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인 강제 불임수술 실태와 대책

정신지체 장애인의 성에 대한 접근은 그들도 성에 대해 표현하고 성취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졌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정신지체 장애인의 성적 표현, 결혼, 출산에 대한 과잉된 제재와 우려를 표명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정신지체 장애인을 집단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수용시설에서 정신지체 장애인의 성적표현이나 행동에 대해 교육이나 재활을 활용하는 것보다 차단과 통제수단을 사용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성에 대한 차단과 통제의 극단적인 조치가 바로 강제 불임수술이다.

장애인 불임수술은 사실상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사실이었으나 그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최근 김홍신 의원이 제기했던 장애인 강제불임수술에 대한 조사과정과 실태를 서술하고 대안을 밝히고자 한다.

김홍신 의원실에서는 최근 몇 년간의 외신과 장애인 전문지 기사를 통해 장애인 불임수술에 대한 문제를 접하면서 조사에 착수했다. 장애인 불임수술에 대한 조사는 98년 11월부터 현재까지 9개월여에 걸쳐 진행되었다.

조사 초기에는 시설종사자와 전문가의 접촉을 통해 비공개적으로 진행했으나 이 문제를 밝혀내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서면조사, 전화조사, 현장조사 등의 공개적인 조사방법을 활용했다. 서면조사를 통해 확인된 정신지체 장애인 시설 수는 총 60개였고 입소자 수는 총 5,968명이었다. 현재 입소된 정신지체 장애인 불임수술을 일괄적으로 파악하는 것 보다 집중적인 대상자 선정이 필요하였다.

불임수술을 전제한 결혼 혹은 불임수술 후 문제소지를 은폐하기 위한 강제 결혼 등의 사례가 있음을 접하면서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조사하였다.

조사결과, 총 10개 시설에서 결혼한 사례가 있었다. 10개 정신지체 장애인 시설에서 총 63쌍의 정신지체장애인이 결혼했으며, 현재는 56쌍의 부부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해당된 10개 정신지체 장애인 시설에 대해 서면조사, 전화조사를 재실시하였고, 4개 시설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현재까지 확인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결혼한 케이스가 있었던 10개 시설 중 8개 시설에서 75명(남자 48명, 여자 27명)의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불임수술을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가 불임수술을 강행한 2개 시설을 제외한 6개 시설에서는 시설 일방의 판단에 의해 강제 불임수술을 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83년부터 97년까지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 정신지체 장애인은 총 66명(남성 40명, 여성 26명)이었다.

조사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강제 불임수술은 시설과 해당 행정기관, 보건소, 가족계획협회 등 정부의 공식기관과의 광범위한 상호협조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충남정심원은 ‘군청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고, 성우원은 ‘복지과장과 상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명령없이 시술된 강제불임수술은 불법이었음에도 관계 공무원의 협조 또는 묵인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장애인 강제불임 시술기관이 정부의 공식행정기구인 보건소와 대한가족계획협회(현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계획협회는 강제적인 불임시술과 미혼자 시술이 금지된 자체 업무규정을 위반하면서 강제불임수술을 시행한 것이다.

결국, 시설의 정신지체 장애인의 출산 방지의 욕구와 당시 실적을 올려야 했던 가족계획협회의 욕구가 상호 일치하면서 정부예산으로 장애인 불법 강제불임수술이 시행된 것이다.

이 문제가 제기된 후 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강제 불임수술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고 최근에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장애인 강제불임수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고서는 몇 십년 관행으로 굳어졌던 불임수술이 사려질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문제가 매해 끓임없이 제기되지만 해결되고 있지 않은 점 역시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불임수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불임수술에 대한 실체적이고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 조사 범위 역시 모든 장애인 시설, 부랑인시설, 정신요양시설 등으로 확장해서 실시되어야 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강제불임수술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국가의 방임과 묵인속에서 자행된 불법, 강제불임수술에 대해 국가는 배상문제를 검토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시설 정책 전체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시설이 입소자에 대해 인간답게 살 권리의 보장이란 측면에서 사회복지시설정책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고,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복지부, 시설관계자,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장애인 부모들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공개적 논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윤민화 / 김홍신 위원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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