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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0
  • 2000.07.10
  • 7713
민영화 논의를 중심으로
지난 96년, 당시 재졍경제원은 산재보험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여 수많은 산재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다. 이 논란은 97년까지 계속되었으나 노동계를 비롯한 산재추방단체의 강력한 저향과 반대 여론에 부닥치다가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수그러들었다. 당시 새로 집권한 국민의 정부는 4대 사회보험제도 정비 및 장기적 통합을 제시하였으며, 비로서 산재보험 민영화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의료보험통합을 앞두고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자 '의료보험 민영화'라는 말이 정부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재보험은 물론 4대 사회보험 모두 언젠가는 또다시 민영화 논쟁에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더구나 4대 사회보험을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고 표명한 현 정부의 한 구석에서 먼저 민영화를 운운하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산재보험제도는 그간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었으나, 금년 7월부터 4인 이하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그간 노동계와 산재추방단체들이 요구해 오던 바이다. 정부는 사회복지제도 개혁에 일관성을 갖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바라며, 당시 논쟁이 되었던 산재보험 민영화의 문제점과 현행 산재보험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산재보험 민영화 논란의 경과와 문제점

산재보험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제도 중 가장 먼저 도입되었다. 군부개발독재에 의해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되면서 1964년부터 산재보험제도가 시행되었는데, 처음에는 500인 이상의 광업에서부터 적용되기 시작하여 37년이 흐른 2000년도에는 1인 이상의 전사업장에까지 제도가 확대적용되어 왔다.

산재보험의 민영화 주장은 1996년 8월 재정경제원이 연 경제인 간담회에서 자본측이 산재보험료를 인하하기 위해 산재보험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사무직 노동자는 산재보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건의를 한 후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자본측의 건의를 수용한 재경원의 산재보험 운영효율화 방안의 핵심은 현재 공공부문에 의한 독점공급체제의 비효율성 및 낙후된 보험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하여 민간참여에 의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보험을 강제보험과 임의보험으로 이원화하여 상품을 다양화하고 적정보험료의 부과하여 산재예방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그 밖에 불량물건(산재발생이 높은 사업장) 인수체계의 구축, 산재예방사업과 근로복지사업의 수행을 위한 보험료 각출, 미가입업체에 대한 관리와 보상업무를 전담토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경쟁력이 있고 돈이 되는 대기업 산재보험은 민간 보험회사에서 맡고, 산재발생이 높으면서도 자본이 열악하여 산재보험에 들 수 없는 곳은 공공보험기관이 맡아달라는 것이 주 골자였다. 산재보험 민영화 논란은 당시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시장 축소를 우려한 국내재별 금융업계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금융감독원을 앞세워 재정경제원을 움직인 음모였다. 이에 민주노총과 노동과건강연구회, 산재노동자협의회 등은 연대하여 산재보험 민영화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강력한 저항을 하였다. 이 공대위의 여론작업, 공청회 개최, 정부 항의 면담 등의 활동에 의해 산재보험 민영화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 그 결과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1997년 11월 6일 이 문제에 대해 "산재보험운영의 경쟁체제 도입은 기업의 부담 증가와 근로자에 대한 보상수준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현행 틀 내에서 보험료 부과 및 보험급여체계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제고함으로써 산재보험제도가 갖고 있는 사회보장적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한다고 의결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누구나 그 문제점을 알 수 있겠으나, 산재보험 민영화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ㅇ 영세사업장의 보험료울이 증가하여 부담이 커진다.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재해율이 낮은 대기업과 재해율이 높은 중소기업간의 위험분산을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재보험이 민영화되고 보험료의 차등화를 세분화하면 영세사업장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구조 상 재해율이 높은 부품생산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어 떠맡기는데, 이들 중소기업에 보험료가 높게 부과되면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어렵게 되고, 이 상태에서 사고가 날 경우에 도산할 수 도 있으며, 산재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지지 않을 것이다.

ㅇ산재예방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후퇴하여 산재발생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산재보험제도가 가해자의 책임을 부담하는 책임보험의 성격으로 출발하였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보험제도의 발전과 재정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민영화는 산재보험을 책임보험성격 위주로만 운영하고 예방 및 재활을 등한시 할 것이며, 근로복지공단의 재정이 악화될 때 산재예방에 대한 투자도 불투명해질 것이다. 또한 민간보험회사에 대한 보험료의 각출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스럽고, 민간보험회사는 그 특성상 금전적 보상 이외에 현물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우며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산재노동자들의 재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ㅇ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보상규모를 축소하고 산재인정범위도 축소될 것이다.

산재보험이 민영화되어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보험사를 결정하고 보험료를 내는 것은 사업주이기 때문에 각 보험사에서 보험재정을 확대하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어려워진다. 따라서 노동자에 대한 보험급여를 줄임으로써 재정의 확충을 꾀할 것이고 결국 산재노동자에 대한 보상규모는 그만큼 축소될 것이다.

또한 산재보험이 민영화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재해보상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어 산재인정범위가 협소하다. 최근 증가되고 있는 직업병과 통근재해, 과로사 등의 경우 산재인정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ㅇ 노동자의 단결을 저해한다.

산재보험이 민영화되면 각 민간보험회사별로 산재의 보상이 다양화될 것이고, 따라서 사업체의 규모에 따라 보상의 차이도 다양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 노동자와 영세기업의 노동자간의 삶의 질의 차이가 더욱 차등화되고 결국 노동자의 단결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

산재보험 민영화 논란이 제기될 때, 현행 산재보험의 문제점이 가장 중요한 근거로 지적되었으며,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노동계와 산재추방단체들이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해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을 가장 잘 운영하고 있다고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산재보험제도의 전반적 문제점을 다시 진단하고 바람직한 사회보험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대안일 것이다.

ㅇ 사회보장 측면에서 적용대상이 협소하며 보상 수준이 낮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제도는 총 취업자의 40%정도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72.8%보다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처럼 임금노동자전체가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것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해 5인미만 사업장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사업, 농림.어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법적용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양급여 중 산재환자에 대한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필요한 CT, MRI 등의 의료장비를 이용한 진료가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아 50% 정도의 본인부담이 관행화되어 있다.

ㅇ 사업장 위주의 관리와 산재노동자에 대한 낮은 써비스

산재보험은 적용·징수 행정과 요양·보상 행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재는 적용·징수 위주의 사업장 중심 관리를 하고 있다. 요양·보상 대상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리도 하고 있지 않아 근로복지공단은 개별노동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이로 인해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공단에 직접 신청하기 보다 사업주에게 보험가입 사업장에서 난 사고라는 확인을 받은 후 신청해야 하고 복잡한 청구절차를 본인이 직접해야 한다. 또한 이로 인해 보험징수율도 낮은 형편이다.

ㅇ 관리의 비효율성

산재보험이 의료보험과 연계되지 않아 산재 지정병원이 아닌 곳에서 치료한 후 근로복지공단에 다시 치료비를 청구하는 철차가 복잡하고 4대 사회보험간 연계와 통일성이 부재하다. 이로 인해 다른나라에 비해 4대보험 관리비용이 높다. 이는 부처이기주의 정책과 사회위험별 별도의 기구로 사회보험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ㅇ 형식적인 노동자 참여

현재 보험기구의 각종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매우 형식적이다.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산재보상보험심의위원회, 재심사를 청구하고 심의·결의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 요양급여산정기준을 심의하는 요양급여심의위원회, 근로복지공단 이사회 등이 있다. 그러나 회의가 심의기구이고 노동자대표의 참여비율이 적어 실질적인 노동자대표기구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ㅇ예방과 재활 사업 미비 및 예방, 보상, 재활의 연계 부재

예방사업이 전체 재정의 10% 정도를 차지하면서 운영되고 있지만 이것이 한국산업안전공단으로 기관이 분리되어 있어 예방사업과 보험사업과의 연계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산재예방이 거의 되지 않아 우리나라 산업재해는 중대재해 즉 사망자와 중증장애자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사망 및 중대재해자에 대한 보험금지급이 늘어 보험재정의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재활의 경우는 거의 초기단계로 치료(요양급여지급) 이후의 의료재활, 사회재활, 직업재활이 거의 없어 치료종결이 보호의 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른 강제치료종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산재보험제도의 개선방안

산재보험제도의 개선은 민영화 제기의 근거가 되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산재보험제도의 본래의 목적은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신속히 보상하고 보험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산재를 예방하고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자(피보험자)와 사업주(보험가입자)가 보험운영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산업재해의 피해당사자이며 피보험자인 노동자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산재보상정책 결정기구에 노동자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하며, 단지 심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참여의 실효를 얻기 위해서 전제해야 할 것이 정부의 각종 정보 제공의무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보험운영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언제 다시 민영화 논란이 제기될 지 모른다.

다음으로는 산재보험 정책이 예방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외국의 경우 예방정첵을 중심으로 함으로써 재해를 사전에 방지하여 보험지출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산재보험재정이 매우 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사후보상 그 자체에만 국한하여 보험정책이 운영되고 있어 중대재해 발생이 줄어들지 않으며 지출규모도 크며, 보험재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산재발생율이 높은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산재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마침 금년 7월부터 4인 이하 전사업장에까지 산재보험애 확대 적용되는데, 이는 매우 다행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산재요양급여의 본인부담금을 없애야 한다. 산재로 인해 치료를 받을 때는 당연히 본인부담이 없어야 한다. 사업주의 배상책임에 근거한 산재보험은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본인부담금에 대해 사업주가 보상할 책임이 있다. 하물며 산재보험에서 본인부담을 두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회보험은 국가가 통합된 체계하에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산재보험제도도 장기적으로 사회보험의 통합에 발맞추어 타 사회보험과의 형평성과 연계성이 강화되는 방향에서 전체적인 발전의 틀이 잡혀야 할 것이다.

김은희 / 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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