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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3
  • 2013.12.10
  • 8486

한국 지역사회복지운동의 발전과 과제

 

이재완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역사회복지운동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지역사회복지운동은 사회운동의 역사적 전통과 발전에서 ‘지역사회와 복지운동’의 결합이다. 또는 ‘지역사회복지와 운동’의 조합이다. 지역사회는 지역적 특성을 강조하는 ‘지리적 지역사회’와 ‘기능적인 지역사회’로 구분된다. 이러한 개념을 포괄하여 일반적으로 지역사회의 개념은 공동지역(위치), 관심, 권력층위, 정체성에 따라 사회적 단위를 형성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지역사회복지는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욕구와 생활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일체의 사회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노력이 ‘지역사회복지운동’인 것이다. 이것은 지역사회복지가 이미 운동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여기에 운동을 붙이는 이유는 현재의 상황(상태)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식적이고 주체적인 노력과 방향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복지운동과 ‘지역사회‘복지운동의 구별이 필요하다. ’지역‘의 복지운동은 단지 지역을 지리적 측면에 입각한 복지운동이다. ’지역사회’의 개념 즉, 연대성, 신뢰, 상호성, 정체성 등 폭넓은 관념들에 기초한다면 ‘지역사회’복지운동이어야 한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은 지역사회문제 해결과 지역사회주민의 욕구 충족을 위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한 조직적이고 집합적인 활동이다. 여기에서 사회변화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구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의 출현

 

한국사회에서 지역사회복지운동은 시민운동의 갈래에서 ‘지역운동’과 ‘부문운동’에서 출발하였다 지역운동은 지역차원의 부문운동으로 지역노동운동, 지역농민운동, 지역빈민운동, 지역여성운동, 지역청년운동 등으로 지칭하며,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일어나는 부문운동으로 빈민지역운동, 공단지역운동, 공해지역운동, 수몰지역운동, 철거지역운동 등이다. 

 

이른바 도시빈민운동이 그것이다. 빈민지역의 특수한 문제와 생존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이다.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도시지역빈민들의 생활문제 전반을 해결하기 위한 운동으로 나타났다. 

 

당시까지 지역사회복지의 구체적인 형태는 ‘요보호대상자를 서비스 대상자’로 규정하고 대상화, 타자화하여 복지서비스의 공급과 대상을 분리하였다. 이렇게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의 강력한 구분을 해체하고자 하는 시도(지역사회복지운동)가 나타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러한 ‘지역사회복지운동’의 출현은 지난 ‘IMF경제위기’로 통칭되는 1997년 전후이다. 왜냐하면 그 이전까지 우리 나라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이 선택적 복지, 사후예방적 복지의 틀이었다. 경제위기로 인한 생활세계의 고통 맨 끝은 지역사회와 지역사회구성원의 몫이 되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복지의 대상자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감내해야 했다. 그나마 작동하였던 기능론적인 잔여적 지역사회복지체계가 내․외부환경의 격변으로 일거에 고장났고 정지하였다. 당시 경제․사회적 위기 상황으로 인한 빈곤범람, 노숙인 폭증, 그리고 가족 및 지역사회해체 등은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통절하게 깨닫게 하였다. 이제는 고장난 지역사회복지공급 메카니즘을 단순 수리 또는 부품교체하는 수준이 아닌 총체적으로 지역사회복지실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복지’가 눈을 뜨게 되었다. 주민의 문제해결역량을 강화하여 그들의 당면문제를 자주적인 힘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 등장

 

이에 나타난 것이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의 등장이다.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는 지역사회주민운동에 뿌리를 두고 정부에 독립성을 갖는 민간의 자주적인 조직이다. 당시의 상황은 지금까지의 지역사회복지 방법과 내용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물론 이전부터 지역사회단위에서 사회복지서비스 기관이 존재하였지만 운동론적 관점을 견지하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정부보조금을 받는 태생적 한계일 수 있으며, 지역민주주의 발전과도 관련이 있다. 지역사회복지기관의 일상적, 정형화된 사업은 진보적인 지역사회복지를 만들 어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풀뿌리민주주의 성장(지방자치)의 협소한 공간은 주민주체, 주민참여의 지역사회복지실천을 제약하였다. 

 

지역사회복지의 패러다임 변화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의 등장은 독립적인 운영구조의 한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성이 주민으로 향하였고, 전체 지역사회구조와 불평등, 억압, 배제 등 비복지적 사회경제적환경에 주목하게 되었다. IMF경제위기는 한국사회에 시련을 주었지만 지역사회의 한 모퉁이에서 지역사회복지실천의 새로운 변화를 싹트게 하였다. 

 

이러한 지역사회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첫째, 지역사회복지에서 ‘지역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히 지리적 권역으로써가 아니라 주민생활의 장이자 참여의 장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부여받게 되었다. 이것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기능적, 심리적인 지역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둘째, 지역사회복지의 ‘주체성에 대한 인식’이 고양되었다. 복지서비스 이용자가 단지 복지서비스 대상자로서의 모습에서 전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확대로 나타났다. 이것은 지역사회복지실천의 주체가 이제 복지기관 등의 서비스 공급자에서 지역주민의 주체형성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셋째, 지역사회에 등장한 광범위한 복지문제와 다양한 욕구는 주민의 생활과제 전반에 대해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당시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의 등장과 발전은 이상의 ‘지역사회복지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기에 지역사회의 복지운동단체들은 ‘우리복지시민연합’, ‘관악사회복지’, ‘경기복지시민연대’,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등이다. 이러한 단체의 복지활동은 지역특성에 따라 민간차원에서 자주적으로 지역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직접서비스 제공과 지역사회복지정책개발, 사회행동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의 활동은 지역사회복지의 다양한 실천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지역사회복지실천모델(지역사회개발모델, 사회계획모델, 사회행동모델)을 적용하여 추진하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역사회복지실천의 다양성과 역동성에 기여하였다. 구체적인 사업들은 다음과 같다. 지역사회 불평등 및 업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및 제도개선에 대한 정책개발활동(각종 조례제정운동 등)과 주민조직화사업(인큐베이터 사업), 지역사회단위의 복지관련기관간 각종 연대활동, 주민교육사업 등이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의 제도화․다양화

 

이제는 이러한 지역사회복지운동(사업)이 몇몇의 복지운동단체로 대표되는 상징적 간판이 아니다. 왜냐하면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우리 나라 지역사회복지의 전통적 기관인 ‘사회복지관 사업’이 노인, 장애인 등 대상자 복지 사업에서 지역사회조직사업과 지역사회보호사업, 가족복지사업으로 재편되었으며, 특히 지역사회조직사업은 주민조직화와 복지네트워크 사업 등으로 전개되었다. 

 


또한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후 2000년 중반부터 지역주민의 ‘제도적 또는 비제도적 참여의 창’이 마련되고 공식화되었다. 즉, 시군구 단위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설치와 민간복지협의체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지역사회중심의 ‘통합적 복지서비스’의 필요성에 의한 복지네트워킹의 공식적, 비공식적 실천활동 등장은 지역사회복지실천의 수직적, 수평적 관계망 형성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주민참여라는 기제가 작동하면서 소위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과 실행이 나타났다. 물론 지역사회복지계획의 내용성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으나 총체적으로 볼 때 지역사회복지의 운동론적 접근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실천수단임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 그리고 ‘사회적 협동조합’설립과 활동의 제도화와 마을기업, 각종 마을만들기 사업 등 민관협력, 민민협력에 의한 활동(사업)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이 바람직한 지역사회변화를 위해 지역사회의 역량강화와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공동체형성을 목표를 한다고 할 때 이제는 그 목표달성을 위한 추진체들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 즉, 지역사회복지운동이 시민사회의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로 특징되는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며, 지역사회주민이 주체가 되어 다양하게 활동하는 복지(운동)추진체의 사업내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의 질적인 변화와 과제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지역사회복지운동의 질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공공과 민간, 시민단체와 복지단체, 복지분야와 타분야 등 이분법적인 활동 및 운동 범역이 아닌 연대와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사회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어 지역사회복지의 비전을 성취하는 일에 모든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기관)들이 함께 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지역사회복지운동의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주민의 참여가 완전히 보장되고 ‘힘 있는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주민들이 지역사회복지실천에 참여하는 것은 참여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단순히 지역의 정보를 접하는 수준에서부터 기획과 집행에서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단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최근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민조직화의 경우 조직대상자로서의 참여와 또는 각종 행사의 동원이 진정한 의미의 참여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복지계획수립시 주민참여가 매뉴얼에 의한 형식적 참여가 아닌 주민주체에 의한 실질적 참여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제도의 정비와 환경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복지운동(실천)에 있어서 ‘주민주체의 강화’이다. 지방자치하에서 지역민주주의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지역사회단위에서 각종 복지활동에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이 있고, 집단으로 참여하는 차원, 그리고 단체나 조직으로써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지역사회복지활동의 관심자 수준에서 소집단 활동의 준비자 그리고 이러한 활동의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조직자로서의 주체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주민조직화의 전개과정이기도 하며 조직을 통한 시민의 주체역량강화와 맥을 같이한다. 

 

셋째, 지역사회변화의 ‘아젠다’(agenda)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의 운동성은 지속적으로 진보적인 지역사회복지 아젠다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소위 진보적인 사회복지서비스 추진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없다면 전통적으로 직접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가 별 차별성이 없다. 

 

넷째, 지역사회복지운동의 핵심인 ‘지역사회조직화’를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지역사회문제에 대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우리의 문제로 공유되어 이의 해결을 위한 ‘조직만들기’는 문제해결의 수단이며 도구이다. 조직화는 사회심리적 복지를 증진시키는 역량강화의 과정이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은 개인차원이 아니라 조직차원(연대를 통한 집단활동)에서 이루어질 때 효과적이다. 따라서 다양한 사례에 대한 경험과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은 다양한 차원에서 공간적, 기능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은 지역사회 구성원 개인에서부터 조직 및 단체의 차원까지 네트워킹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섯째, 지역사회 ‘복지거버넌스’의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공공복지와 민간복지활동을 일체화시키는 노력이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차원에서 민간부문으로의 복지거버넌스 노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민간부문(주민)에서 공공부문(지방자치단체)으로의 복지거버넌스를 강화하는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 즉, 파트너쉽의 강화 및 발전을 통해 결국에는 ‘주민자치형 복지’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사회복지공동체의 방향이며 지역사회복지운동의 비전이다.

 

여섯째, 지역의 각종 비영리단체 및 주민참여조직을 지원하고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센터가 설립’되어야 한다. 지역단위의 시민조직지원 및 육성센터를 의미한다. 이러한 기관에서 각종 지역사회의 정보 제공, 제도정비 및 연구 개발, 지역사회복지지도자 교육 및 양성훈련, 각종 교육프로그램 제공, 조직화사업에 대한 상담제공 등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일곱째,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가 관련 기관 및 단체와 ‘연대하고 협력하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물론 자신(해당조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관련 집단과 연대하여 공통․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데 매우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다. 지역사회복지영역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타운동조직과 함께 하는 공식적․비공식적 네트워크의 확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관련 기관․단체와 신뢰 및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역사회복지운동단체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과감히 내려놓는 것과 주변화된 조직(사람들) 및 기관의 비판에 열려있는 태도 등 강한 헌신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복지운동의 ‘전문성의 강화’이다. 지역사회에서 진보적인 조직화는 지역사회변화를 만들어내는 핵심이고 필요조건이지만 그렇다고 주어진 세계에서 가치와 열정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지역사회의 불평등 및 억압구조를 이해하고 복지정책 및 프로그램을 연구하며, 끊임없이 관련 지식 및 정보의 획득과 실천하는 노력이 지역사회복지운동을 통한 지역사회변화를 성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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