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4-01   5005

[동향2] 어린이집 초과보육의 다른 이름 ‘반별 정원 탄력 편성’과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의 결정

어린이집 초과보육의 다른 이름 ‘반별 정원 탄력 편성’과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의 결정

 

백선희 l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 위원장

 

우리는 어떤 보육정책을 원하는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즉 신뢰와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좋은 보육을 위한 조건들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조건 중의 하나가 보육교사 대 아동의 비율이다. 보육은 ‘돌봄’이라는 구체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육교사 1명이 몇 명을 돌보게 할 것인지 정하는 일은 보육교사의 자질 못지않게 중요하다. 영유아보육법의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영유아들의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면서 최대한의 보육교사 책임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1) 법 시행규칙에 그 수를 만 0세는 3명, 1세는 5명, 2세는 7명, 3세는 15명, 4세아 이상은 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표 2-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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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보육이라 하면 보육교사가 이 보다 더 많은 영유아를 돌볼 수 있게 허용해 주는 것이다. 어린이집은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지만 보육교사의 책임과 노동 강도는 세지고, 영유아들이 받는 돌봄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3년에 정부가, 내년(2014)부터는 초과보육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힌 이유이다. 그러나 그 시행은 미뤄지고 2016년부터는 전면 금지하겠다고 다시 발표했었지만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를 ‘반별 정원 탄력 편성’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또 다시 살려 냈다. 그리고 시·도 지자체에게 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라며, 초과보육 부활의 결정을 지자체 보육정책위원회에 떠넘겼다. 

 

필자가 속해 있는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도 복지부가 위임한 안건을 심의하기 위해 3월 2일에 소집 되었고 6시간 반의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그리고 본 위원회는 복지부의 탄력 편성(초과보육) 안을 수용하여 구체적 내용을 정하는 것 대신, ‘영유아보육법 준수를 원칙으로 하며, 극히 예외적 경우만 인정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미 지방보육정책위원회가 열렸던 경기, 울산, 광주, 충남, 전남, 경북, 제주에서는 정부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다고 결정한 후였다. 

 

혹자는 위원회의 결론과 관련하여 예외 인정을 허용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가질 수도 있으나 혹자는 초과보육을 거부하였다며 상당한 불만을 가질 것이다. 초과보육 허용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등의 대정부 요구사항이었다. 2) 필자는 위원들의 끊임없는 토론 속에서 제기되었던 문제, 내용 등을 지면을 통해 일부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토론을 단순히 서울시의 개별적인 경험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초과보육이 왜 문제인가? 정부 역할의 문제는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보육정책의 방향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초과보육에 관한 정부방침의 변화와 지자체 위임의 문제점

 

반별 정원을 초과하는 보육이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이다. 당시에는 유동인구수를 감안하여 총 정원의 범위 내에서 0세반을 제외한 반당 1인으로 제한하였고, 2007년부터는 초과로 보육하는 인원에 대해서는 영아기본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아 이마저도 확산되지 않도록 제한하였다. 3) 즉, ‘초과보육’이 제도화 되었다기보다는 유동인구로 인한 예외적 인정을 허용한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초과보육이 증가하게 되자, 정부는 2013년 초에 ‘2014년부터 초과보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다만 시장․군수․구청장이 그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용 가능’ 하도록 한다고 밝혔다.4) 그러나 2013년 말에 복지부는 이를 유예하며 ‘2015년 3월부터 국공립과 직장어린이집의 초과보육 전면 금지, 2016년 3월부터 법인, 민간, 가정어린이집의 전면금지’를 발표하였다. 5)

 

그런데 올해 2월 24일, 초과보육의 전면금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어린이집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한 보건복지부는 기존의 ‘초과보육’을 탄력편성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는 그 허용 범위를 지방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라고 시·도에 위임하였다. 이대로라면 대형 어린이집의 경우 형식 논리적으로 볼 때 약 40여명의 초과보육도 가능하다. 

 

본 위원회는 초과보육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 정해야 하는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훼손하는 복지부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였다. ‘첫째, 2013년에 이미 결정한 「2016년부터 초과보육 전면 금지」에서 갑자기 허용 방침으로 돌아서 정책과 현장의 혼란을 가져온 것, 둘째, 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할 초과보육에 대한 결정을 지자체 책임으로 전가한 것, 셋째, 초과보육 허용을 학부모, 보육교사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 없이 진행한 것, 넷째, 어린이집 현장의 어려움이 누리과정지원금 4년째 동결 등 무책임한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는데도 그 부담을 어린이집 운영자들에게 전가한 것’ 등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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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의 결정 내용과 배경

 

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내용의 핵심은 앞서 밝혔다시피,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의 내용을 준수하는 것이다.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였지만 그 예외는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탄력 편성으로 보기 어렵다. 예외 적용을 하는 상황에서도 몇 가지 조건을 둠으로써 실제로 영유아의 권리와 보육교사의 근로환경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였다. 그 주요 조건은 영유아 보육실 면적의 유지, 보조교사 배치, 책임보육교사 수당 지급, 어린이집운영위원회와 해당보육교사의 동의 절차 등이다. 

 

위원회가 지키려는 기본 원칙은 영유아 보육의 질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들로 인해 부모들이 불신과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사대 아동 비율을 늘리지 않고 보육교사의 근로환경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했다. 서울시 자체사업으로 민간영역 어린이집에 보조교사를 지원하는 정책이 없었더라면 예외 적용도 의결하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위원회는 ‘탄력편성과 관련된 긴 논의의 진행 과정에서 어린이집 운영자, 보육교사, 보육아동, 학부모 집단 간 이해관계가 대치되는 점이 있고, 집단 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으며, 이에 따라 모두의 공존을 위한 최대한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 하였다. 7) 

 

본 위원회는 ‘소수자 의견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초과보육은 운영난을 겪고 있는 어린이집에 일시적인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 해결은 아니며, 영유아의 권리와 보육교사의 권리에 관한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고 의견을 모았다. 8) 위원회는 논의의 내용과 결과들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에 보육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정책건의문을 제출하였다. 건의문에는 유감의 내용과 더불어 교사 대 아동비율의 축소, 보육교직원의 자질 향상과 근로환경 개선, 4년째 동결된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을 포함한 어린이집에 대한 재정적 지원 확대, 가정·민간어린이집 지원정책 마련 등을 포함하는 체계적인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 활동의 의미와 한계, 그리고 중앙정부 정책의 과제

 

위원회 활동의 의미를 찾는다면, 보육의 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데 합의하고 어려운 현실 가운데서도 이를 지키기 위해 각각의 입장 차이를 조정해 갔다는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권고안이라 하더라도 그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합법적 과정을 통해 거부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위원회가 중앙정부에 공식적으로 정책 건의를 함으로써 정책에 수동적이었던 위원회 역할에서 벗어나 정책 파트너로서 능동적인 지방위원회의 활동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번 지방위원회의 활동은, 원래 계획대로 초과보육을 금지 하였다면 거치치 않았을 과정들이다. 비록 보육의 질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였지만, 중앙정부의 정책이 변화되지 않는 한 지방위원회의 노력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한계와 동시에 중앙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경험하였다. 

 

중앙정부정책이던 지자체의 결정이던 초과보육이 전면 금지되면 보육의 질에 문제가 없는 것인가? 이 또한 아니다. 현장의 초과보육 요구는 정부가 누리과정 지원금 동결 등 적절한 정부지원을 안했을 뿐만 아니라 보육의 수요공급이 불일치하면서 나타나는 현실 문제들 속에서 찾아본 차선책이었을 것이다. 결국 정부는 책임을 초과보육의 형태로 보육 현장에 전가시키고, 보육현장은 초과보육의 형태로 영유아와 부모와 보육교사의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의 권리는 아동권리협약에 나와 있듯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우선되어야 하는 것으로 현장의 어려움과 교환될 수 없다. 어린이집 현장, 지자체, 부모와 보육교사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보육 문제에 대한 대응을 우리끼리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중앙정부에 대한 합리적 정책 요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 다시 지방보육정책위원회가 이 문제를 안건으로 다루지 않도록 중앙정부에서 초과보육을 금지하는 정책 결정을 할 것을 촉구한다. 신뢰와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위해 최선의 보육정책을 다시 한 번 모색해보자. 중앙정부와 각 정당도 보육정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보육정책은 미래를 위한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는 학부모, 보육교사, 원장, 공익대표, 전문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위의 위원회와 관련된 내용은 다수의 의견으로, 일부 소수 의견이 있음을 밝힌다. 또한 인용 표시되지 않은 것은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다. 

 

1) 백선희. 2016. 3. 9. “어린이집 초과보육이 외면한 것들”. 한겨레신문 (http://news.zum.com/articles/29252719 다운로드 2016. 3. 9)

2)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11월 15일, 보육진흥원회의실에서 복지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보육료 현실화,초과보육금지 철회, 보육교직원 처우개선, 정보공시 확대 반대, 민간재무회계규칙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였다(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2013.11.18.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보건복지부와의 정책간담회 실시” (http://koreaeducare.or.kr/html/board/index.asp?boardPage=view&board=11&idx=3576 다운로드 2013. 3. 1). 초과보육 주장은 계속되었고, 올 2월에 정부가 탄력 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초과보육을 허용하자,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한국민간어린이집총연합회는 이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베이비뉴스. 2016. 2. 29. “정부가 초과보육 허용한 이유 알고보니…”).
3) 보건복지부. 2006. 『2006 보육사업안내』; 보건복지부. 2007. 『2007 보육사업안내』 참고. 
4) 베이비뉴스. 2013. 12. 4. “복지부, 약속대로 내년부터 초과보육 폐지해야”.
5) 보건복지부. 2014. 『2014 보육사업안내』 참고. 
6) 백선희. 2016. 3. 9. “어린이집 초과보육이 외면한 것들”. 한겨레신문 (http://news.zum.com/articles/29252719 다운로드 2016. 3. 9)
7) 서울특별시. 2016. 3. 7. “2016년 서울시 어린이집 반별 정원규정 결정 사항 알림(수신 보건복지부자관)” 따로붙임 자료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 정책건의문’. (http://opengov.seoul.go.kr/sanction/7805410 다운로드 2016. 3. 8). 
8) 서울특별시. 2016. 3. 7. “2016년 서울시 어린이집 반별 정원규정 결정 사항 알림(수신 보건복지부자관)” 따로붙임 자료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 정책건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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