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4-10   4432

[심층분석2]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원칙과 쟁점 : 오해, 쟁점, 원칙 그리고 과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 윤홍식 교수(인하대학교 사회과학부) 발제문을 바탕으로 요약, 정리한 글이다.

본 발제문은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 쟁점들과 한국사회의 과제를 정리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둘러싼 7가지 쟁점에 대한 입장,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제도권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가기위해 풀어야할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시장의 실패, 두 차례의 위기에도 경제성장은 지속되었지만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 않음이 검증되었고 끊임없는 경제성장에도 일자리, 주거 등 민생의 5대 불안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역사가 주는 대안과 해답은 보편주의 복지국가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여섯 가지 기본원칙


첫 번째, 헌법이 선언하는 대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소득의 여부, 계층,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


두 번째,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고 좋은 경제성장의 동반자다. 87년 이후에 형식적 민주주의가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내용적으로 담보하는 시민생활의 측면에서 민주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통해서 민주주의의 실현과 좋은 경제 성장이 함께 이루어 질 것이다. 


세 번째,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국가다. 양극화와 신 빈곤 등 현재 많은 불안들은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복지국가는 의미가 없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복지국가의 핵심요소다.


네 번째, 복지국가의 역사는 계급과 계층의 타협의 산물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주체 및 연대의 대상은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저소득층, 중산층, 진보적 지식인을 포함하는 모든 사람이다. 이들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연대적 주체가 돼야 한다.


다섯 번째,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복지국가 ․ 여성이 중심이 되는 복지국가가 돼야 한다. 구 사회유형과 신 사회유형을 얘기하고 새로운 복지국가의 역할을 얘기할 때 새로운 복지국가의 역할은 돌봄 등 가족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 시점의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관점에서 복지국가를 이해하고 여성이 행복하고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둘러싼 쟁점


첫 번째,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구분하는 논쟁이 핵심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든 보편주의 복지정책들은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기여여부에 따라서 대상을 선별하는 여과장치를 가지고 있다.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사회보험 등은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기여여부에 따라 대상을 선별한다. 이렇게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기여여부에 따라 대상을 선별하는 복지정책을 넓은 의미에서 보편주의 복지정책이라고 한다. 반면 자산과 소득에 따라 급여를 제공하는 정책을 잔여주의 복지정책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사람의 욕구가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서 사회학적 특성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사람의 욕구가 소득에 따라서 다를 것이라는 관점에는 반대하고 그러한 복지국가를 지양한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의 70% 복지는 소득의 높고 낮음으로 대상을 선별하기 때문에 보편주의 복지국가 원칙에 위배된다.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기여여부에 따라 대상을 선별하는 것은 시민권에 근거한 보편주의 복지정책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대해 서구에서는 이미 물러갔다, 과거의 유산이다 등의 비판이 있다. 서구의 보편주의 복지국가들은 여전히 시민권에 기반을 둔 시민의 기본생활들을 보장하고 있다. 보편주의가 잔여주의로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서구 복지국가가 기반을 두었던 완전고용 자체가 위협받고 일부 사회서비스, 연금, 기타 소득보장에서 소득지출과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미세 조정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민권에 기반을 둔 보편주의 복지국가 기본원칙이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보편주의 복지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미시자료들을 보면 긍정적인 관계가 있는 경우도 있고 관계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 거시자료를 통해서 보면 보편주의 복지의 확대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복지확대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결국 보편주의 복지가 좋은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세 번째, 보편주의 복지와 근로 동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복지를 많이 하면 사람들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개별제도를 보면 복지를 확대하면 근로 동기가 약화되는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구조 전체의 거시적 차원에서는 근로동기를 저하시킨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제도자체를 볼 때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 노동시장 참여율, 노동생산성도 낮아야 하는데 현실적 결과들은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노동시장 참여율도 높고 노동생산성도 높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시자료와 다르게 거시자료를 보면 보편주의 복지제도가 근로동기를 저하시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근로동기를 약화시킨다는 주장과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수급자가 되면 모든 서비스를 받지만 수급자에서 탈락하면 9개 부처에서 제공되는 27개에 달하는 부가급여를 박탈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근로동기를 갖도록 얘기할 수 있을까? 보편주의 복지와 근로동기에 대해서는 거시적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재정위기에 대한 부분이다. 보편주의 복지를 하면 그리스와 일본처럼 재정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일본의 누적채무가 2011년에 1,000조 엔 이었는데 민주당 복지 공약의 1/3 정도인 3조 7512억 엔만이 반영되었고 이것은 누적채무의 0.4%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실제로 일본에서 복지확대가 재정위기를 악화시켰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그리스도 산업구조가 약하고 유로화로 편입되면서 실물경제보다 비 실물경제에 투자한 것이 2008년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재정위기를 초래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복지확대로 인해 그리스 재정위기가 왔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OECD 국가에서 복지 지출수준이 제일 낮은 한국에서 복지 지출 확대로 인해 재정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난센스다. 


다섯 번째, 진보는 증세를 지지해야 할 것인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핵심적 조세 기반은 예상과 다르게 소비세, 근로소득세, 사회보장세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부유세, 재산에 대한 세금, 법인세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친화적인 조세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증세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새로운 과제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특성들에 대해 살펴보아야 하지만 재정을 얘기할 때 단순히 양적증대가 아니라 그 재정구조가 어떻게 보편주의 복지국가와 조우할 수 있는지,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지속하게 할지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여섯 번째,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진보의 것이냐에 대한 문제다. 과거 참여정부 때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을 주장했을 때 열린우리당에서 포퓰리즘이다,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었다. 몇 년 후 민주당이 3+1정책을 주장하자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이 제기했던 것과 같은 비판을 했다. 이러한 역설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서구에서도 사민당이나 좌파가 항상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일반적 이해와 달리 문헌들을 보면 스웨덴에서 복지국가 기본 틀이 만들어 지기 이전에 보수당 정권에 의해 보편주의 복지국가 기본 틀이 만들어졌다. 역사적 사실은 보편주의가 좌파, 우파의 전유물도 아닌 좌와 우의 합의와 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산물이었음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다만 보편주의가 좌우의 날개로 날았다는 것이 진보와 보수 모두가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지한다고 할 수는 없다. 보수에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자신의 강령, 정책의 비전으로 제시한 것은 노동자, 농민, 민중들의 끊임없는 조직화된 요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에서 좌우의 날개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달고자한다면 시민운동, 민중운동이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대한 명확한 요구와 조직화가 필요하다.        


일곱 번째, 가난한 사람만이 공적복지가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다.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복지국가가 출연한 기본적인 이유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자신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는 역사적 경험들이 대공황과 세계대전 등을 통해서 나타났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중 75세가 될 때까지 한 번 이상 절대빈곤을 경험하는 비율이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빈곤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대다수 사람들의 문제이며 개인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대안만이 해결할 수 있다.       


또 하나 재분배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잔여주의 복지국가에서 논리적으로 따지면 부자에게 걷어서 저소득층에게 주는 것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중산층이 동의해야 세금을 많이 낼 수 있고 복지자원 총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질 수 있다. 이것을 재분배의 역설이라고 한다. 보편적 복지국가가 중산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산층에게 재원의 동의를 받아야 그것이 저소득층에게 많은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일곱 가지 쟁점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장과 비판


지금까지 논의를 종합하면 정치권의 쟁점은 중요한 세 가지로 모아지고 있다.  
1) 보편주의와 잔여주의의 대립구도
2) 보편주의 복지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3)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몇 개 정책의 조합인지? 우리사회 전체 패러다임의 전환이나 국가운영 전략의 변화로 바라볼 것인지?


첫 번째, 진보정당 및 민주당 일부에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지하고 한나라당은 잔여주의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공청회 문건들을 보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포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공부조의 문제점을 개선, 세출구조 효율화 정도의 복지정책에 그치고 있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두 번째, 민주당의 비주류와 진보정당들의 경우 명백하게 복지확대가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류 및 박근혜 진영에서는 부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제가 앞으로도 발전될 보장이 없다는 이유다.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국민참여당은 입장이 모호하다. 북유럽의 실패를 답습하면 안 된다는 주장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입장을 판단하기 어렵다. 


세 번째, 정책조합과 국가운영 전략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의 비주류, 진보정당은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무상공약 몇 개의 정책들을 만들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우리사회의 산업구조, 노동시장의 구조, 조세구조, 정치체계를 모두 다 변화시키는 것이고,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계급과 계층의 타협의 산물이라면 우리사회의 다양한 이해집단이 자신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구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례대표제 및 정치개혁의 부분까지 포괄해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국가운영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 및 민주당 주류진영은 명백하게 몇 개의 정책 조합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몇 개의 정책조합과 조정의 문제로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원칙과 과제


지금까지 한국의 중요한 선거에서 국가권력을 위한 싸움에서의 핵심은 독재, 반미, 친미, 친북, 반북구조였다. 하지만 지난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보편주의 복지와 잔여주의 복지에 대한 문제, 생활정치에 대한 문제가 우리 사회 정치의 핵심 문제로 등장했다. 앞으로 새로운 체재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준 것이다.


첫 번째, 변화된 한국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조응하는 복지국가 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완전고용에 기반을 둔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변화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가야할 길은 서구가 걸어왔던 길이 아니다. 한국은 그들과는 상이한 조건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습에서 어떻게 시민의 복지를 보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조응하는 재원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OECD 대비 지출구조의 수준을 판단하여 단순히 재원의 양적 확대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지출구조, 재원구조를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적응하는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이 자신이 낸 세금을 자신이 돌려받는 체계로 재원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법인세, 자본에 대한 세금부분의 문제는 한국의 특성에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은 20% 수준의 법인세를 내고 있으나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는 삼성전자는 2010년 6.8%의 법인세를 냈다. 공정과세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증세는 필요하지만 증세 이전에 공정과세에 대한 실현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정과세를 통해 시민들에게 복지에 대한 맛을 보여주고 복지에 대한 맛이 시민들에게 동의가 된 이후에 증세 문제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조응하는 정치체계의 변화 없이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없다. 다양한 이해집단들의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치체계의 개혁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 문제는 현재 개헌논의와 맞물리면서 미묘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네 번째,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조응하는 복지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를 보면 복지정책 자체가 경제성장에 친화적인 구조의 복지 지출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한국 사회에 조응하는 복지정책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에 대한 기본 생활보장(의료, 주택, 교육등)은 변할 수 없는 원칙이다.


다섯 번째,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문제다. 단순히 정치적 판단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동의에 기반 해야 하기 때문에 과연 한국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실현하는 사회를 원한다는 시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권위주의 정부 박정희 정권에서 모든 것을 투자해서 포괄적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30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민주사회에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10년, 20년 안에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대한 긴 전망을 가지고 끊임없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조직화된 시민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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