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3-01   1030

[칼럼]사회보험료 징수통합과 사각지대 해소 그리고 소득파악은 별개의 문제이다?


류만희(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MB 정권의 ‘속도전’이 사회복지분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사회보험료의 징수통합 문제가 그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입장을 달리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에서 지난 2월 25일 보건복지가족 상임위원회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4대 사회보험료 징수통합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사회보험료의 징수업무(고지, 수납, 체납처분)를 6개월 동안의 시범사업을 거쳐, 2011년부터 건보공단에서 통합 징수토록 한다는 것이다.


사회보험료의 징수통합 문제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르기 까지 정권초기에 사회복지분야의 현안으로 다루어져 왔고, 그 때 마다 조금씩 입장이 다른 통합방안이 제출되었다. 그런대 무슨 연유에서 인지 항시 변죽만(몇몇 기술적 개선조치) 울리고 결실을 맺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다소 혼란스럽기까지도 하다. 그 결과, 징수통합문제를 처음 제기하던 그 때나, 지금이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계속되고 있고, 또 그 만큼의 업무의 비효율성 그리고 그 만큼의 행정비용의 낭비는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국세청을 통하여 통합·징수하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 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무엇보다도 사회보험료의 징수통합의 문제가 단순히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개편의 문제를 넘어서 향후 한국의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사각지대의 해소), 나아가 안정적인 복지국가로 성장하는 데 발판(소득파악의 제고)이 되는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대 일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하여 이번 법안은 자격관리 업무를 제외하고 징수업무만을 통합하는 것이므로 사각지대 해소 및 소득파악 인프라 구축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잘 못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하여 근시안적인 입장이라고 간단하게 역비판할 수도 있지만, 정말 사회보험료의 징수통합 문제가 사각지대 해소 및 소득파악 인프라 구축의 문제와 별개의 것인지를 살펴보자.


주지하듯이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그 동안의 괄목할 만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당면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사회보험제도의 ‘사각지대’의 문제이다. 이제 사각지대의 문제는 사회보험제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성장통’의 수준을 넘어서 구조화되고 있어, 향후 한국의 사회보장제도의 골간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간단히 연금문제를 살펴보자. 납부예외자는 연금제도의 사각지대를 견고히(?) 구축하고 있는 이들이다. 2007년 현재 5,107천명 수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28.0%이고, 지역가입자 대 56.4%에 이르고 있다. 지역가입자를 기준으로 본다면, 2003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사각지대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가입자의 체납현황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7년 현재 2년 이상 장기체납자의 비율은 전체 체납인원의 60.1%에 달하고 있다. 2009년 현재 시점에서 납부예외자, 장기체납자이다. 그러나 이들이 연금의 최저가입기간(10년)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노후를 맞이한다면, 더 이상 납부예외자, 장기체납자가 아니라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결과로 급격히 증가한 비정규직의 문제이다. 이들의 사회보험 가입율은 정규직과 비교할 때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좀 지난 통계이지만 정부에서 밝히고 있는 자료를 보면, 05년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37.7%, 국민연금 36.6%, 고용보험 34.5% 수준으로 정규직 노동자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아서 ‘비정규직 노동자 = 사각지대 = 2등 국민’이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렇듯 사각지대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기저에는 바로 ‘소득파악 인프라의 미비’라는 골칫병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파악 제고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 없이는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결국은 사회보장제도가 있지만, 노후빈곤층과 2등 국민을 양산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까지 예상된다.


결국, 징수통합 문제의 핵심은 사각지대 해소 그리고 소득파악 인프라 구축에 있는 것이고, 누구에 주장처럼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 진다. 그런대도 자격관리 업무를 다루지 않고, 그저 징수의 효율화만 전가의 보도처럼 되풀이 하는 것은 너무 한가한 주장이 아닌가? 백번 양보하여 징수업무만 통합하여 시간을 보내자. 아마도 우리들의 후세대가 노후빈곤층과 2등 국민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달리 말하면, 우리들이 오늘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여 넘겨준 부채)을 보고 우리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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