004년에 비해 약 20% 정도 낮아진 셈이다.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던 남자 흡연율이 2007년 이후 약간 높아진 데는 담뱃세 인상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비가격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내 금연정책이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지붕이나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 중 공적으로 이용하는 모든 장소에서는 100% 금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간접흡연이 비흡연자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금연하도록 규정된 곳은 초중등학교, 보육시설, 병원이 전부이다. 식당이나 술집은 흡연시설과 비흡연시설을 단순히 구분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2013년 7월부터 대형 식당이나 술집에서 완전 금연을 하도록 계획하고 있으나, 흡연실 설치를 허용하고 있어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있다. 담배협약은 모든 담배광고와 판촉, 후원을 금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잡지의 담배광고를 허용하고 있으며, 편의점 계산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담배광고가 청소년의 흡연을 유혹하고 있다. 청소년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이런 구분 자체의 근거도 불명확하지만)이외의 모든 행사에 대해 후원을 허용하고 있다. KT & G는 복지재단을 운영하여 저소득층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담배회사는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담배를 사용하도록 부추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지원하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담배회사의 후원사업은 결국 마케팅의 하나이고 담배회사의 궁긍적 목적은 이윤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담배협약은 이를 전면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29개 국가 중 광고규제 순위가 28위에 불과하다 (고숙자, 2012). 담배광고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담뱃갑이 중요한 광고수단이 되고 있다. 담배회사는 다양한 색과 로고로 이루어진 담뱃갑으로 비흡연자를 유혹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담뱃갑에 건강경고문구(예를 들어 ‘흡연은 폐암을 일으킵니다’)를 의무화하고 있다. 경고의 크기가 클수록, 글자 대신 그림을 사용하면 경고문구의 효과가 더 크다. 호주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담뱃갑의 로고를 모두 없애고, 색을 흡연자가 가장 싫어하는 색으로 통일하고, 담배이름만을 허용하는 ‘민무늬 담뱃갑’을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29개 국의 담뱃갑에 그림을 이용한 건강경고를 도입하였으나, 우리나라는 주요 면적의 30%에 글자로 된 밋밋한 경고문구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전 세계 175개 국 중 77위에 해당한다. 흡연자의 금연을 도와주는 금연서비스도 중요한 담배규제정책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연콜센터에서 전화를 통한 무료 금연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국 254개 보건소에 금연클리닉을 설치하여 약물치료 및 상담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담배규제정책 중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유일한 분야가 금연서비스 분야이다. 그러나 아직 전체 흡연자의 3% 정도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약물과 상담이 금연에 효과적 임이 밝혀져 있음에도 금연약물과 금연상담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어, 경제적인 이유로 금연진료를 받지 못하는 흡연자가 많다. 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캠페인은 양과 질 두 측면에서 미흡하다. 금연효과를 낼 정도의 대중매체 광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광고의 내용도 질병으로 고통 받는 흡연자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가 금지되어 있으나, 청소년은 어렵지 않게 담배를 구매한다. 청소년의 81%는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담배를 구매하는데 아무런 어려움 없다고 대답하고 있으나(질병관리본부, 2012), 이에 대한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매우 취약한 정책 중의 하나는 담배회사의 부도덕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담배협약에는 담배회사를 담배규제 정책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책을 결정하거나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시키지 말아야 하고, 정부가 담배회사와 접촉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이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담배회사를 ‘담배 유행의 매개체(vector of tobacco epidemic)’라고 부른다. 담배라는 질병을 옮기는 주범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숨기고, 청소년, 여성과 가난한 사람들의 흡연을 부추기는 등의 부도덕한 행동을 널리 알리는 대중매체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노력이 매우 부족하고, 그 결과 담배회사에 대한 국민의 태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고, 이는 담배규제 정책을 도입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4. 담뱃값 인상은 필요한가?

 

담뱃세 인상과 관련된 문제제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보다는 세수를 늘이기 위해 담뱃세를 인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담뱃값 인상 이외의 다른 담배규제정책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담뱃값 인상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담뱃세를 인상하면 정부의 세수는 증가한다. 각 국 정부가 처음에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하게 된 이유는 국민의 건강이 아니라 세수 확보 때문이었다. 담배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도 수요 감소가 크지 않다(이를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라 하는데, -1 보다 크면 탄력적이라 하고, -1에서 0 사이이면 비탄력적이라 한다). 결과적으로 담뱃세 인상은 담배소비를 줄이지만 정부의 세수는 늘이게 된다. 정부의 입장에서 담뱃세 인상은 세수 확대에 매력적이다. 그런데 담뱃세 인상은 대개 담뱃값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담배 수요를 감소시킨다. 효과의 절반은 흡연량 감소로, 다른 절반은 금연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담배 수요 감소는 결국 흡연으로 인한 질병 발생을 줄여서 국민건강에 도움을 주게 된다. 담뱃세 인상이 이런 두 가지 면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의도로 담뱃세를 인상하는지는 사실 알기 어렵다. 두 가지 목적이 모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담배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선진국의 경우 -0.4 정도이고 저소득 또는 중소득 국가에서는 이보다 약간 크다.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성인과 고소득층에 비해 가격탄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담뱃세를 올리면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담배 수요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담뱃세 자체는 역진적이지만(저소득층에서 흡연율이 높고 흡연량이 많으므로), 담뱃세 인상은, 저소득층의 담배소비를 더 많이 감소시키기 때문에, 형평적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소득층 중에서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가 있을 것이고, 이들은 담뱃세 인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담배에 지출하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담뱃세 인상은 담배규제에 중요한 이유는 담배수요를 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담뱃세 인상으로 마련된 재정을 담배규제 사업에 사용하면 담배수요를 줄이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이 재원을 담배를 끊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목표로 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에 사용한다면 담뱃세 인상의 형평성 논란을 불식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2004년 담배가격 인상의 경험은 담뱃세 인상에 부정적인 인식을 주었다. 당시 담뱃세를 500원 인상해서 만들어진 1조 5천억 원 중 담배규제사업에 사용된 돈은 1.5%에 불과했다. 많은 재원이 일반회계에서 지출되어야 할 사업에 사용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담뱃세 인상이 국민의 건강을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담뱃세 인상으로 만들어질 재원이 흡연자, 특히 저소득 흡연자를 위해 얼마나 또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에 관한 명확한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 

 

5. 어떤 담배규제정책이 필요한가?

 

다양한 담배규제 정책이 담배의 수요와 공급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다양한 담배규제 정책을 종합한 포괄적 담배규제 정책이 개별 정책을 하나씩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담뱃세 인상은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대중매체 캠페인과 흡연자에 대한 금연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고, 담뱃세 인상으로 흡연자의 금연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금연서비스 제공은 흡연자의 금연율을 높일 수 있다. 대중매체 캠페인과 실내금연은 흡연에 대한 사회적 규범, 즉 흡연이 바람직한 행태가 아니라는 생각을 국민이 갖도록 하게 되고, 이는 다른 담배규제 정책을 도입하는데 국민적 지지를 높인다. 대중매체 캠페인과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 단속이 함께 이루어지면 청소년의 흡연 시작과 금연율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실내금연 정책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비흡연자의 건강위해를 막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2013년 7월부터 150 m2 이상의 대형 음식점과 술집에서 전면금연이 시행되고, 2015년까지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2010년까지 대중이 이용하는 모든 공공장소 및 사업장의 실내에서 금연하도록 권고한 담배협약에 비추어보면 내용이 매우 미흡하다. 더구나 실내에 흡연실을 두도록 허용하려는 것도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다. 실내금연 정책은 모든 실내 공공장소에서 100% 금연이 가능하고, 국민과 사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담배 광고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편의점 등에서 이루어지는 광고이다. 현행 건강증진법에는 담배 판매점 내부의 광고를 허용하면서 광고내용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담배 광고의 효과는 광고에 직접 노출되었을 때 이루어지므로, 이 법규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더구나 새로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이 법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담배회사가 편의점 광고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이 광고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짐작케 한다. 실제 많은 연구에서 이 광고가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고, 금연자가 흡연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으므로 편의점 광고는 금지되어야 한다. 담뱃갑은 담배광고의 중요한 수단이다. 흡연자 스스로 담뱃갑을 들고 다니면서 광고를 하니 비용도 들지 않는다. 담배협약은 담뱃갑 주요면의 50%에 그림 경고를 넣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면의 30%에 밋밋한 문자 경고를 하도록 되어 있어 교육효과가 매우 적다. 담배협약의 권고에 맞추어 광고면적을 50% 이상으로 하고, 그림경고를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6. 한국 담배규제정책 개선을 위한 제언

 

담배가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고, 특히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단시간에 크게 줄이는 것은 공중보건의 가장 큰 과제이다.  그러나 경제적,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담배회사가 있고, 담배의 생산과 판매로 이윤을 남기는 사람이 있으며, 담배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강력한 담배규제 정책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 아직도 성인 남자의 흡연율이 40%를 넘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력도 결코 작지 않다. 

먼저, 담배규제 정책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흡연자’에게 낙인을 찌고 이들을 못살게 구는 정책이 돼서는 안된다.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지 흡연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공원이나 큰 길에서의 금연은 보건학적 타당성이 크지 않다. 담배의 광고나 담뱃갑의 오도문구(마일드, 라이트 등)를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자는 것이 아니라, 담배 광고를 통해 청소년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담배의 의존유발 능력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흡연을 유지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배규제 정책은 흡연자가 아니라, 담배와 담배회사에 대한 규제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담배규제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국민건강증진계획 2020이 만들어져 2020년까지 남자 성인 흡연율을 29%까지 낮추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 어떤 담배규제 정책을 어떤 순서로 시행하여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담배사업법을 통해 담배규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담배규제 정책은 보건복지부만의 정책이 아닌 박근혜 정부의 범정부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 담배규제 정책의 내용은 담배협약에 제시되어 있는 정책을 망라한 포괄적 담배규제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담배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더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담배규제 정책은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담뱃세 인상은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실제적인 금연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때에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정책결정과 시행 과정에 시민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 정책결정 과정에서 담배회사 등 이익집단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간접흡연 등으로 실제 피해를 보는 비흡연자, 금연을 원하지만 담배의 의존성으로 인해 실패를 반복하는 흡연자들은 제대로 조직되지 않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대 중증 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 난치성 질환)의 보장성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었고, 보건복지부는 이 공약의 실현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4대 중증 질환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 질환의 발생을 줄여야 한다. 이 중 암, 심잘질환, 뇌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담배이기 때문에 결국 담배 문제의  해결이 4대 중증 질환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참고문헌

WHO.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2003 (보건복지부, 담배규제기본협약 비준5주년 기념 자료집, 2010)

고숙자. 우리나라 및 외국의 담배가격정책 비교 분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2

시민건강증진연구소. 한국의 담배규제 정책과 건강불평등. 2011

질병관리본부. 제7차(2011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통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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