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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1
  • 2011.12.18
  • 1738

차혜령│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이하 'CEDAW' 또는 ‘위원회’)는 2011년 7월 11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제49차 세션에서 한국 정부가 위원회에 제출한 제7차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상황 보고서를 심의하고, 29일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를 발표하였다. 심의를 위하여 세션 중인 7월 19일 한국 정부 대표단의 보고와 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시간이 있었다. 최종견해 발표 직후 한 항목의 표현 문제 때문에 한국 정부와 NGO들이 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위원회는 어법상 오류를 인정하고 문언 수정을 마친 최종견해를 CEDAW 홈페이지에 다시 게재하였다.

 

 

위원회는 여성차별철폐협약 전 조항에 대한 이행상황을 심의하기 때문에 최종견해의 내용 또한 여성인권의 전 영역을 망라하나, 이 글에서는 지면의 제한으로 최종견해의 내용 중 주요한 몇 가지-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 노동, 일반적인 차별금지법-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올해의 최종견해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2가지 ‘사후 점검’ 항목을 지정한 점이다. 정부는 4년 이후 협약 이행상황을 일반적으로 보고하는 다음 정기보고서 제출에 앞서, 지금부터 2년 내에 ‘사후 점검’ 사항의 이행을 위해 행한 조치에 대해 위원회에 별도의 서면 보고를 하여야 한다. 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이 하나 하나 모두 의미가 있지만, 특히 ‘사후 점검’ 대상으로 지정한 권고사항은 그만큼 국내 여성 인권 보장을 위하여 중요하고, 정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위원회가 뽑아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사후 점검 항목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최종견해 15항과 여성폭력에 관한 최종견해 21항의 2가지 권고사항이다.

 

 

위원회는 2008년 5월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차별금지사유가 포괄적으로 포함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시급한 조치를 취하도록 정부에 권고하였다. 특히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하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항을 고려하라’고 하여,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제정되어야 할 차별금지법의 차별금지사유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이 권고는, 위원회가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여성 차별에 대한 권리 구제를 위하여서도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어서 2008년 이후 지지부진한 국내의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정부 차원에서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최초로 한국 정부에 여성인권 보장의 관점에서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명시하였다는 점, 종래 차별금지법 제정이 좌절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동성애 혐오집단의 극렬한 반대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서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언급하면서 권고했다는 점, 법률 뿐만 아니라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권조례나 학생인권조례 등 자치규범 제정에서도 원용할 수 있는 국제규범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두 번째 사후 점검 조항은 여성 폭력에 관한 조항이다. 이 조항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여성 긴급전화 설치,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을 위한 지원센터를 포함해서 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소 및 보호시설 설치 등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에 관해 정부가 행한 조치들을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폭력 사건의 신고 건수가 낮고 실제 발생한 사건 수와 신고 사건 수가 일치하지 않다는 점, 성인 성폭력 사건에서의 친고죄 조항 존치와 낮은 신고율, 기소율, 유죄 선고율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리하여 위원회는 6개의 세부 사항, 즉, (ㄱ)교육종사자․보건 서비스 제공자․사회복지사들이 관련 법률을 완전히 이해하고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하여 인지하며 폭력 사건의 신고의무를 다 하도록 하고, 가정폭력과 성폭력 사건의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ㄴ)성인 성폭력 사건의 친고죄 조항을 폐지하고, (ㄷ)여성 경찰 수의 증가, 성인지적 관점으로 여성폭력 사건들을 다룰 수 있도록 역량 강화 조치를 취하고, (ㄹ)외국인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들이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와 구제방법을 인식할 수 있는 캠페인, (ㅁ)배우자 강간을 범죄로 명시하는 입법, (ㅂ)가정폭력을 비롯한 모든 여성폭력의 실태, 원인, 결과에 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 수행, 통계와 조치의 결과 보고를 할 것을 권고하였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관해서 정부는 그간 다른 분야에 비해서 지속적인 법률 제정과 개정으로 법제도를 정비하고 피해자 상담과 보호시설을 갖추는데 집중해 왔지만, 법제도와 피해자 보호 제도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다. 특히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들에서는 성폭력에서의 친고죄 조항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아 ‘고소’가 없거나 적법하지 않은 경우의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 배우자 강간 형태의 가정폭력이 드러나지 않는 문제 제기를 지속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위원회는 2007년에 이어 다시 한번 친고죄 폐지와 배우자 강간을 범죄로 명시할 것을 권고하고, 신고율을 높일 수 있도록 관계 기관 종사자들과 법집행기관의 역량 강화, 잠재적으로 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여성들에 대한 캠페인, 연구․조사로 정확할 실태를 파악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러한 권고사항을 2년 내 점검하는 항목으로 지정하였다. 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여성 인권 보장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한편, 위원회는 성매매와 인신매매에 대하여도, (ㄱ)인신매매에 관한 포괄적인 법 제정, (ㄴ) E-6 비자를 가지고 일하는 여성들이 성매매 착취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효과적인 현장 감시 장치 수립, (ㄷ)결혼 이주여성들의 보호를 위한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및 기타 조치, (ㄹ)성매매여성을 형사처벌하지 않도록 관련 법률 검토, (ㅁ)인신매매 피해 여성 보호와 지원, 인신매매의 근본 원인을 다루기 위한 심화된 조치, (ㅂ) 성매매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와 성매매로 착취당한 여성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프로그램 수립, (ㅅ) 인신매매방지 의정서(「유엔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의 부속서인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예방, 억제, 처벌을 위한 의정서」) 비준을 권고하였다.  

 

 

위원회는 여성 빈곤의 핵심 원인인 고용 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불충분한 협약 이행상황 보고와 무성의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여성 노동의 현황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최종견해를 밝혔다.

 

 

위원회는 먼저 정규 및 비정규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정확한 지위를 파악할 수 있는 적절한 분리 데이터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였다. 여성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우선인데,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기보고서에서 통계를 제시하지 않았건, 아예 여성 노동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았건, 성별, 시장별, 각종 분리 통계가 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였다. 또한 특정 저임금 분야의 여성 노동자 집중,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차등, 남성과 여성 사이의 임금 차등을 우려하였다. 또한 직장내 여성 근로자의 권리침해에 대한 감시나 구제절차 미비로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구제절차 밟기를 꺼린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였다. 

 

 

이런 우려사항을 바탕으로 위원회는, 다음 정기보고서에 노동시장 지표에 관한 분리 자료 제출, 풀타임 및 정규직 여성 근로자 수 증가, 여성이 대다수인 시간제 및 단기 노동자들에게 유급 출산휴가를 포함한 혜택을 확장하여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를 보호할 것, 남녀고용평등법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조항의 실질 적용, 법 준수에 관한 효과적인 감시장치 마련과 성희롱 발생시 근로자의 이의 절차 보장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였다.

 

 

일과 가정의 양립에 관해서 위원회는, 저출산 가속화, 경력 단절, 시간제 취업, 가족에 대한 책임의 여성 전담 문제를 지적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시간제․단기 노동자로 전환 현상이 확대되는 점, 보육 시설이 민간화되는 경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였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가정 내 남녀 공동 책임 증진하고,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남성과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특히 남여의 자녀 양육과 가사의 동등 분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아동들, 특히 여성가구주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보육 시설들의 확대 공급, 적정한 보육비 책정,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장려를 권고하였다.

 

 

한편, 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하여 특별한 권고를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21% 축소와 독립성이 흔들리는 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파리 원칙, 특히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준수하도록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상기시켰으며,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 전문가들을 포함하여 적절한 인적 및 재정적 자원을 위원회에 배치할 것, 국가인권위원회의 신뢰성․공신력․적법성을 되찾기 위하여 젠더와 여성 인권 분야를 포함하여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시킬 것을 촉구하였다. 

 

 

2011년 위원회의 권고에는 2007년에 권고했던 내용을 다시 권고한 것도 발견된다. 성폭력 범죄에서의 친고죄 조항 폐지, 배우자 강간 형사처벌 규정 신설, 성매매여성을 형사처벌하지 말 것, 낙태를 형사처벌하지 말 것 등이 그것이다. 최근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서도 고소가 부적법하여 공소기각된 성폭력 사례가 있고, 이주여성과 한국인 여성 모두 배우자 강간을 비롯한 폭력 문제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죄 고발로 임신중절을 시도하는 여성이 위험에 처하거나 저출산대책의 명목으로 정부가 낙태 규제에 나서기도 하였다. 이런 피해 사례들은 위원회의 2007년 권고가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일정 정도 해결될 수 있었을 문제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2007년과 2011년 반복되는 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된 후인 9월 21일, 최종견해 이행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최종견해에 대해서 ‘일부 권고가 편견에 따라 작성되어 일반적으로 달성되어야 할 남녀평등의 수준을 넘어서는 요구를 함’이라고 총평하였다. 이런 발언으로 인해 정부 각 부처 중 최종견해 이행에 주도적인 책임을 져야 할 여성가족부의 이행 의지나 적극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정부 각 부처와 국회는 위원회의 권고를 영역별로 세밀하게 검토하고, 자신의 권한과 책임 하에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기별로 마련하여야 한다. 정부가 위원회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NGO가 지속적으로 모니터할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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