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02-11   1357

사회위기, 복지개혁, 참여연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1997년 3월에서 2000년 2월까지의 기간은 문민정부 말기 1년에서 국민의 정부 초기 2년까지의 시기이다. 이시기는 한국사회가 외환위기에 직면하여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통하여 외환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구조조정에 따른 새로운 빈곤에 대한 대응책으로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하거나 개혁하였던 변화의 시기로 규정할 수 있다. 외환위기의 극복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사회보장제도도는 그 양이나 규모면에서 급속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러한 변화 중에는 개혁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변화와 적용범위의 확대라든가 급여수준의 향상 등의 양적인 변화가 뒤섞여 있었다고 판단된다.

20세기 말에 엄습한 IMF발 외환위기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로의 재편을 강화하는 구조조정의 한파를 몰아왔다. 급격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기업의 부도와 노동의 유연성 강화조치로 이어졌다. 실업자가 증가하였고, 노숙자가 증가하고, 자살과 이혼, 가출 등으로 가족해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였다.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갖고 있는 고용보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였고, 국민연금제도도 도입초기에 있던 상황에서, 전근대적인 빈민법의 유산을 청산하지 못하고 근로무능력자에 대한 생계보호에 초점을 둔 생활보호제도로는 이러한 위기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IMF는 외환위기로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한 한국 정부를 압박하여, 한국경제를 세계자유무역체제(WTO체제)에 급속히 편입시키는 한편, 신자유주의적 개혁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과 빈곤의 문제에 대한 대응 처방으로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구축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하였다. 이른바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처방이었다.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의 입장에서는 IMF위기는 한편으로는 대량실업과 고용불안으로 인한 빈곤층으로의 추락 등 사회적 위기를 초래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실한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하고 개혁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였다는 점에서는 사회보장제도의 정비를 위한 기회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이시기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은 토론회 개최,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한 정책 이슈 만들기와 대안활동으로 입법 청원 운동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시기에 이루어진 주요 활동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997년 6월 13일: 토론회 “사회복지전문요원제도 도입 10년 평가”

– 1998년 1월 22일: 토론회 “차기정부의 보건의료ㆍ사회정책어디로 가고있나?”

– 1988년 2월 2일: 토론회 “IMF시대 김대중정부의 사화보장제도 개혁의 6가지 과제”

– 1998년 2월 6일: 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의보통합 법안처리 합의

– 1998년 4월 13일: 의료보험통합추진기획단 발족

– 1998년 4월 15일: “생활보호법 전면개정 입법청원 및 참여연대 실업대응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

– 1998년 5월 12일: “국민연금법 개정입법 청원”

– 1998년 5월 15일: 토론회 “국민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개선에 관한 토론회”

– 1998년 6월 29일: 정책공청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과 저소득실직자 생활보장방안”

– 1998년 7월 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입법청원 운동시작

– 1998년 8월 21일: 토론회 “사회보장발전5개년계획(안) 평가”

– 1998년 8월 28일: 토론회 “사회복지시설수용자의 인권과 정책방향”

– 1998년 7월~9월: “월간 복지동향” 준비 1~3호 발간

– 1998년 10월: “월간 복지동향” 창간호 발간

– 1998년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험통합추진기획단” 구성

– 1998년 12월 16일: 공청회 “의료보험약가 정상화를 위한 공청회”

– 1999년 2월 8일: “국민건강보험법”공포

– 1999년 3월: 월간 복지동향 특집 “신정부 1년 복지정책 평가와 과제”

– 1999년 3월 17일: 공청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의 쟁점과 전망”

– 1999년 7월 4일: 항고장제출 “복지부장관의 최저생계비 계측 및 공표의무 위반”

– 1999년 9월 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 1999년 9월: 월간 복지동향 특집 “DJ의 생산적 복지를 진단한다”

– 1999년 11월 10일: UNDPㆍ참여연대 공동포럼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빈곤실태와 빈곤감 시시스템”

– 1999년 11월 25일: 국회예결특위에 “빈곤대책과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보건복지 10대과 제에 대한 의견서” 전달.

– 1999년 12월 6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국회통과

위의 간략한 활동 일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외환위기 이후의 참여연대의 활동은 사회보장제도의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운동방식을 통하여 이 과제를 정부가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은 국민의 정부 출범에 즈음한 시점인 98년 2월 2일에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그 방향이 발표되었다. 참여연대는 저성장ㆍ고실업구조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개혁과제로 첫째, 사회보험의 전국민 확대와 소득보장제도의 정비(실업급여제도 개선, 직업훈련과 알선 강화, 실업부조제도 도입검토, 생활보호의 인구학적 범주 철폐, 의료보험 통합과 고액진료비 경감조치 등을 요구); 둘째, 국민복지기본선 정립(사회보험급여의 적정부담ㆍ적정급여의 원칙, 공공부조 및 사회복지서비스의 국민복지기본선 확립)을 통한 사회복지급여의 적정성 확립; 셋째, 사회복지예산의 확대(국방예산의 조정); 넷째, 효율적 행정체계의 정립(4대 사회보험의 통합관리와 포괄적인 보건복지서비스행정체계구축); 다섯째, 사회보장제도 및 기금운영의 민주성ㆍ투명성 제고; 여섯째, 범부처ㆍ범국민적 개혁위원회의 구성을 제시하였다.

98~99년의 활동을 통하여 여러 가지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사회보장분야의 개혁과제 중에서 사회보험의 적용범위 확대, 고용보험제도의 개선, 의료보험제도의 통합, 생활보호제도의 폐지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사회보장제도 운영의 민주성ㆍ투명성 제고 등의 영역에서 제도 개선의 성과가 있었다. 4대사회보험 관리의 통합은 사회보험통합추진기획단을 구성하여 다양한 통합의 방법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였으나, 구체적인 통합방안을 채택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최근에 당시의 활동 결과가 구체적인 결실을 맺는 성과를 거두었다. 공공부조 및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편 부문에서는 어떤 가시적인 변화를 거두지 못했는데, 이는 사실상 사회복지위원회가 외환위기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함으로써 사회복지서비스전달체계 개선 문제에는 운동의 동력을 싣지 못했다.

이 기간 중에 활동에 있어서의 강조할 수 있는 운동방법상의 특징은 사회복지위원회가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채택하도록 하는 방식의 사회운동을 함에 있어서,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운동단체 등과 함께 하는 연대운동을 하였다는 점이다. 연대운동을 통해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사례는 의보통합운동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이었다. 의료보험통합은 의보연대회의(의료보험통합 및 보험적용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를 통하여 건강연대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밀접하게 결합하여 활동함으로써 거의 20년을 끌어온 의료보험의 관리운영체계의 통합을 이루어 냈고, 한국노총과의 갈등 구조 속에서도 재정통합까지 법제화하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 사회복지위원회는 시민사회노동계와 사회보장에 관하여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대응을 강화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에 공감하는 단체를 중심으로 1998년 전반기에 사회보장정책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사회보장정책협의회 모임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의보통합연대회의, 민주노총, 일용직저소득노동자실업대책협의회가 함께 참여하였다. 사회보장정책협의회는 98년 6월 29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과 저소득실직자 생활보장방안”에 관한 정책 공청회를 개최함으로써 연대를 통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의 불씨를 마련하였다. 연대활동은 98년 7월 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입법청원 운동으로 연결되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연대회의”를 결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 두 가지 운동의 성공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노동단체와의 연대 운동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98년도에 또 하나 기념해야 하는 일은 “월간 복지동향”의 창간이다. 위원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복지 분야에서 중요한 정보매체이자 정론지를 창간했다는 사실에 무척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있고 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창간사에서 밝혔듯이 복지동향은 사회복지현안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국민복지기본선 확보운동에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더욱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복지 분야의 이슈 메이커로서 의미를 갖는 유용한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지동향이라는 정보매체이자 대변지를 갖게 됨으로써, 사회복지위원회는 칼럼, 기획논평, 동향보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의 이슈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현안에 대한 사회복지위원회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게 되었다. 1998년 10월에서 1999년말 까지 다룬 주요 기획특집의 내용을 보면서 복지동향지의 창간 정신을 다시 떠올려 본다. 창간호에서는 ‘한국사회복지전환기의 쟁점’에서 IMF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개혁과제들을 정리하고 있다. 3호에서는 ‘IMF1년! 한국사회 삶의 질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99년 3월에는 ‘신정부 1년 – 복지정책의 평가와 과제’-를 통하여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였고, 99년 9월에는 ‘DJ의 생산적 복지를 진단한다’를 통하여 이른바 DJ 노믹스에 대하여 평가하고 있다. 99년 12월호에서는 ‘1990년대의 사회복지 -사건과 흐름’을 통하여 우리사회의 지난 10년의 사회복지 동향과 향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이시기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게 주어진 시대적 요청은 단순하고도 명료하였다. 낙후된 국가복지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여 국민 생활의 기본선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산업화의 진전에 따른 소득상실, 일자리 상실, 건강상실의 제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집단적으로 보호하기위한 기본적인 사회보장체계를 확립하는 일이었다. 고성장ㆍ저실업의 경제상황과 가족을 통한 상호부조체제로 아슬아슬하게 버터오던 잔여주의적인 최소한의 국가복지 체제가 외환위기라는 외부의 충격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린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서의 참여연대의 복지개혁을 위한 활동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린 잔여주의 복지체제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시도를 별다른 고민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여건이었다. 그러나 노력의 결과는 국가의 역할이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자유주의적 복지국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개혁이었다는 생각이다.

이제 우리사회에는 시장만능주의의 신화가 깨진 자리에 남은 고용불안과 빈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최소한의 국가복지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더욱 커진 시장의 힘이 밀려들어 왔고,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의 도래, 요소투입 형 경제성장시대는 가고 혁신과 기술투입 형 경제성장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저출산ㆍ고령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국민기본선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가 강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로 복지투자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복지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한다. 논리적으로 모두 맞는 말이다. 경제사회환경이 변화하면 그에 대한 대응방식도 달라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에게는 현재의 세대가 겪는 고용불안, 가난, 질병의 문제가 있다. 현재세대의 고용불안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복지모형으로 사회투자전략이 적합한 것인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복지와 경제가 선 순환되어야 한다고 한다.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고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복지국가체제의 사회보장제도는 일시에 소비적 복지로 일순간에 채색되고 만다.

미래세대를 위해서 현재의 세대는 어디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가? 미래 세대는 현재세대를 위해서 얼마나 더 부담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전통적 국가복지체제의 복지제도 모형을 강화해서는 안 될 정도의 복지국가 와해의 수준에 와있는가? 장기적 관점과 균형적 관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 해답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우리사회의 복지문제 해결은 좀 더 폭 넓은 관점과 좀 더 장기적 관점, 그리고 미래세대와 현재세대를 통합하는 관점을 유지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사회의 삶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종만 / 2대 참여연대 사회복지 위원장․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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